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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ractor - (4화)

2010.12.30 08:09

라면국물 조회 수:24320

==경찰서==

 

태석은 환의 말에 상당한 관심이 생겼다. 원래 정계쪽 일은 신경도 쓰지 않는 것이 그였지만 이번만큼은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자신의 사건이 그냥 통쨰로 없어졌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제껏 수사하는 맛에 살아온 태석에게 그것은 큰 사건이었다.

어떤 살인사건보다도 큰 심각한 사건.....태석은 환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한편, 사건 파일들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대체 하영수 이 영감이 뭐길래....."

 

태석은 하영수 파일을 받고 몇 시간동안이나 꼼짝않고 자료를 파기 시작했다.

 

"어이. 태석이. 그러다 서류봉투에 구멍 뚫리겠어. 좀 쉬면서 해"

"네 맘 다 알아. 우리도 다 같은 맘이니까. 그런데......"

"아. 지금은 좀 바쁘니까. 나중에....사건 해결되면 술 한잔 하자구.."

동료들의 질타아닌 질타에 쿨하게 한마디 해준 태석은 허탈한 웃음을 보이는 동료들을 뒤로 하고 다시 일에 매진했다.

잠시 후, 미모의 한 여성이 태석에게 다가갔다.

반듯한 이목구비, 훨친한 키와 몸매, 살짝 강인해 보이는 인상마저 풍기는 여성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우렁찬 목소리에 살짝 놀란 태석은 그녀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리고.....

 

"누구지?"

"안녕하시닙니까. 이번에 반장님을 모시게 된 김미나 형사 입니다."

딱 부러지는 군대식 말투, 흔들림 없는 눈빛. 기개가 상당한 여자였다. 하지만 태석은 무심하게 넘어가 버렸다.

 

"자리는 알고 있겠지? 자리로 가"

"아직 배정받지 못했습니다. 반장님이 배정해 주신다고 들었습니다."

 

태석은 괜시리 짜증이 났다. 안그래도 찾아야 할 자료들이 쌓여가고 있고 생각할 것이 많은데 또 다른 존재가 튀어나와 귀찮게 하는 것이 영 맘에 들지 않았다.

"돌아가. 여기 네 자리는 없다"

"네!?"

차갑고 무심한 말투에 살짝 위축된 듯한 김미나 형사는 이리저리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반장님께서 절 거두어 주신다고....."

"난 그런 말 듣지도 못했고, 널 거둘 마음도 없어. 그러니 돌아가"

"반장님!!!"

김형사의 일갈에도 꿈쩍않고 자료만 쳐다보는 태석의 태도에 김미나 형사는 자존심이 살짝 상했다.

 

이윽고 환이 태석에게 들어왔다.

"와~ 선배. 선배가 말한 거 찾느라고 혼났......"

태석의 책상 앞에 웬 여자가 서있는 것을 본 환은 서둘러 말을 사렸다. 하지만 김형사는 그것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누..구예요?"

"신경쓰지마. 그냥 나 일하는거 구경온 여자야"

"너무 하십니다. 반장님"

일부러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던 환과는 달리 크고 또렷한 목소리로 김형사를 무시하는 말을 해대자 살짝 심통이 난 김형사가 이제까지와는 다른 애교섞인 태도로 그를 대하기 시작했다.

"뭐지? 지금 그 태도는?"

"전 당당히 시험에 함격해 이곳으로 왔습니다. 국장님꼐선 반장님에게 제 자리를 배정받고 내일부터 직무를 수행하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반장님은......."

"좋아. 김형사라고 했나?"

"네. 그렇습니다.
"잠시 후 도복으로 환복하고 체력단련실에서 보자. 시간은 20분 주지. 20분 주지."

"20분 입니까?"

"체력테스트다."

 

==커피 앤 쿡스. 1호점==

은수는 테라스 한켠에서 에스프레소 한잔을 시켜두고 주위를 관찰하고 있었다. 테라스 구석에서 살피고 있노라니 구매자로 보이는 한 남성이 보였다. 주위를 연신 두리번 거리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거래할 대상자를 찾고 있는 듯 했다. 아마도 은수에게는 그 대상이 표적이리라......

은수는 그 남성을 주시하고 있었다. 잠시 후 남성이 전화를 받고 나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은수도 조용히 그리고 어색하지 않은 동작으로 그를 미행하기 시작했다.

