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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Black Widow

2011.01.10 11:31

씽크패드 조회 수:38603

이따금 등이 나간 껌뻑 거리는 복도를 걸어간다.

앞에서 적어도 나보다 3배는 커보이는 남자의 뒷모습 위론 끊임없이 연기가 나오고 있다.

 

그가 뱉어내는 수많은 불평들은 이미 나의 귀로 들어와 그저 반대편 귀로 흘러나갈 뿐이다.

주변을 살짝 둘러봐도 여기는 정말 적막한 곳이다.

 

".....................................................그러니까 ....................그...........................검둥이가........................"

 

다시 그의 뒷통수를 보며 조금씩 그에게 집중을 해본다.

 

"....................안내고.............도망을 갔어, 망할 검둥이 자식 틀림없이 비디오나 스테레오 따위를 가지러 올테니 누군가 주변을 얼쩡거리면 나한테 바로 연락을 하라구"

 

그가 잠시 멈추곤 나를 돌아본다.

어색하게 한번 미소를 지어 줄뿐이다.

 

"그나저나 아가씨도 그렇게 도망 가는건 아니겠지?"

 

내가 고개를 끄덕 거리자 그는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리곤 이어 꺽어지는 곳에서 계단을 올라간다.

계단은 네모를 그리며 걸물의 가운데에서 위로 올라가는 모양 이었다.

올라가며 힐끔 힐끔 쳐다봐도 등이 껌뻑 거리는 것은 위나 아래나 한두군데가 아닌것 같다.

 

'구두쇠 같이 등이나 좀 갈아주지....'

 

"망할 자식들이 벌써 7놈이나 도망을 갔다구, 나도 돈만 제때 받으면 저런 등 같은건 싹 갈아줄거야"

 

놀라서 그를 쳐다보니 내가 등을 쳐다보고 있던걸 본듯 그가 나를 보고 있었다.

잠시 의 침묵이 흐른후 그가 나를 보며 말했다.

 

"그나저나 아가씬 이런 곳에서 살 사람 같진 않은데 말이야, 3층에 사는 창녀 같은 부류로도 안보이고...."

 

내가 뭔가 말을 하기도 전에 그는 이내 고개를 돌리고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곤 시가를 문 입에선 또다시 불평이 나오고 있었다.

 

"그 창녀년 내 아파트 에서 장사도 하는 모양 이던데 꼬투리 하나라도 잡히면 당장 경찰을 불러 버릴꺼야"

 

담배연기를 한번 뱉어내곤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마다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 스스로 에게 원망이 생겼다.

사람이 도망가고 더러운 아파트에, 창녀가 손님을 끌고오는 최악의 상황까지....집에 도둑만 안들었어도..내가 사진이나 찍는다고 시간 낭비만 안했어도...잠시 생각 하던 차에 어느새 그가 문앞에 서있었다.

 

5층을 올라온 그의 거대한 몸은 숨을 헐떡이느라 어깨가 움직이고 있었고, 이마엔 땀이 고여 있다.

 

"안에 기본 살림은 다 있으니까 바로 들어 오기만 하면 될거야, 명심해! 안에 살림은 내 담보야 빼내거나 팔생각은 하지도 마!"

 

그가 가르키는 문 앞에는 503 이라는 숫자가 적힌 네모 판이 붙어 있었다.

 

'503호 라...'

 

"흠 흠"

 

기침 소리에 그를 돌아보자 그의 얼굴은 나의 대답을 기다리는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네 그런일 은 절대 없을 거에요"

 

내가 미소를 지으며 그를 안심 시키자 그는 그제야 만족 했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키를 건네 주었다.

 

"그나저나 짐은 그 박스 하나뿐이야?"

 

그가 의심 스럽다는듯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뇨 우선 간단한 옷가지만 가져 왔어요 내일 친구 차로 나머지를 옮길려구요"

 

"사진작가 라구?"

 

나의 대답에 그가 이내 말을 돌리며 물었다.

