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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ractor - (23화)

2011.03.21 11:00

라면국물 조회 수:27897

== 환의 차 안==

한동섭이 환이 몰고 온 차에 올라타자, 환으 최대한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범죄자이긴 하지만 전직 의원이었던 한동섭을 예우하는 차원이었다.

한동섭은 부끄러웠다. 천둥 무지렁이가 아닌 다음에야 자신이 얼마나 부페한 정치인인지 모를리가 없을 터인데, 그런 자신을 그래도 의원이라고 예우하는 현직 공무원이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하농섭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 출발하자고 지시했고, 환은 그의 말대로 서서히 차를 몰아가기 시작했다.

한참을 가고 있었을때, 환의 휴대전화로 전화가 걸려왔다.

환은 핸즈프리를 가동시키고 전화를 받았다. 본래 해서는 안될 일이지만 가끔은 이런 상황대처도 필요앴다. 임무중이니 중요한 용건일 수도 있었다.

 

"어머. 환이니? 지금 여기로 오고 있다며?"

"아. 네. 미나누나. 조금 있으면 도착할꺼에요. 아참. 지나씨한테 고마웠다고 꼭 좀 전해줘요"

"지나도 그말 하더라. 지금 어디쯤이니? 태석선배가 너 보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가고 있어요. 차가 막히지 않는다면 한 20분 정도?"

"그래. 알았어. 빨리 와"

 

환이 그렇게 전화통화를 마치고 운전을 계속할떄, 한동섭이 지시했다.

 

"우리...잠시만 쉬었다 가지"

"아. 뭐가 불편하십니까?"

"아니...그게 아니고좀 쉬고 싶어서 그러네....."

"......알겠습니다. 10분 정도만 쉬다 가겠습니다."

"그래...."

 

한동섭은 환에게 차를 세우자고 제안했고, 환은 그 제안에 따랐다.

한 공터에 조용히 차를 세운 한동섭은 크게 한숨을 쉬더니 환에게 나지막히 말했다.

 

"자네의 동료가 얼마전 안호균 사건을 수사했던 사람들이라고 들었는데 맞나?"

"아마. 맞을겁니다. 지금은 근무지가 갈려서 잘 모르지만...사건 경위서를 봤을때 제가 아는 이름들이 있었거든요"

"흠.....그렇다면 자네 동료라고 봐도 되겠군. 서울시내에 이름이 같은 두 형사가 한 팀을 이룰 확률은 많지 않아보이니까.."

"하하...ㄱ렇군요."

"그렇다면....부탁하나 해도 되겠나?"

"부탁이요?"

"자.....여기.."

 

한동섭은 작은 수첩을 하나 내밀었다.

 

"이건 내 부하가 한 정치인의 뒤를 캔 것일세, 내역을 보면 알겠지만 알 수 없는 내용들이 정말 많아. 어떻게 여기깢 알아냈는지는 모르지만 검찰에서는 차마 이걸 밝힐수가 없었지. 내 무죄를 증명하는건 아니니까 말일세....하지만 지금 이 순간이 내겐 그 자에게 복수할 수 있늠 마지막 순간일세..날 좀 도와주게나. 자네 들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으리라고 보네"

"이걸.....제게 맡기셔도......"

"나는 이제 분명 처벌을 받을껄세.....확실히 뇌물수수 혐의는 큰 죄지. 하지만.....그 장부에 대해서 조금 더 조사해 보길 바라네.....이건 내 부탁이야"

"알겠습니다. 의원님..."

"한동섭씨 라고 불러주게. 이젠 의원님 소리가 넌덜머리가 나는군....내가 의원?? 훗.."

 

한동섭은 쓸쓸한 표정으로 코웃음을 치며 환에게 다시 출발할 것을 명했다. 환은 비장한 심정으로 차를 몰기 시작했다.

 

 

== 은수의 집, 샤워실==

 

레베카는 울고 있었다. 이미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총구는 천장을 향해 있었고, 레베카의 손은 은수의 거칠고 커다란 손에 사로잡힌채 천장을 향해 뻗어있었다.