 

구매자는 점점 어두운 골목으로 사라져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눈치챈 것인지 갑자기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미행이 발각되었을때는 조용한 미행을 포기하고 바로 공격태세로 들어가는 것이 이 바닥의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하지만 은수는 그가 미행의 낌새를 눈치챘다고 여기지 마자 바로 미행을 포기해 버렸다.

그가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 바로 뒤로 돌아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로 가려 했다.

이유는 두가지 였다. 한가지 이유는 이번 의뢰의 목적은 미행이 아니기 때문이고....두번째는....

 

"이봐...넌 누구지?"

 

미행당하는 사람이 되례 반격을 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또다른 기회이기도 했다.

 

은수에게 뒤쫓기다가 다시금 그를 역으로 뒤쫓아 공격한 그는 순순히 자신의 처분이 따르는 은수를 보고 한켠으로는 마음이 누그려 졌다.

자신을 꾸준히 뒤따라 온건 사실이지만 미행과는 거리가 멀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였다.

구매자는 천천히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

 

"너 누구냐고....."

"아. 죄송합니다. 제 절친인 줄 알고 조용히 따라가 놀래켜 주려고 했는데 아니었군요."

"절친?"

"한동석 이란 친구입니다. 뒷모습이 너무도 닮아서 그만.....제가 착각을 했군요."

 

그에게 한동석 이란 친구가 있기는 했었다. 그는 건실한 사업가 였고 꽤나 오랜 세월동안 그와 많은 추억을 쌓았다.

은수는 알고 있었다. 완전한 거짓을 말할때는 그 누구라도 눈치챌 수 있다고...게다가 미행을 눈치챌 정도의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의 진실을 섞어 이야기 해야 거짓을 숨길 수 있다고 말이다.

다시 말해 그는 어색한 변명보다는 사실에 근거한 변명을 하면서 이 위기를 빠져나가려 했다.

 

"에구.....그랬군......야. 양은수. 사람 정확히 봐놓고 이러기야?"

"!!!!!??"

"그래. 임마. 나 한동석이다. 자식...내가 성형 좀 했다고 얼굴을 못알아보냐?"

"정말....정말로 한동석??"

"반갑다. 이 자식아"

 

눈물까지 글썽이며 은수를 와락 껴안는 동석의 행동에 잠시 쇠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은 은수는 정말 동석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확실히 목소리는 동석과 많이 비슷했다. 본인이라고 해도 맏을 정도로......하지만 어딘지 미묘한 어색함은 의심이 사라지지 않게 했다.

 

"하.....한동석....정말 한동석?"

"그래......그래...맞다구. 이 친구야. 정말 반가워"

 

눈물까지 보이는 동석을 보니 마냥 의심만 할 일은 아닌 것 같았다. 은수는 머릿속이 아주 복잡해 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두 남자의 눈물겨우면서도 어색한 재회를 보는 사람이 있었다.

300미터 떨어진 건물에서 차문기가 쌍안경으로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문기는 그런 둘을 보면서 묘한 웃음을 내비쳤다.

 

"친구라........훗"

 

==경찰서, 체력 단련실==

도복으로 환복한 태석과 미나는 환의 주도 하에 대련을 준비하고 있었다.

"자신있는 종목은 뭐든지 좋다. 어떤 무술이든 다 받아주마. 자 덤벼"

"저....자신있습니다. 먼저 태권도로 가겠습니다."

"태권도라...좋지. 덤벼"

 

미나는 태석에게 수 번의 발차기를 날렸다. 하지만 좀처럼 태석을 맞출 수는 없었다.

사실 태석은 체중이 거의 100에 달하는 상당한 거한으로 힘이 굉장한 사람이었다. 미나의 힘으로는 감히 맞설 수 조차 없기에 미나는 태권도의 빠른 발차기를 통해 치고 빠지는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그것은 미나의 실수였다.

 

태석은 미나의 발차기를 하나하나 방어해 가며 미나의 멱을 잡고 말았다.

"허이앗!!"  쿵~~~

미나의 발차기를 피하면서 빠르게 쇄도해 미나를 잡고 바닥에 메쳐 버린 태석....미나는 졸지에 한방 먹자 허망하다는 눈빛으로 태석을 바라봤다.

 

"테스트라고 했어. 이걸 통과하지 못하면 넌 아웃이야"

"칫!!!"

