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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ractor - (5화)

2011.01.05 01:46

라면국물 조회 수:24276

== 한강호텔 1107호==

은수는 접선지에서 디스크를 전해주고 지금 막 200억이 입금되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뭐 늘상 있는 일이지만 이번만큼은 조금 달랐다.

200억이란 거금이 이렇게 쉽게 입금된 것, 그리고 디스크..... 어느것 하나 석연찮은 것이 없었다.

아니 자신이 죽인 하영수 영감이 해외로 갔다는 것으로 별절된 것 자체부터 뭔가 꺼림칙했다. 대체 그들은 왜 하영수 영감을 죽은 것으로 하지 않고 해외로 이주시키려 했을까. 그리고 그들은 누구일까. 게다가 이렇게 큰 돈을 자신에게 주는 이유는 뭘까. 이런 것들이 내내 궁금해왔다.

은수는 다시 창 밖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딩동~~

 

방의 벨이 울렸다. 은수는 천천한 발걸음으로 방문을 열었다. 소정이었다.

"손님께 전할 메시지가 있습니다."

새삼 바르고 꼿꼿한 자세가 된 소정이 다소 거리감을 줬지만 한장의 쪽지를 건네는 소정의 모습엔 이전에 없던 기품마저 보일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런데 왠지 소정의 모습은 차가워진 모습과 은수를 멀리 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메시지를 전해받은 은수는 자연스럽지만 다소 딱딱한 태도로 인사를 하여 소정을 보냈다.

 

메시지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론달 후세인-

달랑 이름 하나만 적힌 이름모를 쪽지. 보낸 사람도 누군지 몰랐고 무슨 내용인지도 몰랐다.

 

은수는 쪽지를 보면서 컴퓨터를 켜고 론달 후세인을 검색해봤다.

이윽고 은수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1107호 방문 옆에서 기대고 있던 소정은 뜻모를 눈물을 짓고 있었다.

 

-고급 사무실-

으리으리한 마호가니 책상. 열대우림의 그것처럼 커다란 잎을 펼치며 서있는 화분의 나무. 검은색인지 갈색인지 모를 고급쇼파.

게다가 튼튼하고 멋진 책장에 꽃힌 수많은 책들.

한 벽면 전체가 모니터인 초대형 컴퓨터에 대통령의 액자까지....

어느모로 보다 엄청나게 잘 나가는 누군가의 방이었다. 책상 앞에 있는 의자에 이 방의 주인으로 보이는 한 사나이가 앉아있었다.

다소 뚱뚱한 체격에 둥글둥글한 얼굴, 작지만 동그란 눈, 큼지막한 손, 한눈에 봐도 유명정치인의 그것과 비슷했다.

옷에 달린 국회의원 배지가 그의 신분을 확실하게 알리고 있었다. 그의 방에는 컴퓨터가 두대 있었는데 하나는 한눈에 보이는 멋지고 으리으리한 컴퓨터고 또 하나는 작은 노트북 하나였다. 하지만 좀체로 쓰지 않는지 접혀진 채 한쪽 구석에 조용히 모셔져 있을 뿐이었다.

 

이윽고 그의 방으로 한 남자가 뛰어들어왔다.

"의원님"

"뭔가?"

"유인길 사무총장이 내일 저녁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뭐야!!?"

 

의원은 벌떡 일어섰다.

 

"그럼 설득을 하든 협박을 하든 꼭 오라고 해야 할꺼 아냐?"

 

의원은 뛰어들어온 남자에게 주먹과 발길질을 해대며 그를 몰아세웠다.

 

"사무총장이 안오면 정말 큰일 난다는거 몰라? 저 옷 벗고 싶어?"

"죄.....죄송합니다."

 

된통 얻어터진 그는 고개를 차마 들지 못한채로 굽신 거리다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의 뒷모습을 본 혀를 차며 자리에 앉았다.

 

"이거야 원...일을 제대로 하는 인간이 이렇게 없나?"

 

코피까지 흘리며 나가는 사내의 모습을 본 의원은 누군가에게 전화가 온 것을 보고 전화를 받아들었다.

 

"감상천 입니다. 네....알겠습니다. 어르신"

아까와는 정 반대로 깍듯하게 인사를 한 감상천 의원은 또 다시 누군가에게 전화를 넣었다.

 

"아. 나 감상천 의원인데 유국장 자리에 있나?"

 

 

== 하숙방 ==

차문기는 노트북 앞에서 히죽거리며 채팅을 즐기고 있었다. 상대는 K.

  K - 이렇게까지 자세히 알려오다니....생각보다 쓸만하군

 C - 쓸만하다니....고작 그정도인가?

 K - 돈은 내일 통장으로 입금될테니 준비하게나. 그리고.....또 하나 맡길 일이 있다.

 C - 말해라.

 

노트북을 바라보던 차문기는 비열한 웃음과 더불어 소리없는 환호를 지르며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

 

=경찰서=

 

이제 한 식구가 된 김미나까지 세명이서 골머리를 앓은 듯 한 모습이었다. 패잔병들이 따로 없었다. 아니.....그보다 더한... 좀비들이었다.

"환아. 우리 통닭이나 한마리 시켜 먹을까?"