 

"아직까지 무르단 말야. 이러 좁은 공간에서 날 놓칠 정도로 둔하진 않은데 말야. 레베카"

"포.....폴!!"

"지금 죽기에는 우리 둘 다 너무 이륻고. 좀 더 살다가 죽어도 돼!!"

"......."

 

레베카는 주저 앉아 울기 시작했다. 완전 알몸이 된 은수 앞에서 자신의 몸이 홀딱 젖는것도 마다한 채, 하염없이 눈물만 흐르고 있었다. 새워기에서 나온 물이 레베카의 얼굴을 적셨고, 이내 눈물과 수돗물이 섞여 쓸쓸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은수느 그런 레베카를 보며 그저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소정은 읍내 편의점에 가서 여성용 속옷과 몇가지 옷가지를 사가지고 왔다. 소정이 도착했을때 이미 레베카는 잠들어 있었다. 새근새근 자는 얼굴은 그의 나이마저 잊게 해 줄 정도로 청초하고 아름다웠다. 은수는 그런 레베카를 보고 그저 멍한 웃음만 지어보일 뿐이었다.

 

"잠들었네요?"

"네....피곤할꺼에요"

".....네..."

"소정씨도 얼른 쉬어요. 저 방이라면 잠자도 좋습니다."

"저....은수씨!!!"

".....!?"

"어째서 레베카에게 그렇게 잘 해주는거죠?"

"........"

"레베카는 당신의 원수라고요. 당신을 죽이려고 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어쨰서 살려두는 거에요?"

"....잊으셨어요? 제가 은퇴했다는 거요"

"그래도......."

"전 더 이상 킬러가 이니에요. 이젠.....과거랑은 이별하려고 합니다. 레베카도 마찬가지에요."

"은수씨....당신은 모든 이에게 그렇게 친절한가요?"

"........."

"레베카...당신에겐 특별한 사람인가요?"

".......늦었네요. 빨리 주무세요"

"대답은 못들었어요. 어떤가요?"

"........특별해요. 하지만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특별함은 아닌 것 같네요"

".......고마워요. 그렇게 말해줘서..."

 

소정은 가져온 옷가지를 레베카 옆에 두고 조용히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부자리에 누운 소정은 갑자기 터져나오는 눈무을 주체할 수 없었다.

 

 

== 감상천 의원 사무실==

"계획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했지. 앞으로 10분 안에 이 세상은 내것이 된다. 하하하하"

"마지막까지 실수 없도록 하겠습니다. 의원님...."

"그래. 고맙다. 수환아. 그리고 너도 일이 있지 않니?"

"실행하겠습니다"

 

수환이 사무실에서 물러났다. 감상천은 자신의 계획서를 보고 또 다음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어차피 그자는 없앨 계획이었고, 이제 이 녀석들이 문제란 말야. 흠......다시 한번 압력을 넣어야 하나?"

 

 

== 환의 차==

환의 차는 한 고가도로를 날썌게 달리고 있었다. 속도위반으 아니지만 꽤 쾌속을 즐기는 환 답게 적정속도를 유지하면서도 쾌적한 분위기였다. 환에게 모든 것을 밝힌 한동섭도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그떄였다.

 

쉬이이익...퍽!!!

 

이상한 파열음과 함께 이어지는 타이어 터지는 소리, 환은 순간적으로 브레이크를 잡고 핸들을 조작해 차가 뒤틀리는 것을 간신히 막았다. 한동섭도 별안간의 변화에 몸을 다잡으며 주위를 살피려 했지만 여의치가 않았다. 또 한번의 파공성이 들리고 이젠 뒷자석 유리가 깨졌다..

순식간에 두번의 파공성에 차가 심하게 뒤틀리는 것을 느낀 환은 야단이 났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차는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저쪽에서 한 정체불명의 오토바이 한대가 따라오고 있는 것을 봤다. 그때 환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태석이었다.

:
"환아. 너 어디냐??"

"으.....서....선배니..님"

"야! 너 왜그래!?"

"지금..고...공격....."