"형사를 지원하면서 현장에서 뛰지 않기를 바란 건 아니겠지?"

"물론입니다. 허이앗"

다시 한번 함차게 기합을 넣고 온 미나는 여지없이 태석에게 무너지고 말았다. 이단 옆차기를 시도했지만 슬쩍 피한 후 다시 한번 바닥에 메치는 태석의 공격에 또 한번 당하고 만것이다.

역부족 이었다.

"날 꺽지 못하면 넌 아웃이야"

계속해서 도발하는 태석. 그리고 그 둘을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는 환. 오기에 가득한 미나.

세 사람의 풍기는 기운은 이상한 콤비네이션을 그려내며 체력단련실을 열기로 가득 채웠다.

셋이서 넓은 체력단련실을 열기로 채우는 이상한 형국을 그리며 둘의 대련은 일방적인 양상으로 흘러갔다.

 

"수단과 방법은 상관하지 않겠다. 자. 담벼"

"저....옷 좀 벗어도 되겠습니까?"

"뭐?"

"현장에선 도복 없이 일합니다. 편하게 입고 다시 하겠습니다."

"좋다...어디 한번 해봐..."

 

미나는 종종걸음으로 체력단련실 구석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도복의 끈을 플어버리고 옷을 훌렁 벗어버렸다.

도복의 속에는 하늘색 탑과 함께 검은색 티이트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생각보다 노출시 함했지만 뭐 아주 심한 정도는 아니었다.

 

 "저도 제가 가진 모든 기술을 총 동원하겠습니다"

"멋지군..어디 한번 해봐"

"그럼 갑니다. 이야앗"

 

태석은 살짝 당황했다. 아무리 옷 때문이었다고는 하지만 도복을 벗어버렸다고 이렇게 까지 바뀔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미나의 움직임이 아무리 빨라져 봤자, 태석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도복을 입었을떄와는 달리 태석이 몇번 맞기는 했지만 여전히 태석의 압승이었다.

태석에게 또 한번의 메치기를 당한 미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나 정말 잠시일 뿐, 다시 눈빛을 바꾸고 태석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변을 일어나고 말았다.

 

견제용 발차기를 하고 잠시 빠진 틈을 이용해 태석이 미나에게 달려들자 미나는 재빠르게 태석의 팔을 잡고 비틀면서 그를 넘어트렸다.

팔목이 잡힌 채 태석이 바닥에 쓰러지자 미나는 재빠르게 그의 팔을 꺽어 머리 위로 틀어버렸다.

기이한 방향으로 팔이 비틀려 버리자 태석은 괴로워 하기 시작했다.

 

"억...아아아아아악.."

"저기...반장님......저 한가지 말씀드릴꼐 있습니다. 제가 한 살 누나거든요."

 

하지만 태석에게 그 말이 들릴리가 없었다.

"그리고 저 어릴때부터 운동해서 이정도는 할 줄 알아요. 그리고...."

아직까지도 태석의 팔을 꺽고 있는 미나는 다시 한번 팔을 기이한 방향으로 꺽었다.

태석의 머리위로 뒤틀린 팔이 미나의 무릎에 닿아 있었다.

 

여전히 괴로워 하는 태석.....그리고 그것을 본 미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얏"

다시 한번 들리는 일발의 외침.

그리고.......

 

쿵.....

 

미나는 태석의 얼굴을 그대로 깔고 앉아 버렸다.

엉덩이로 있는 힘껏 태석의 얼굴을 내리 찍어버린 미나...

태석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보통 현장에서는 이런 식이라면 발로 코뼈를 부러트리는 것이 정석입니다만, 지금은 대련이니 엉덩이로 공격했습니다. 원하시면 한번 더 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태석에게선 대답이 없었다.

기절...졸도...혼수상태.. 어떤 말을 붙여도 좋을 만큼 정신을 놓아 버리고 있었다.

 

그렇게 둘의 대련은 미나의 승리로 끝이 나 버리고 말았다.

태석이 정신이 들때 까지는 20분 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20분 후,

 

태석은 휴게실에서 환의 부축을 받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사건이 통쨰로 없어진 것을 풀어보려 스스로 일머디 솎에 뛰어들었는데 초짜 하나가 쳐들어와 그 녀석을 쫓아내려 했지만 되려 당하고 말았던 오늘 하루의 일진이 정말 사납다고 느꼈다.

