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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ractor - (7화)

2011.01.19 10:17

라면국물 조회 수:24314

==경찰서==

 

환은 자신을 깔고 앉아있는 미나에게 하염없이 외치고만 있었다.

"미나씨....제가 졌습니다. 살려줘요"

들은체 만체인 미나. 계속해서 앉아만 있었고 환은 조금씩 머리가 어질해지는 것을 느꼈다.

"미나씨이~~~~ 켁..켁"

환의 안타까운 외침에도 미나는 여전히 들은체 만체였다. 환이 게거품을 물기 시작할때 즈음, 미나는 서서히 일어났다.

 

"제가 별로 무거운 것도 아닌데 왜 그러십니까?"

"컥....미나....컥"

"저 싸움 잘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대련이었으니까 이정도 였다는거 이제 잘 아시겠죠?"

환은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려 했다. 하지만 힘이 너무 빠진 상태라...힘없이 움직이는 인형마냥 맥이 풀려있었다.

 

환은 미나의 계속되는 하극상의 조짐을 보고 대련을 통해 교육시키려다가 된통 당하고 말았다. 태석이 힘이 주특기였다면 환은 스피드와 테크닉에 강세였다. 힘에서도 태석에게 크게 밀리지 않았고, 경찰서 내에서도 무술실력이 최상위권에 드는 환이였지만 어찌된 일인지 미나에게는 꼼짝도 못했다. 힘에서도, 스피드에서도, 테크닉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미나의 무위에 감탄하다가 된통 당한 것이다.

 

"그런데...어떻게....."

"선 여자입니다. 선천적으로 더 유연하다고요. 선배님도 테크닉이 좋긴 하지만 유연성 면에선 제가 더 좋았습니다. 유연성에서 뒤진 선배님이 지신건 덩안협니다"

"쳇....."

"되례 선배한테 훈계까지 하는 미나. 환은 기분이 상했찌만 받아들일수 밖에 없었다. 사실이었기 때문에...

 

태석이 대련장으로 들어와 그런 둘을 봤다.

 

"이것들 어디갔나 했더니. 여기있었구만!!"

"선배님"

"일단 살인사건 케이스는 미해결로 남기기로 결정됐다는구나. 우린 그걸 따를 수 밖에 없고.."

"하지만...증거가......"

"증거가 없지? 그러니까 미해결로 넘기는거야. 1주일 넘도록 이렇다할 증거를 못찾았으니 당연한거지."

"아아아아"

 

환과 마나는 바닥에 주저앉으며 탄식하고 말았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애초에 없었다. 현장에거 몇날 며칠을 꼬박 새봐도 증거는 나오지 않았고 사건파일을 이 잡듯 뒤져도 뭐하나 건질수가 없었다. 너무도 깨끗했다. 마치.....사신이 지나간 자리 처럼.....

 

"사실 나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야. 뭐라도 단서가 하나 나올법도 한데.....아무것도 없으니 뭐"

태석의 한풀이에 환은 다시 깊이 생각에 빠졌다.

미나는 또 그런 둘을 보고 뜻모를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선배님들...이럴땐 땀을 흘려야 합니다. 저 아직 힘 남아있으니 저와 대련을......서....선배님?"

미나의 입에서 대련이란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환과 태석은 저멀리 도망가 버렸다.

미나의 외침은 허망하게 울러퍼졌고, 미나와 동기인...하지만 10살이나 어린 신출내기 형사가 때마침 그 앞을 지나가다가 미나에게 걸렸다.

그 형사는 최태석 형사와 같이 식사를 하기로 약속되어 있었지만 대련병이 도진 미나에게 걸리자, 환과 태석은 그 형사를 제물(?)로 바치고 그대로 도주해 버렸다.

 

그날.....대련장에선 한 남자의 처절한 비명이 울려퍼졌다고 한다.

 

 

==한강호텔 1107호==

은수는 여전히 답답하기만 했다. 그 사신 녀석이 갑툭튀 한것도 이상했지만 왜 같은 장소에 있었을까가 더욱 신경쓰였다.

어쨌거나 K에게 보고는 해야 했기에 컴퓨터를 켰찌만 K에게서는 응답이 없었다. 교신시간을 어기는 녀석은 아니건만 응답이 없더라도 바쁜일이 있겠거니 생각해봄직도 한데, 정황상 모든 일이 짜맞춘 것 처럼 정교하게 돌아가는 것이 신경쓰였다.

무엇보다 자신은 계약을 도둑맞지 않았던가...열쇠라고 생각되는 K에게서도 별 응답이 없는 걸을 본 은수. 기분이 묘했다.

은수는 전화를 집어들었다.

 

연결음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담당자가 받았다.

"1107호 입니다. 에스프레소 진하게 한잔 부탁해요"
"알겠습니다. 손님. 금방 올라갈겁니다"

은수가 생각에 잠길때마다 진한 커피를 마시는 것은 최근 들어 생긴 습관 같은거였다.