 

퍽....끼이이익......쿵......

 

== 경찰서 형사과==


"야. 환아. 말 좀해봐. 야 임마!!:

욕설까지 내뱉어 가며 환을 불렀지만 환에게선 아무 대답도 없었다.

통신이 끊어지기 전에 들렸던 요란한 소리, 순간적으로 오싹한 기운을 느낀 태석은 서둘러 자신의 차로 향했다.

그것을 본 미나 역시도 황급히 뒤를 따랐다.

 

태석은 차를 가지고 경찰서에서 검찰청 쪽으로 길을 되집어 가기 시작했다. 한 20분 쯤 정도를 달려 한 고가도로를 지날때였다. 고가도로 아래쪽에 펼쳐진 버려진 공터에 차 한대가 뒤집힌 채 떨어져 있는 것을 본 태석은 서둘러서, 차를 몰아 그곳으로 갔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갔을때 태석은 알 수 있었다. 뒤집힌 차는 환의 차였다.

 

"야..환아. 들리면 대답해. 환아!"

"환이야. 나 미나야. 들리니??"

 

태석과 미나는 애타게 환을 불렀다. 이미 주검이 되어버린 한동섭을 찾은 태석과 미나는 앞좌석 심하게 찌그러진 운전석에 처참하게 부숴져버린 환을 발견했다.

 

억지로 문을 부수다시피 열어젖힌 태석은 축 늘어진 환을 끌어냈다. 이미 환은 피투성이가 된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핏기가 싹 가신 얼굴, 태석은 뭔가가 잘못 된 것을 보았다. 미나도 마찬가지 였다.

 

미나가 서둘러 구급차를 부르고 다시 환의 곁으로 왔다.

 

"화....환아.....저..정신 좀 들어?"

".....태...태석이...형"

"그래. 나야. 네 선배. 최태석!!! 정신 좀 들어!"

 

환은 없는 힘을 짜내가며 자신의 안주머니를 가리켰고, 미나가 안주머니에서 장부를 하나 뺴들었다.

 

"화...환아......."

"그...그거....장부......"

"말하지마!!! 아무말도 하지마. 환아. 조금만 기다려. 병원에서 곧 구급차 온다니까....."

 

미나가 애타게 환의 가슴을 어루만지며 그를 보듬으려 했다.

환은 손을 들어 미나의 어깨에 얹었다.

 

"가...감상천.....안호균...감상천이 죽인........."

"환아. 아무말도 하지마....."

 

미나의 어깨에 얹은 환의 손. 하지만 그의 손은 힘없이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태석과 미나가 환을 애타게 불렀다. 하지만 그에게서는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태석과 미나는 환을 붙들고 오열했다. 그리고.....

 

다음날 조간신문은 한동섭 전 의원의 사고사 소식을 대서특필했다.

한동섭 전 의원의 이송도중 사고가 일어나 한동섭 의원과 수행중이던 형사 한 명의 죽음을 밢표하며 국민들 관심을 그쪽으로 돌리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또 다른 사건의 기사도 실렸다.

 

== 전날 새벽, 강원도 홍천, 은수의 집==

레베카는 이른 아침부터 어디론가 가기 위해 채비를 서둘렀다. 아직 깊은 잠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듯 은수는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어직 푸른빛이 감도는 새벽녘,,,,밖에는 이른 아침부터 밭일을 하러 나온 어르신들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레베카는 버스정류장까지 곧장 가려고 했다. 어느덧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레베카는 버스를 기다리며 쌀쌀해진 날씨 쏙에서 몸을 녹이려는 듯, 종종걸음으로 제자리뛰기를 하고 했다.

 

"이대로 그냥 가려는 건가요?"

"으앗!!!! 어. 소정씨??"

"이대로 가면 섭하죠. 안그래요?"

"폴에게는 알리지 말아줘요. 그 사람이 어떻게 말하든 의뢰에 실패한 킬러따위...그런 모습 보이고 싶지 않군요"

"말리지 않을께요. 그 전에 한가지...물어봐도 돼요?"

"뭐죠?"