 

"네"

 

잠시 머리를 굴리던 그가  계단을 내려가며 한마디 던졌다.

 

"나중에 내 사진좀 찍어줘"

 

대답은 안듣겠다는듯 그는 이내 계단을 내려갔다.

 

잠시 멍해 있던 나의 코에 그가 남기고간 시가 냄새가 찔러 들어왔다.

역한 냄새에 얼른 열쇠를 넣어서 문을 열었다.

 

정리되지 않은, 심지어 소파 앞  테이블 위에 있는 맥주병과 스낵 부스러기 들은 마치 방금이라도 누가 거기서 뒹굴며 TV를 보면서 맥주를 마셨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모습 이었다.

 

단지 조금씩 쌓여있는 먼지들이 그상태 그대로 시간이 멈췄음을  설명해 줄 뿐이었다.

간단히 정리를 하자 하고 시작했던 청소는 11시를 훌쩍 넘겨 끝이 났다.

먼지를 털기 시작하자 미처 신경 쓰지 않았을땐 보이지 않던 쓰레기 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긴 여자의 머리카락, 그것은 마치 자랑하러 누군가 하나하나 놓은것 처럼 방 구석구석 이곳 저곳에 널려져 있었다.

 

뭉쳐있거나 하지 않아서 눈에 잘 띄질 않앗지만 막상 치우기 시작하자 그 양은 상당했다.

 

"탈모라도 걸린건가... 이정도 머리면 모아서 가발도 만들겠네...."

 

침대 밑을 정리하러 다가갔다가 그냥 침대위로 쓰러졌다.

귀찮음과 피곤함, 두가지가 밀려오자 모든게 하기 싫어진거다.

복잡한 머리 와는 반대로 몸은 이내 침대로 녹아들기 시작했다.

 

"............!"

 

얼마나 잠들었을까? 알수없는 느낌에 아니 정확히는 소름 끼치는 느낌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

문밖에서 나고 있는 그 날카로운 느낌은 술에 만취된 사람 이라도 술이 깰정도로 소름 끼치고 정확했다.

 

금방 이라도 문을 열고 들어올것 같은 그 알수 없는 정체는 문밖에서 나를 보고있는듯 했다.

나를 천천히 살펴보곤 (알수 없지만 그렇게 느껴졌다.) 이내 사라졌다.

 

순간에 풀려버린 긴장감은 이내 몸의 피로로 다가왔고 몽롱한 정신은 다시금 침대로 녹아들어갔다.

 

얼굴에 비쳐지는 햇살에 눈을 떴을때는 늦은 아침 이었다.

몸은 온통 땀으로 젖어 있었다.

 

문쪽을 바라 보았지만 문이 열려 있거나 하지는 않다.

일어나 샤워를 하러 가면서 머리속으로 상황을 정리 하려 애써본다.

 

낯선 곳에서 긴장을 했거나 아파트에 유령이 나오거나,   사람이 그렇게 문밖에서 존재감을 낼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유령 사진을 찍으면 돈이라도 벌려나...'

 

샤워기를 틀면서 잠깐 했던 생각은 이내 작은 웃음으로 사라진다.

 

"내가 돈이 급하긴 급하구나..."

 

누가 들으라는 듯이 내뱉은 혼잣말은 샤워기의 물소리에 잡겨 흘러내려갔다.

 

샤워를 마치고 이리저리 머리를 털며 소파에 앉자, 문득 어제는 보지 못햇던 tv위의 액자 에 눈이 갔다.

서너개의 액자 속엔 공통된 한사람이 있었다.

 

제법 건장한 덩치에 머리는 짧은 흑인 남성, 특히 가장 큰 액자에 있는 큰 물고기를 들고 웃통을 벗고 찍은 사진엔 몸에 문신이 다양했다.

근육질은 아니지만 그래도 건장한 체격은 골목길에서 마주치면 저절로 몸을 피해 갈정도로 건장하고 위협적으로 보였다.