"그럴까요? 미나는 어때?"

"통닭이 아니어도 좋으니 뭐 좀 먹었으면 좋겠슴돠. 으아~~ 머리 아프네...."

 

별안간 고함을 지르며 일어난 김미나. 그런 미나를 보며 태석과 환은 서로 얼굴을 마주본채 미소만 지었다.

"아니...대한민국 서울에서 총으로 사람을 죽여요. 아무리 골목에 소음기까지 채웠다지만 어떻게 그런 총이 버젓이 돌아다니는 거죠?"

"네가 아직 초보라 그래. 요즘은 그런일 허다하다구"

"그렇다고 보고만 있을 겁니까?

"그럼 어쩔건데......범인이 누군지도 모르고 증거도 없고 기껏 알아낸 건 총기가 뭔지 정도밖에 모르잖아. 그거 가지고 어떻게 추적할껀데"

"할수 있는건 다 해봐야죠."

"소음기잖아. 게다가 개조총기고.....블랙마켓 뒤질꺼야? 군인들 족칠꺼야?"

"쳇!!"

 

아직 신인이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정말 자존심이 구겨진건지 모르겠지만 혀를 차면서 억울해하는 김미나의 모습을 보며 두 사람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허탈한 웃음을 보이는 태석에게 환은 뭔가 생각난 듯, 말을 붙였다.

 

"아참....그. 우리 관내 사건은 아닌데요."

"응"

"옆동네에서 또 하나 살인사건이 일어났어요. 선배"

"살인사건?"

"이번엔 독살...이라고 하더라고요."

"독살?? 이라고?"

"네. 한 물카페 바텐더가 죽었는데 검출된 독약이 아직 시중에 나오지 않는 약이래요."

"그것만 가지고 독살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그 바텐더 지문이 묻은 물병 뚜껑에 웬 주사바늘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카페를 이잡듯 뒤져봐도 주사기는 나오지 않았어요."

"그 바텐더가 자살할 목적으로 병에 독극물 넣고 마신거 아냐?"

"그렇다면 다 먹었겠죠. 한모금만 마시고 그냥 넣어두었답니다."

"확실히...자살은 아닌것 같네....."

"거기다가......그 독극물이 아직 시중에 나온게 아니란 걸 감안해 본다면 본인은 더더욱 아니겠죠."

 

그때 태석은 뭔가 느낌이 오는게 있었다.

 

":그 바텐더가 죽은게 어제라고 했지?"

"네. 이번에 총살사건 이랑 시간도 비슷해요"

"흠..그렇군. 뭔가 관련이 있는 것 같지 않아?"

"설마요. 지역도 다른데..그렇게 까지......"

"흠...혹시 그 사건에 대해 더 아는거 있으면 나한테 알려주고, 김미나 형사도 신경 좀 써주고"

"알겠습니다. 선배님"

 

미나와 환은 서로 웃고 떠들면서 자기 자리로 갔다. 태석은 휴게실에 계속 앉은채 생각에 잠겼다.

 

 

==한강호텔 1107호==

'유럽의 물재벌 론달 후세인, 전격 내한'

웨런 버핏 이후로 가장 많은 재산을 축적한 론달 후세인. 어려서부터 상품이 될만한 것들을 끊임없이 개발해 온 물재벌 론달 후세인은 사람들이 곧 깨끗한 물을 찾는데 혈안이 될 것이라는 것에 착안하여 깨끗한 물을 개발하는 연구에 착수했다.

오염물질을 효화적으로 제거하는 기술을 3년만에 손에 넣은 후세인은 곧바로 특허 신청을 받았고 중수소가 포함된 심해수를 바탕으로 하는 이 기술은 영구적이고 오염물질이 배출되지 않아 꿈의 기술이라는 평가까지 들으며 후세인을 돈방석에 앉혔다.

사실상 거져나 다름없는 가격으로 전 세계시장에 물을 공급했지만 티클모아 태산이라고 그 거저나 다름없는 가격임에도 불구, 많은 세계시장에서 그의 물 정화 기술을 앞다투어 사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 그의 전격 내한소식은 한국의 언론과 기술자들의 관심을 사기에 충분했고 전 국민의 일대 관심이 이쪽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런 것 까지 읽어낸 은수는 쪽지의 의중을 알것만 같았다.

 

"론달 후세인을 제거해라.......저격이겠군.."

은수는 자기가 아끼고 아끼는 커리어 가방을 꺼내들었다.

어지간한 배낭 크기만한 그 커리어를 열자 그 안에는 4정의 권총이 들어있었다.

은수는 그 중 하나를 꺼내들었다.

 

"이유야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일은 해야 되니까......"

매거진을 준비하면서 은수는 특유의 서슬퍼런 눈빛을 내보이기 시작했다.

"대체 누군지는 모르지만 내가 어떤 놈인지 확실하게 보여주지"

 

=같은 시간, 하숙집=

차문기도 뭔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문기는 여행가방 같은 커다란 커리어를 꺼내들었다.

커리어를 열자 딱 1정의 총이 들려있었다.

 

"3일후라......론달 후세인...내한....훗"

 

코웃음을 친 차문기는 총알을 매기고 격철을 잡아당겼다.

"지금부터 승부라고..양은수"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