"당신은 어째서 임무에 실패한거죠?"

"훗......저도 사람보타 서류에 집착했어요.... 돈이라는 이름의....."

"........"

"대답으로 충분하죠?"

 

레베카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이윽고 버스가 오자 레베카는 조용히 버스에 올랐고, 소정은 멍하니 하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소정은 다시 길을 되돌아와 은수의 집으로 도착했다. 하지만 이미 은수는 자리에 없었다.

 

== 고가도로 근처의 한 교차로==

교차로이긴 하지만 차량통행은 거의 없다시피 한 부분이었다. 폐간된 고속도로를 임시로 이어붙인 곳인데 교통도 불편하고 무엇보다 갈림길조차 없는 외길의 끝에는 막다른 길만 있기 때문에 아무도 쓰지 않는 곳이다. 물론 야간에는 폭주족들의 도로로 악명이 높은 곳이지만 낮에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이곳에 레베카가 있었다.

 

레베카는 흙바닥에 앉은채, 괜히 풀을 뜯어보기도 하고 하늘도 쳐다보는 등 헛일스러운 일로 시간을 보냈다. 잠시 후 그녀에게 느릿느릿 오토바이를 타고 다가왔다. 멋들어지게 기른 콧수염, 상당한 덩치에 시원하게 깍은 대머리.....스테판 킹이었다.

 

"폴은...해치웠나?"

"어떻게 폴을 생각해냈지? 그 존재르 아는 자가 교회에서 많지는 않을텐데......"

"얘전에 들은 바가 있었거든.....과거 특수용병 출신의 킬러 말이야. 네가 말해줬던 기억이 나서 말야. 난 그자를 해치울 만한 능력이 없어서...누군가를 내세우기로 했지"

"그게 나였나?"

"당연한 거 아니겠어? 교회에 남은 유일한 심판자니까....."

 

킹과 레베카는 그렇게 서로를 응시했다.

"이제 떠날껀가?"

"어라. 확인해 보지 않을껀가? 내 임무의 성패 여부를??"

"난 징벌자야. 심판자에헤 함부로 거역할 수 없는 위치거든...."

 

스테판 킹은 다 안다는 표정으로 레베카를 바라봤다.

 

"그런데 말야. 내가 만약 이 자리서 당신을 없앤다면 나도 심판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스테판은 소드오브샷건을 꺼내 레베카에게 겨눴다 레베카는 예상했다는 듯 웃어보였다.

"너도 알고 있겠지? 네 총구가 불을 뿜기도 전에 심장에서 더운피가 나올거란걸....."

"훗. 과연 그럴까?"

어느새 레베카도 춤에서 작고 작은 권총을 꺼내 킹에게 겨누고 있었다. 벌건 대낮이지만 아무도 보지 않는 형국...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허허벌탄에서 두 남녀가 서로를 향해 총으 겨누고 있는 모습이 그려졌다.

 

"쏘려면 벌써 쐈어야죠. 그래가지고 내 저 파트너라고 할 수 있겠어?"

"포....폴!!!?"

"폴??"

 

킹이 얼른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자신이 살기를 읽어내고 자신을 포착했던 차라리 사신이라고 하고 싶었던 자. 양은수가 있었다.

어안이 벙벙한 킹은 허탈한 눈빛으로 레베카를 봤다.

 

"시....심판자.....어째서 표적을..."

"난 이제 심판자 따위가 아냐. 그저 평범한 인간일 뿐"

"표...표적을 살려두다니....당신을...이대로 살려둘 수 없어. 우리 교회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킹이 기민하게 움직였다.

 

"안돼!! 둘다 멈춰!!!"

 

탕~~~~~~~

 

도심 한복판에서 울려퍼지는 총소리, 레베카는 아직 제데로 겨누지도 못한 자신의 총과 힘없이 스러지는 킹의 몸을 보며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킹이 스러진 뒤에는 그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총을 든 은수의 모습이 있을 뿐이었다.

은수는 떨리는 자신의 손을 보고, 역시 당황하는 레베카를 보며 잠시 자실상태에 빠졌다.