뭔가에 쫒겨서 도망갈 사람으로는 절대 보이지 않았기에 오히려 갱단인데 어딘가에서 살해라도 된건가 하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설마 청소하는 중에 마약 이라도 나오는건 아니겠지?"

 

집주인은 도망갔다고 표현 했지만, 이정도로 쓰던 상태 그대로 라면 이건 어딘가 에서 사고를 당해서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살던 여자가 신고는 하지 않은건가? 아니면 둘다 여자는 따로 살해된건가?"

 

그러자 머리속에는 여러가지 가상의 상황들이 떠올랐다.

가령, 어제 상황도 누군가 그를 죽이러 온 아니면 그의 죽음을 확인하려는 사람이 온걸지도 모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목숨이 위험할수도 있다는 현실적인 공포가 밀려왔다.

 

'아 어쩌다가 이런곳으로 온거지....'

 

후회를 해봐도 이미 답은 안나오는 상황 이었다.

이러고 고민을 하느니 그냥 뭔가를 해야겟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 살림을 제외한 먼저 주인의 물건들을 모두 박스에 담아가기 시작햇다.

여러 옷가지 잠바, 심지어는 서랍안에서 리볼버 권총도 나왔지만 여자의 살림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외출복 이나 속옷 같은거에서부터, 화장품 심지어는 여자 사진조차 나오질 않았다.

 

집에 창녀라도 들였나...아무리 그래도 여자친구 라면 사진이라도 하나 있어야 되는데....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침대도 버리고싶어졌다.

그 침대에서 마약에 찌든 두 남녀가 뒹굴엇을 생각을 하니 몸이 가려워 지기 시작햇다.

 

쓰레기기 들을 들고 건물 뒤에 쓰레기 장으로 향햇다.

리볼버는 잠깐의 고민 끝에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다시 서랍안에 집어넣엇다.

 

건물뒤 쓰레기 장은 한마디로 아수라장 이었다.

여기저기 터져있는 봉지들에 널려있는 쓰레기들, 주변에는 정체를 알수없는 여러 쓰레기 들이 널려잇었다. 

뚜껑을 열고 습관적으로 고개를 돌리고 쓰레기를 부을려는 찰나 였다.

 

"텅!"

 

쓰레기통 안으로 무엇인가가 떨어지면서 먼지와 쓰레기가 밖으로 튀었다.

더럽다는 느낌보다 내가 맞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화가나서 위를 쳐다보았다.

 

"!"

 

검은 머리의 검은 눈동자 3층에 있어도 눈에 확띄는 외모의 여자,긴 검은머리는 산발한듯 뻣쳐있고 눈동자가 2배는 커보일 정도로 진하게 칠한 마스카라는 검은색 이었다.

입술의 립스틱 도 검붉은색, 펑크족의 표본 이라 불러도 좋을만치의 시커먼 화장들, 거기에 약에 쩔어있는듯 몽한 눈과 핏기없는 얼굴

아마도 집주인이 말한 3층의 창녀가 그녀인듯했다.

 

"이봐요 뭐하는 짓이에요 사람이 맞을뻔 했잖아요"

 

귀찮다는듯이 날 쳐다보던 그 얼굴은 이내 창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황당함 과 함께 올라오는 약간의 화에 주변을 둘러보니 그제야 느껴지는게 있었다.

유달리 지저분한 주변 환경 옷가지 부터 깨진 병들, 알수없는 가루들,붕대.... 아마도 그녀는 귀찮을때 마다 저렇게 쓰레기를 밖으로 던진듯 하다.

 

"쓰레기로 벽이라도 쌓을 셈인거야?"

 

일부러 큰소리로 불평을 하고는 나머지 쓰레기를 부어버리고 뚜껑은 닫지않고 올라왔다.

최소한 뚜껑에 쓰레기가 부딫혀서 사방으로 퍼지는것 보단 나을테니까...

 

나머지 짐을 가지고 이 아파트로 돌아왔을때는 어둠이 조금씩 깔릴 무렵 이었다.