잠시 후 소정이 진한 커피가 담긴 잔을 들고 올라왔다.

 

"에스프레소 가져왔습니다. 손님"

"아. 저 테이블 위에 놔주세요"

"알겠습니다."

 

왠지 차가워진 말투, 그리고 거리감이 느껴지는 행동들..은수는 이것또한 왠지 신경쓰였다.

은수는 넌지시 소정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소정씨"

"네. 손님"

"무슨 일 있나요?"

"아닙니다. 왜 그러시죠?"

"아니 오늘 좀 기분이 안 좋아보여서..."

"아닙니다. 가겠습니다"

"무슨 일인지 말해주시면....."

"소정씨!!"

 

은수의 갑작스런 일갈에 멈춰선 소정. 하지만 여전히 별일 없었다는 듯 자리를 옮기고 말았다.

은수는 불안했다. 저 여자가 내 비밀을 안 걸까? 아니면 나에 대해 의심을 품기 시작한 걸까?

생각에 얽히고 설키면서 은수는 점점 복잡한 심경이 되어갔다.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시켰던 커피가 더욱 미궁속에 빠트리는 용암이 되고 말았다. 아마도...오늘 밤은 무척이나 길 것 처럼 보였다.

 

==하숙집==

차문기는 자신이 대등하게 은수와 맞섰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육탄적으로만 본다면 자신의 완패였다. 막아내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한물 갔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그는 여전히 강력했고 여전히 노련한 킬러였다. 자신의 우상이었던 그와 동급이라 여겼던 자신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접선자는 갑자기 행방불명이고, 갈길은 잃었다. 문기는 잠시 동안만 숨어지내리고 생각하고 문을 굳게 걸어잠궜다.

문기 역시도 생각이 깊어지는 밤이었다.

 

 

==한강호텔 1107호==

 

새벽 2시. 은수는 싸늘한 바람속에 나부끼는 빗방울이 유리창에 들러붙고 흘러내리는 것을 보며 깊고 깊은 상념에 빠졌다. 여전히 많은 생각만을 남기는 최근의 일들....K는 잠적했고 잊고지냈던 사신이 튀어나오지 않나, 계약이 도난당하질 않나, 게다가 자신을 의심하는 듯한 사람도 나오기 시작했고, 이 모든 것이 한꺼번에 이루어지니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만일 의김하는 것이 사실일 경우 적당히 떄를 봐도 떠나야 했다.

 

그때 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누구시오?"

은수가 특유의 편안한 어투로 말하며 문을 열었다. 소정이었다.

술에 잔뜩 취했는지 몸은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었고 술냄새가 진동했으며 비를 맞아 흠뻑 젖은 상태였다.

유니폼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복이었지만 소정이란 것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끄아아아아~~" 풀썩.

열린 문으로 들어오다가 방바닥에 널브러지는 소정

은수는 당혹스러웠다.

 

"야. 양은수"

술취한 목소리 치고는 꽤 또박또박한 발음. 하지만 벌개진 그녀의 얼글은 그녀가 취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너 이씨. 내가 널 몇달째 관리하고 있는데, 뭐 보너스 하나도 없냐? 이씨"

"........"

"너. 임마. 그러는거 아냐. 알아?

딸꾹질 까지 해가며 주저리주저지 헛소리 늘어놓는 소정을 보면서 은수는 한편으로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눈치가 없는거야. 뭐야? 어? 내가 그렇게 눈길을 줘도 모르고 말야. 너 바보냐?"

 

그 순간 은수는 온 몸의 나사가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자신을 의심한다고 생각하던 여자가 다른 이유로 자신에 대한 태도가 달라진거라 생각하니 맥이 탁 풀렸다.

 

은수는 살짝 웃으면서 소정에게 다가갔다.

 

"너...잘생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돈 때문도 아니지만......나 너한테 관심 있었다고. 내가 이런 말까지 해야겠냐?"

은수가 소정을 안아올리려고 하자. 소정은 몸부림치며 소리쳤다.

"놔~ 이거. 나. 오늘 너 때문에 술 한잔 하고 너 혼내주려고 왔어. 너. 이리와...나한테 10대만 맞아. 이라와"

제대로 서지도 못하면서도 비틀거리며 두발로 일어선 소정. 하지만 또 한번 주저앉고 말았다.

"이씨....너 임마....@#$@%"

 

결국 쿨쿨 잠들어버린 소정을 안아올린 은수는 침대에 그녀를 눕히고 다시 상념보드로 들어갔다.

썌근거리며 자는 소정을 보니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지금 그에게는 더욱 중요한 일이 앞에 있었다.

하지만 그의 그런 상념은 오래가지 못했다.

소정이 잠결에 한 말이었찌만, 그것은 그에게 충격이었다.

 

"야. 양은수, 나....너 킬러인거 다 알아"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