 

:"이.....이럴 생각은 아니었는데....어쩌지?"

"폴...어서가자. 빨리....."

레베카는 재빨리 현장을 수습하고 은수를 데라고 현장에서 이탈해 버렸다. 현장에는 조금씩 꺼져가는 생명의 스테판 킹과 그의 오토바이. 그리고 킹의 목숨을 앗아가버린 한 정의 권총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살인에는 이골이 날 정도로 많이 겪어봤던 은수가 이렇게 당황하는 모습을 본 레베카는 의외의 반응에 어찌할 바를 볼랐다. 어찌해서 이가 이렇게 힘들어 한느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눈하나 깜짝 하지 않고 총을 쏴 목숨을 끊는걸 당연시 여겼던 그가 왜 이렇게 당황하는 건지......

그것도 단 한방에 급소를 쏘아버린 걸 보면 여전히 프로다은 면을 가졌던 그가 왜 그리 자실상태에 빠지는지를 고민하고 있을 즘. 은수는 서서히 제 정신을 차리시 시작했다.

 

"폴...왜 그래?"

"모르겠어. 내가 왜 그랬지?"

"어까 어땠는지 알아?"

"알아. 내가 사람을 우발적으로 죽이다니.....내가 어쨰서......"

"........"

 

계획되지 않은 살인, 뜻하지 않았던 살생. 은수가 지금껏 지켜오던 신념과 원칙이 단 한번에 무너진 것이다. 이제 은퇴라는 이름으로 종지부를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최악의 형태로 그 종지부는 무효가 되어버렸고, 그 현장에는 레베카가 있었다. 은수가 잠시 자실상태에 빠진 건 어디까지나 갑작스런 상황인데다 자신도 모르게 비겁한 짓을 했기 때문이다. (자기 기준에서.....)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며 그는 현장을 빠져 나왔고, 그는 다시 도망자 신세가 되었다.

 

== 감상천 의원 사무실==

 

"음화하하하하하.....내게는 최고의 결과다. 안 그러냐. 수환아?"

"하지만 의원님....킹을 죽인건 제가 아닙니다."

"상관없다. 킹의 죽음이 필요하지, 네 성과란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

"나와 킹의 컨택 사실을 알고 있는건, 최환 그자 뿐인데다가, 나의 비리를 알고 있는 한동섭..둘을 한큐에 제거하고 실행자는 다른데서 죽고.....이제 내 비밀을 아는 자는 아무도 없다. 이젠 내 세상이야...하하하하"

 

수환은 내심 불안했다. 자신이 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제 뒷정리를 위해 몇가지 서류만 조작해두면 완벽하게 끝이 날 터이다. 수환은 작업에 착후했다. 하지만 여저니 부안했다. 뭔가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이건 아니었다.

 

 

== 경찰병원 본점, 장례식장==

 

태석과 미나는 환의 영정앞에서 몇날 몇일을 뜬눈으로 지새웠다. 환과 만나기를 그간 얼마나 고대했던가.....다시 예전처럼 셋이 모여 사건을 해결하고 그 낙으로 살려 했던 이들은 환의 죽음앞에서 자신들의 바람을 접어야만 했다.

태석은 그저 멍하니 있을 따름이었고, 미나는 울다 지쳐 잠들었다가 꺠어나서는 다시 울다 지쳐 잠들기를 반복했다.

두 사람 모두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얼마나 울었을까...조금 진정이 된 미나가 무심코 자신의 가방을 열어봤다. 그곳에는 환이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건넸던 조그만 수첩이 있었다. 태석도 그것을 바라보고 미나 곁으로 왔다.

유가족들도 지쳐 잠든 그 시각, 태석과 미나는 그의 영정앞에 그 장부를 올리고 다짐했다.

 

"환아. 네 숙원. 반드시 풀어주마!!! 지켜보고 있어라!!"

"그 놈들한테 내 엉덩이 맛을 톡톡히 보여줄께...꼭 봐줘!!"