아파트 입구에 들어설 즈음에 쓰레기통이 있는 골목 쪽에서 뭔가가 움직였다. 

가만히 응시를 하자 무언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파트 에서 나오는 몇몇 집 창문의 빛이 물체를 구별할수 있게 도와주고 있었다.

 

건장해 보이는 남자 와 상대적으로 더 작아 보이는 여성, 어두운 밤 보다 더 어두워 보이는 긴 검은 머리카락.. 그 머리카락을 보는 순간 몸이 굳어 버렸다.

알수없는 긴장감에 등으로 땀이 흘렀다.

잠시 굳어버린 다리가 다시 움직여 지자 본능적으로  아파트 입구에 숨어서 그들을 지켜 봤다.

 

간간히 들리는 말과 그들의 행동으로 봐선 그녀가 손님을 상대하고 있는듯 보였다.

 

증거를 남기고 싶었는지 아니면 그녀를 찍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짐에서 카메라를 꺼내서 그녀를 찍기 시작했다.

긴 검은 머리에 마약중독자 같이 마른 팔다리, 그리고 검은 원피스 렌즈 너머서도 소름이 끼쳐지는 이상한 기분이 느껴졌다.

어제 밤에 느낀 그 이상한 소름돋음, 어쩌면 그녀가 그 주인공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햇다.

 

"!"

 

그녀가 이쪽을 한번 바라 보았다.

무표정한 얼굴로 그저 한번 스윽 보고는 이내 다시 고개를 돌려 사내를 쳐다보며 말을이어갔다.

그녀는 처음부터 내가 여기 있다는것을 알고 있었다는 그런생각이 들었다.

 

잠시후 그들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아마도 협상이 끝난듯 했다.

 

서둘러 카메라를 숨기고 짐을 챙겨 계단을 올라갔다.

 

"이봐 거기 금발~"

 

뒤를 쳐다보자 한손에 그녀를 끌어안은 거구의 사내가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적어도 그녀보다 2배는 커보이는 큰 덩치의 남자는 건장한 팔뚝으로 그녀의 허리를 뒤에서 부터 감고 있었다.

걷어 올린 팔뚝으로 보이는 다양한 문신은 적어도 그가 갱단 이거나 폭력배 둘중 하나일 거라는 느낌을 가지게 만들었다.

 

"돈은 많은데 같이 들어갈까?, 난 너같은 금발계집은 뒤로 먹을때가 제일 맛있더라구... 케헤헤 금발이 출렁 거리잖아"

 

미친듯한 그의 웃음을 뒤로하고 대꾸도 안하고 계단을 도망치듯 빠른 걸음으로 올라갔다.

전같으면 마주쳐도 재빨리 스쳐 도망가듯 지나갔을 그런 부류의 남자가 말을 거는 것이 무섭기도 했지만,  그녀와 같은 부류로 취급받았다는 자체가 더욱 기분이 나빴다.

 

"니방 까지도 울려퍼질꺼야, 이년이 내뱉는 교성이"

"그 소리에 달아오르면, 내려오라고 너도 즐기게 해줄테니 케헤헤헤헤"

 

3층 복도로 들어서면서 사내가 남긴 말이었다.

술에 취한 목소리는 계단과 복도에 울려 퍼졌다.

그가 날 잡아 끌고갈것 같은 공포에 거의 달리듯 계단을 뛰어 올라와 문을 힘껏 닫앗다.

잠금쇠를 걸자 이내 눈물이 나왔다.

 

공포도 공포였지만 역겨운 그의 말투, 그런 말투는 그에게 강간이라도 당한듯한 기분 이었다.

짐을 내려놓곤 바로 샤워를 했다.

이런 기분 자체를 씻어버리고 싶었다.

 

샤워기를 틀자 물은 몸을타고 흘러내려갔다.

내 울음도, 더러운 기분도 같이 흘러내려 가는듯 했다.

그 기분은 머리를 피곤하게 만들었다.

 

지친몸을 수건으로 감고 나오자 그냥 침대만이 보였다.