잠시 후 미나가 자양강장제를 세 병을 들고 찾아왔다. 미나는 태석과 환에게 각각 한병씩을 건넸다.

 

"괜찮으십니까?"

"실력이 상당하군요"

"말씀 낮추십시오. 저보다 상관이시잖습니까"

"아. 그렇지. 이젠 괜찮다."

"제 엉덩이 공격을 받고 20분만에 깨어니신 분은 처음입니다. 보통은 하루나 이틀 정도 병원에 입원합니다."

"실력이 상당한데........어릴 적부터 운동을 했나?"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6살때부터 운동을 했으니 올해로 27년째 됩니다"

"우와~ 27년...."

"최반장님 나이가 32살 이라고 들었습니다. 나이로는 제가 한살 많습니다. 하지만 경찰에 올해 들어왔으니 저보다 한참이나 선배십니다"

"그랬군.......내가 여간해선 꺽이지 않았을텐데......실력이 아주..."

"반장님 같은 경우는 힘이나 스피드 면에선 월등하지만 테크닉이 부족하십니다. 유연성도 떨어지진 맣지만 높지도 않으시죠. 그래서 테크닉으로 승부를 걸었던 것입니다."

"하하하....."

 

환의 너털웃음올 휴게실 분위기가 다시 살아났다.

 

"저......아웃 이닌거죠?"

"앞으로 잘 지내보자."

 

태석은 미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미나는 기쁜 표정으로 그 손을 덥석 잡았다.

 

 

==한강호텔 1107호==

 

은수는 다시 한번 깨지는 듯한 머리를 감싸쥐어야만 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뭔가에 홀린 느낌이었다. 모든 것이 잘 짜여진 각본처럼 움직여지고 있었다. 게다가 이번엔 뜬금없이 친구까지 등장하자 은수는 어찌해야 할지 감을 못잡고 있었다. 쿨하게 의뢰를 포기하는 것도 한 방법이리라.....하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다.

 

결국 은수는 일을 수행하기로 했다.

하지만...지금 알고 있는 것은 구매자의 신원과 위치 뿐,,, 표적이 누군지 밝혀내지 못하는 한 의뢰는 성사되지 않는다.

은수는 좀 더 기다려 보리고 했다.

 

은수는 이번엔 약간의 변장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모자를 쓰고 뿔테안경에 정장을 입는 등, 나름대로 변장을 하고 다시 한번 커피 앤 쿡스를 찾아갔다. 역시 테라스 가장 구석이 모든 손님을 관찰 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역시 이번에도 동석이 나와있었다.

동석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은수는 지난번의 실패를 떠올리며 더욱 조심스럽게 미행을 하기 시작했다.

이번만큼은 저쪽에서도 눈치채지 못했던지 동석은 태연한 걸음으로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동석은 한 물카페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은수도 따라 들어갔다.

이번 만큼은 성공한 듯 했다.

 

카페 안으로 들어간 은수는 최대한 동석이 눈치 못채게 먼 곳으로 돌아가면서 동석을 주시했다.

 

잠시 후 동석을 보고 한 바텐더가 그의 곁으로 가는 것을 목격한 은수는 순식간에 전략 하나를 구상했다.

혹시나 하고 숨겨둔 독약 주사리를 준비한 그는 가장 저렴한 물 한병을 주문하고 아무도 눈치 못채게 그 물통에 독약을 주사했다.

그저 물병을 몇번 들어보이는 것이 전부였지만, 이미 그 안에는 무색,무취,무,무미의 Q 용액이 섞인 상태였다.

누구든지 이 물을 마시면 2시간 후에 사망하게 된다. 이런 일을 하고 있다보니 이런 독약 한두개 쯤은 챙겨두는 것이 보통이었다.

 

은수가 바텐더를 보고 이 전략을 구상했던 것은 바로 그 바텐더가 표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중년이 되어버린 남성이었지만 정중하고 차분해 보이는 인상이 돋보였다.

동석이 자리를 떠나자 은수는 서둘러 바텐더에게 다가갔다.

 

"이보시오. 바텐더...뭐 좀 궁금한 것이 있는데....."

"무엇인지요. 손님"

"제가 조금 전에 이 물을 주문했는데.....맛이 조금....."

"맛이 어떠신가요?"