 

태석과 미나는 눈물을 머금고 수첩을 영전에 올렸다. 그리고 미나가 다시 장부를 품에 넣자. 두 사람은 영정에 있는 환에게 경찰식으로 경례를 했다. 어느새 파트너쉽이 정점에 달했는지 둘은 아무말도 없이 이런 행동들이 자연스레 이어졌다.

하지만 두 사람의 표정은 너무도 어두웠다.

 

 

==서울의 한 음식점==

소정은 은수가 다시 도피생활을 시작했다는 레베카의 말에 다시 은수를 찾아 무작정 길을 떠났다.

하지만 이번엔 목적지도 불투명하고 거주지도 몰랐다.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가 따로 없었다.

하지만 소정은 어느새 자신이 은수에게 집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녀가 집착하는 건 은수 본인이 아니라, 자신의 대답을 찾고 있었던 것이니까......

아니 더 정직하게 말한다면 집착이든 아니든, 은수를 그저 다시 만나고 싶었다.

농촌총각이 되어 한결 수더분해진 그를 보고 자신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그 기분을 생각하면 다시 만나고 싶은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신촌부부라고 해도 될 법한 달콤했던 순간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달까...

이번에 왠지 서울에 있을 것 같았고, 무작정 서울로 와버린 소정은 레베카와도 헤어진 바당에 은수를 어떻게 찾을지 부터 생각해야 했다.

 

 

==차문기==

최근 K로부터 몇번의 청부살인을 받고 해왔던 차문기는 다시 한번, 은수를 제거하라는 의뢰를 받았다. 돈도 필요 없었다. 정보는 그저 서울안이라는 것만 있을 뿐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그런데 그런 차문기에게 뜻밖의 기회가 왔다. 한 음식점에서 음식을 먹고 있는 여자. 윤소정을 발견한 것이다. 차문기는 조금 치졸한 수법이지만 그 방법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

역시 누군가를 불러내기 위해서는 그만한 제물이 있어야 했다. 차문기가 선택한 제물은 바로 소정이었다.

 

 

==윤소정==

음식점에서 음식을 먹고...잠시 화장실에 간 소정은 화장실에서 습격을 당했따. 등뒤에서 클로로포름을 묻힌 천을 코와 입에 갔다 댄 것이다. 소정은 몇번 버둥거린 끝에 축 늘어졌고, 누군가에게 들린채로 어디론가 붙들려 가 버렸다.

 

눈을 떠 보니 아직 공사가 덜 된, 폐 건물에 혼자 의자에 묵인채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자신의 눈 앞에는 째진 눈에,, 진한 팔자주름과 굳게 다문 입술, 전체적으로 아주 강인해 보이는 인상의 근육질 남자가 서있었다.

흡가 고르고 13을 연상시키는 이 사람은 딴에는 다정한 어조로 소정을 안심시키려 했다.

 

"무례를 범해서 미안하군. 하지만....이렇게 할 수 밖에 없으니 용서해라"

"당신은 누구죠?"

"........C다"

 

어쩃거나 자신을 해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일까? 소정은 의뢰로 차분해지기 시작했다.

은수부터 시작해서 레베카에게도 총을 한번씩겨냥당해본 소정으로서는 지금의 상태는 무서운 것도 아니었다.

도리어 차분해지는 걸 보니, 자신에게도 어느새 은수의 기운이 서린 것이리라....... 어쩄거나 살해의사가 없다는 것을 감지한 후로는 소정은 편한 마음으로 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절 이런게 가둬두면 그가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오죠?"

"광고를 했으니 금방 올꺼야. 두고 보라고....."

 

차문기는 조용히 소정을 응시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소정은 서서히 지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차문기 역시 따분해지기 시작했는지 몸을 비비 꼬고 있었다.

 

"걱정마. 놈이 오면 넌 풀어준다. 내 이름을 걸고 명세하지"

"당신을 명예를 어떻게 믿지? 사람을 인질삼는 자에게 명예가 있으리라고 생각해?"

"......그렇군. 하지만 난 달라. 난....인질을 위한 인질이 아니거든...... 반드시 풀어준다."