아침의 더러움 같은건 이미 머리속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쓰러지듯 몸을 움직여 침대로 쓰러졌다.

잠시 침대에 몸이 늘어지나 싶더니 몸의 신경이 곤두섰다.

 

몸에 신경 하나하나가 어떤 파장에 반응을 하는 기분 이었다.

전신으로 느낄수 있던 그 기분은 내 앞에 하나의 그림을 그려가고 있었다.

 

그 그림은 바로 3층에서의 움직임 이었다.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었으나 난 확실히 알수 있었다.

 

그것은 두사람의 움직임 이었다.

알수없는 상황에 놀라 몸을 움직이려 했으나 가위가 눌린듯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몸은 침대에 달라붙어 그저 내몸이 느끼는 그 상황을 지켜볼 뿐이었다.

 

둘이 어떻게 달라붙어 있는지 둘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나는 알수 있었다.

그것은 마치 영화 '블라인드 퓨리' 에서 장님인 주인공이 기척으로 사람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그런 느낌일듯했다.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가 밑에 깔린 작은 몸체에 폭풍같이 짖누르고 있었다.

격렬한 움직임이 마치 진동이 울려퍼지듯 고스란이 전해졌다.

그리고 그 거대한 덩어리는 아까 그 남자임을 알수 있었다.

 

나는 지금 둘의 정사를 몸으로 보고있는 것이었다.

어떤 표정인지,어떤 소리를 내는지는 알수 없었지만 확실하게 알수있었다.

 

위에서 짖누르는 자는 사내, 밑에서 그것을 받아내는 자는 3층의 그 여자 라는 것을...일순간 기억이 났다.

 

'그래 이 느낌 어제밤에 느낀 그 느낌이야'

 

죽일듯한 살기에 놀라 상황 파악을 못했지만 어제밤에 자다 일어났을 때에도 이런 느낌이었다.

밖의 상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수 있었던, 짧은 순간이고 살기에 놀라 지금처럼 관찰 할수는 없었지만, 만일 지금처럼 관찰할수 있었다면 어제 문밖의 그 상대도 대강 어떤 크기인지 정도는 알수 있었을거다.

 

생각도 잠시 나의 신경은 더욱 격렬한 파동에 다시 집중되어졌다.

남자의 움직임이 더욱 격렬해졌다.

그리곤 한순간 멈추었다.

 

잠시 몸을 떨던 남자는 이내 밑의 여자 에게로 쓰러졌다.

잠시 헐떡 거리던 그는 이내 몸을 돌려 누었다.

 

조용한 파동에 나는 집중을 풀수 있었다.

이내 몸이 조금 움직여질수 있었다.

일어서려 할때 였다.

 

급한 파동이 몸을 타고 전해졌다.

아까와는 다른 또다른 격렬함, 둘이 하나로 붙어있었지만 이번엔 아까와 달랐다.

 

사내의 몸에 여자가 달라붙었다.

그것은 매달렸다는 표현보단 달라붙었다는 표현이 맞을것 같았다.

무엇인가로 감싸 쥐듯 그녀는 그의 몸에 감아 달라붙었으며, 사내는 격렬한 저항으로 몸부림 치다 몸을 일으켰다.

 

몸을 이리저리 흔들자 그녀읨 몸이 조금 흔들거렸다.

팔과 다리로 다시 그를 꽈악 안았다.

격렬하던 그의 반항도 이미 지친 상태에선 오래가지 못했다.

 

그는 다시 침대에 쓰러졌고, 그녀는 그를 묶었던 무언가를 풀기 시작했다.

그것은 다시 그녀의 몸으로 돌아갔다.

그리곤 그의 얼굴에 그녀의 얼굴이 덮쳐졌다.

 

격렬한 경련, 허나 그뿐이다.

그이상 반항도 할수 없었다.

그는 그녀에게 먹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수있었다.

그녀는 방금 그를 사냥한 것이다.

그리곤 지금 그를 먹고있었다.