"혹시 이 물....냉동 시켰다가 해동한 건가요?"

"그럴리가요. 손님. 저흰 그런 거 취급하지 않습니다."

"물 맛이 변한 것 같아서 그러니....한번 봐주시겠습니까?"

"그러지요"

바텐더는 은수의 물병을 받아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이내 한모금 마셔버렸다.

'됐다'

자세히 맛을 본 바텐더는 은수에게 한마디 건넸다.

"미묘하지만 맛이 살짝 변했군요. 저희가 주문을 해서 물을 구비하는데 가끔 이런 불량품이 섞여 나오기도 합니다. 바꿔 드리겠습니다"

"아. 아닙니다. 그냥 궁금했을 뿐입니다."

"바꿔드리지 않는다면 저희 업소는 불명예를 안게 됩니다. 교환해 드릴테니 부디 받아주십시오."

"정 그리시다면......"

 

은수는 교환 받는 시간 동안에 동석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아, 걱정 되었다.

이윽고 바텐더가 같은 종류의 물 한병을 들고 나왔다.

 

"죄송합니다. 손님. 여기.....새 물입니다"
"고맙소"

 

은수는 교환된 물을 들고 가게를 빠져나왔고, 바텐더는 그런 은수를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은수가 교환해달라던 물은 가게의 지침에 따라 모조리 하수도에 버려버리고 말았다.

 

==어느 골목가==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비는 이내 소나기가 되었다. 엄청난 기세의 소나기....

쉽사리 멈출 것 같지가 않았다.

동석은 자신의 집을 향해 쏟아지는 빗줄기를 맞으며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었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 집에 가서 모든 집을 꾸린채로 예약된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러 건너가기만 하면 자신을 괴롭히던 빚에서 해방됨과 동시에 더욱 큰 돈이 손에 들어오기 된다.

이미 아내와 아이들은 미국에 있었다. 그런 그들을 더욱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걸음을 재촉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 양은수와의 재회때 많은 이야기를 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던 그였다.

 

"아......내가 사업하느라고 친구를 등한시 했더니 이런 일이 생기는 구만....미국가면 연락 자주해야지"

아무도 듣는이가 없건만 큰 소리로 읖조린 그는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런데 그 곳에는 조금 전 자신의 생각 중심에 서 있던 남자가 보였다.

동석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은수야. ...야아~ 안 그래도 너 보고 싶던 참인데...잘 됐다. 들어와."

"이런 곳에서 살고 있었어? 그 동안?"

"뭐 이런 저런 일이 있어서 그랬지.....그런데 넌 복장이 왜 그래?"

"아...나도 일이 좀 있어서......"

"아 그랬군....자 들어가자구. 친구."

 

사람 좋아 보이는 동석의 청유에도 불구하고 은수는 꼼짝하지 않고 서있었다.

 

"왜 그래? 친구?"

"동석....미안하네......"

"뭐가?"

 

동석은 소음기가 달린 루거 2구경 권총을 그에게 겨누며 말하고 있었다.

동석은 너무도 놀란 탓인지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난 자네를 미행했었네.....그리고...지금의 나는 이렇게 해야만 하지"

"........."

"정말....미안하군"

 

날카로웃 쇳소리가 골목의 구석구석에 울러퍼졌다.

동석의 안주머니에 있던 디스크도 이미 회수해 버린 은수는 디스크를 품속 깊숙히 숨긴 채 자신이 묵고 있는 한강호텔로 발길을 옮겼다.

 

한강호텔에 들어서자 자신의 전담 직원인 소정이 그를 반겼다.

 

"오랜만이시네요. 은수씨.."

"오랜만입니다."

"오늘 비온다는 예보 못 보셨나보네요. 목욕 물 준비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소정씨..."

"별 말씀으료. 어서 올라가서 목욕 하십시오. 올라가 계씰 동안이면 목욕물이 준비되어 있을 겁니다"

 

대답대신 미소로 화답한 은수는 채 마르지 않은 자신의 몸과 옷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과연 그녀의 말대로 방에 도착하자 그는 바로 목욕을 할 수 있었다. 디스크를 따로 보관한 그는 깨끗하게 목욕을 하고 디스크를 안전한 곳에 보관한 후 몸이 편안해 지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날 조간신문에는 한 바텐더가 의문의 중독사를 당했다는 기사가 한 켠에 조용히 실려있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