 

차문기는 소정에게 자신의 명예를 타진하며 소정을 안심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말과는 다르게 서서히 총을 뽑아드는 차문기였다.

어느덧 총이 뽑히자 소정은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이미 두번 경험이 있지만 지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하지만.....총을 언제 뽑는가는 내 자유지!!"

 

차문기는 말을 마치면서 오른쪽으로 몸을 틀어 총을 발사했다.

그런데 오른쪽에서 뭔가가 움직였다. 그것을 본 소정은 자신이 오발탄에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겁이 나기 시작했다. 오발탄에는 의지가 담겨있지 않다. 때문에 저들의 의지여부와는 상관이 없었다. 겁이 났다. 아니 무엇보다 싷었다.

오발탄에 맞는 것 따위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때 소정이 있는 곳으로 한 사람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레베카였다

 

"미스 윤. 자. 어서"

레베카는 재빨리 소정을 묶고 있는 밧줄을 끊고 총알들을 피해 아래쪽 계단으로 피신했다. 한편 차문기를 습격해썬 그 사람은 다름아닌 은수였다.

두 사람의 권총 대결은 예쩐처럼 일방적이지 않았다. 아주 대등하게 맞서는 차문기와, 더 이상 결투를 즐기지 않는 은수 사이네는 팽팽한 긴장감만이 흐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총격전은 멈출 줄 몰랐다. 4층에서만 싸우는 이들의 결투는 어느 새 1시간 넘게 이어지고 있었다. 폐건물 4층의 이곳 저곳은 총알 자국에 엉망이 되어갔고, 레베카와 소정은 가끔 날아오는 오발탄을 피하느라 온 몸을 휘청거려야만 했다.

 

치열한 공방전이 오가길 수십번, 어느덧 두 사람은 총알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 서서히 승부를 내야 했다. 먼저 칼을 뺴든 건 문기였다. 문기는 앞구르기를 하며 대담하게 은수에게 접근했고 은수 역시 견제사격을 하며 이동했다. 그러다 두 사람이 승부처라고 느낀 어느 순간 두 사람은 은폐,엄폐가 불 가능한 서로의 정면 위치에 도달했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는 두 사람의 행동. 그리고 고의 동시에 총을 쏜 두 사람. 두 총성이 온 건물을 울렸다.

 

 

== 경찰서 형사과==

 

며칠전 강가에서 화장된 환의 유골을 뿌리던 때가 기억나자, 미나의 눈가는 또 촉촉히 젖어왔다. 그런데 그걸로도 모자랐는지 두 사람은 엄청난 일과 맞닥뜨렸다. 아니...일부터 맞닦트리려 했다.

 

하루아침에 세 명이 죽었다. 그 중 한명은 자신들의 동료였고, 다른 두명도 그와 관련이 있었다. 게다가 그 셋이 죽은 이유가 총 때문이라니.....정말 믿을수가 없었다. 태석과 미나는 자료들을 살펴보며 다시 한번 서류들과의 씨름에 들어갔고, 환의 빈 자리를 여실히 느끼며 눈물을 삼켜야만 했다.

 

이번 만큼은 부장도 함부로 하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동료를 잃은 형사 만큼 다루기 힘든 사람도 없었다. 적어도 부장의 능력에서는 그랬다. 게다가 통제가 안되기로 이름만 두 사람이 동료를 잃었으니 그 여파가 오죽할까.....부장도 이먼 만큼은 자신이 지시한 수사라고 상부에 보고하며 이번 사건을 전적으로 수사하도록 이끄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런다고 그들이 이런 고충을 알아줄지는 모르지만........

 

이미 제정신이 아닌 듯한 두 사람은 며칠쨰 철야도 불사하며 뭔가를 찾아내려는데 급급했다.

주위 형사들도 제대로 돕지 못해서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여성이 미나를 찾아왔다.

 

"언니!"

"어머. 지나야"

"언니...지금 바빠?"

"아니..뭐 대충..근데 무슨 일?"

"아...나 알려줄께 있어서......"

"알려줄 꺼?"

 

To Be Continui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