 순간 느껴지는 살기! 그녀가 나를 바라봤다.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알수 있었다.

 

어제밤의 그 살기로, 그녀는 나를 쳐다봤다.

내가 자신을 보고있다는 것을 그녀는 어떻게 알았을까? 생각도 잠시 그녀의 살기가 움직이더니 나에게 다가오는듯 햇다.

 

소스라치게 놀라 정신을 차렸다.

몸은 이미 움직여 졌다.

얼른 튀어나가 문의 잠금을 확인했다.

문은 이미 아까 사내에게 느낀 공포로 인해 잘 잠겨진 뒤였다.

 

책상의 리볼버가 생각이 났다.

나는 리볼버를 꺼내들곤 문을 바라보고 잇었다.

그리곤 본능 적으로 문을 겨눴다.

총구는 마구 떨렸다.

묵직한 총이 무겁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앞서 내몸은 이미 공포심에 떨리고 있었다.

 

정적...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미친듯이 덜컥 거릴줄 알았던 문은 조용했으며, 나를 깨웠던 살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잠시 조용한 정적이 흘렀다.

 

문을 바라보고 있는 내 심장은 터질것 같았다.

밀려오는 공포 땀을 얼마나 흘렸을까, 잠시 시원한 바람이 목덜미를 스쳐지나갔다.

그 시원함에 잠시의 이성이 돌아왔을까? 문득 내가 들어오자마자 문을 잠그고 창문을 잠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어떻게?'

 

고개를 돌려 창가를 바라본것은 순간 이었다.

 

"!!!!"

 

열려진 창문으로 그녀가 들어오고 있었다.

뻑뻑하게 녹이 슬어 미처 잠그지 못한 구석쪽 창문으로 그녀의 상체가 들어오고 있는 그 광경은 공포 그자체였다.

그 검은 머리는 사방으로 퍼져 주변의 물건에 붙어있었다.

마치 독립적으로 살아있는 물건 처럼 꿈틀거리며 이곳저곳에 기어퍼지고 잇었다.

 

드러누은 상태로 기어들어오는 그녀의 팔은 뒤로 꺽여져 마치 벌레의 다리처럼 보였으며 배는 하늘을 향해 남산 만하게 부풀어 있었다.

아까의 마른몸이라곤 상상할수 없을정도였다.

다리가 더 길기 때문에 배는 비스듬이 위로 올라가 있었다.

그 배를 보자 아까의 사냥이 떠올랐다.

 

사내를 먹은 흔적을 배가 보여주고 있었다.머리카락은 밑으로 퍼지면서 그녀가 움직이는걸 도와주고 있었다.

그녀는 그 머리카락으로 벽에 붙어서 5층까지 올라온듯했다.

천천히 기어들어 오지만 눈은 정확하게 날 보고 있었다.

 

커다란 눈은 전체가 검은색으로 눈동자 같은건 보이지 않앗다.

주변에서 들어오는 빛으로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미칠듯한 공포에 자칫하면 리볼버를 떨어 트릴뻔 했다.

손으로 다시 리볼버를 의식하자 방아쇠를 잡은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타앙!"

 

굉음과 함께 몸은 누가 민것처럼 뒤로 밀려났다.

균형을 못잡고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었지만 바로 정면을 응시했다.

총을 맞았는지 알순 없지만 그녀는 잠시 멈춰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눈은 날 바라보고 잇었다.

뒤짚어진 얼굴에 표정없는 얼굴이었지만 아까보다 화가났음이 느껴졌다.

 

머리카락이 빠른속도로 나에게 다가왓다.

바닥에 물을 부을때 처럼 방을 덮어 밀려오는 그것은 확실히 나를 노리고 있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침대위로 몸을 날렸다.

 

둔탁한 충격이 몸을 덮어왔다.

굴르듯 몸을 일으키며 뒤를 확인했다.

그녀는 아직 그자리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끼이익"

 

침대가 그녀쪽으로 끌려갔다.

문쪽으로 몸을 날려 점프를 했다.

머리속은 도망가야한다 라는 생각 밖에 없었다.

 

덜그럭 소리가 몇번이 낫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손가락은 떨리느라 제대로 잠금쇠를 돌리지 못햇다.

더군다나 한손엔 총을 들고 잇어서 한손으로 그것을 열자니 더욱 조급해 질 뿐이었다.

 

뒤를 보니 그녀가 빠른속도로 내쪽으로 기어오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일정거리에서 조금씩 그녀가 다가올때 마다 내쪽으로 접근해 왔다.

 다급한 마음에 총을 거꾸로 쥐고 손잡이를 몇번 내려쳤다.

힘주어 다시 내려치자 문의 손잡이가 덜렁거렸다.

 

문이 열리자 뒤도 안보고 밖으로 튀어나갔다.

넘어지듯 달려나가 계단 난간을 잡고 내려가려 할때 였다.

 

내려가는 계단 통로에 쳐져있는 검은 머리카락들, 흡사 그것은 거미줄 처럼  통로에 쳐져있었다.

순간적으로 '머리카락 따위야' 하는 생각이 들엇지만 그 머리카락은 그대로 나를 사로잡을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사삭"

 

그녀가 다가오는 소리였다.

옥상쪽 계단으로 올라갔다.

철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있었다.

 

주면이 어두워 졌다.

뒤를 돌아보니 그녀는 아래계단에서 기어올라 오고 있었다.

머리카락은 모두 펼쳐진채 나를 집어삼킬듯이 꾸물 거리고 있었다.

 

두손을 꼭 쥐어 총을 잡곤 그대로 자물통을 쏴버렸다.

어깨에 통증이 덮쳐왔다.

극심한 통증에 몸은 이내 균형을 잃엇지만 마지막 힘을 다해 문쪽으로 쓰러졌다.

 

쓰러지면서 쇠문을 열었다.

몸을 굴려옥상으로 굴러간뒤 발로 열려잇는 쇠문을 힘껏 밀어버렸다.

묵직한 소리를 내면서 문이 닫혓다.

 

눈앞에 짤막한 파이프가 보였다.

바로 집어서 옥상 쇠문 문밑의 틈에 끼어 놓곤 다시한번 발로 차넣었다.

 

뒤이은 타이밍에 바로 문이 쿵하고 흔들렷다.

몇번더 쿵쿵 하고 문에 충격이 전해져 왓지만 난 죽을 힘을 다해 쇠파이프를 발로 밀어넣었다.

 

파이프는 쇠문 바로 밑의 조그마한 턱에서 단단하게 고정 되어있었다.

문을 열려는 그녀의 시도는 이내 잠잠해 졌다.

도망갈 길을 찾기 위해 기어서 난간으로 다가갔다.

 

팔에서 나는 피가 손으로 타고 흘럿다.

총을 바지춤에 끼어놓곤 반대 손으로 피가 나는 곳을 누르며 천천히 난간으로 다가가는 찰나였다.

그녀는 난간에서 옥상으로 천천히 기어올라 오고 잇었다.

 

쭉 펼쳐져 나온 그녀의 머리카락은 내 발목에 감겨 그대로 나를 넘어트리며 그녀에게 끌어 당겨졌다.

재빨리 바지춤에서 권총을 꺼냈다.

총구를 그녀를 향한뒤 방아쇠를 몇번 당겼다.팔의 통증이 더 거세졌다.

반동으로 튕겨진 손에서 총은 떨어져 날아갔다.

 

발목에 감긴 그녀의 머리카락이 느슨해 지는 느낌이 들자 재빨리 발을 빼고 몸을 돌려 도망갔다.

일어나려 손을 짚는 순간 팔의 힘이 빠지면서 고통이 밀려왓다.

막고있던 반대편 손가락 사이사이로는 피가 넘쳐 나오고 있었다.]

몸은 다시 바닥으로 쓰러졌다.

 

뼈가 상한듯 팔을 움직이기가 힘들어졌다.

간신히 몸을 돌려 하늘을 향해 누웠다.

아래를 보니 그녀가 다가오고 있었다.

 

몸의 힘이 빠졌다.

손가락으로 새어나오는 피처럼 절망이 스며나왔다.

그저 누워서 그녀가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입이 옆으로 쭈욱 찢어지며 고개가 비틀린채 누워서 다가오는 모습은 공포 그자체였다.

 

다가오던 그녀가 순간 멈추더니 잠시 경련을 했다.

구름이 걷히고 담빛이 비추자 그녀의 모습이 더욱 선명히 보였다.

그녀의 볼록한 배에 구멍이 나있었다.

 

그리 큰 구멍은 아니엇지만 거기로 연신 무엇인가 뛰어 나올듯이 안에서 부터 비집고 나오는듯 볼룩 거려서 눈에 띌수박에 없었다.

고통스러운듯 얼굴을 찡그리던것도 잠시 이내 그 구멍에서 시커먼 무엇인가들이 기어 나왔다.

 

작은 머리들 아니 정확히 작은 머리들에 매달린 더욱작은 몸통 기어나온 그것들은 스무마리 정도 되어보였다.

끼이이이하는 고음의 소리가 그녀의 입에서 새나오는가 싶더니 이내 그 작은 녀석들이 그녀의 몸을 갉아 먹기 시작햇다.

순식간에 그녀를 갉아 먹은 그 것들은 머리카락을 펼쳤다.

 

산산한 밤 바람에 이내 녀석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날아가기 시작햇다.

그녀와 똑같은 검은머리에 쾡한 얼굴 하얀 피부에 검은 눈동자를 가진 수많은 그녀들은 저녁바람을 타고  내 눈앞에서 소리도 없이 도심속으로 퍼져 날아가 이내 흔적도 없이 흩어져갔다.

 

그녀들의 흔적을 눈으로 쫓다가 이내 나는 그자리에 쓰러져 버리고 말앗다.

그리고 천천히 의식은 희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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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머리에 하얀피부 눈밑의 검은 화장 마약이라도 한듯 삐쩍 마른 몸, 그녀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간다.

어느덧 도시의 하늘은 깔려오는 어둠으로 검게 물들었다.

먹이를 찾아 그녀는 도시로 나가고 있었다.

 

어깨의 상처도 예전의 금발머리도 이미 그녀에겐 중요치 않을것이다.

그전의 그녀가 그리했듯, 어딘가의 그녀가 그렇게 하듯, 그녀역시 먹이를 찾아 씨를 잉태하고 그들을 먹음으로 그 씨를 키울것이다.

 

그리고 언젠간 그녀들을 다시 세상에 더욱 퍼트릴 것이다.

오래전의 그녀들이 그리했듯이 말이다.

 

 

 

 

 

p.s:아... 작년 소설란이 생긴후 부터 잡고있던 이녀석을 드디러 이렇게 끝을 내게되는군요 시도해본적 없던 1인칭 시점은 정말 사람의 머리에 쥐가 나게 만들었습니다.

글은 어느 부분부터 더이상 표현할 방법을 못찾아서 정지 상태가 되었구요..지워 버리고 다시 3인칭으로 처음부터 써나갈까 그 수많은 고민들은 일할때 조금씩 놀때 조금씩 적당한 표현을 찾아내더니 현실의 나와 타협하여 원래 머리속의 연출된 장면을 수정하고, 지우고 잘라버리더니 드디어 원 설정과는 전혀 다른 요상한 녀석을 만들어 내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제가 만든 것이기에 부끄럽고, 그러면서도 재미가 있길 조금 바래봅니다.

언제고 지금보다 표현력이 더 풍부해 지면 그땐 꼭 다시 원래 생각나던 연출대로 다시한번 써보고 싶어지내요^^

 

많이 배운적 없고 전문적인 글 공부를 한적도 없는 녀석이라 많이 허접할테지만 그래도 참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