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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ractor - (3화)

2010.12.22 11:18

라면국물 조회 수:29461

==한강호텔 1107호==

 

유난히도 많은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은수는 창문으로 흐르는 빗줄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왠지 아무것도 입에 넣고 싶지 않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은수가 깊이 생각할 일이 있을때마다 하는 버릇 같은 것이었다. 이때 만큼은 옆에서 대형사고가 있어도 모르는 것이 은수였다.

그저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는 것이 벌써 몇시간 째. 은수는 곰곰히 지난 일을 되짚어 보기 시작했다.

 

'하영수 영감을 처리하고 사신, 그리고 영감이 실종된데 이어서 20억 짜리 보수라.........그냥 우연인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알 수 없는 일들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은수는 자신이 어느새 석양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침나절부터 석양이 지도록 그는 꼿꼿이 선채로 생각만 해왔던 것이다.

 

'젠장....아직도 한창 때인데..왜 이리 생각만 많아졌지?'

 

은수는 나지막히 욕설을 내뱉으며 객실의 침대로 향했다.

 

==한 하숙집==

근육질의 젊은 남성이 쓴웃음을 지으며 노트북을 바라보고 있었다. 벽에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다 해져가는 유니폼 한 복이 걸려있을 뿐이었다. 자연스레 해진 것은 아니었는지 색이 바래진 않았다. 남자는 노트북 화면을 독기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계약은 일단 파기한다. 다시 연락하겠다=

살짝 귀여운 이미지를 풍기는 인터페이스에 살짝 연령이 의심되기도 하는 순간이었으나, 그 내용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었다.

남자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언어폭력을 구사하며 거칠게 나왔다.

하지만 그걸 듣는이는 아무도 없었다.

다만 많이 해졌찌만 색은 바래지 않은 아직 새것같은 유니폼의 이름만이 그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있을 뿐이었다.

<차문기?

이것이 그의 이름이었다.

 

=한강호텔 1107호=

은수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신발장에 눈이 갔다. 이유는 모른다. 그냥 눈이 갔다.

신발장에 눈이 간 은수는 그간 일을 하느라 도통 신발정리며 세탁을 잘 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몸을 일으켰다.

현재 소정은 퇴근하고 없는 시간이었고, 그녀를 대신할 사람을 불렀다.

콜을 받고 온 사람은 황가은 이란 이름의 다소 성숙한 매력을 풍기는 여인이었다.

소정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은수는 적응이 쉽지 않았던 듯 했다.

 

"제 옷을 세탁을 맡기고 싶습니다. 여기 옷들을 전부 세탁해 주십시오"

"네. 잘 알겠습니다. 손님. 뭐 더 필요하신건......"

"흠...... 구두를 닦을때 쓰는 구두통이 어디있는지 아시나요?"

"구두통은 신발장 위쪽......바로 이곳에 비치되어 있습니다"

 

소정과는 달리 딱딱한 태도로 일관하지만 더욱 절도있는 말투와 행동에 은수는 살짝 위축이 되었다.

여하튼 그녀의 도움으로 은수는 구두통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손님 원히사면 구두는 제가 닦아드릴수 있습니다"

바로 이 호텔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지적되는 과한 친절이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특히나 지금은 VVIP 손님이 원한다면 성상납 까지도 가능하리라고 보는 호텔 특유의 과한 친절이 그를 또한번 당혹시키고 있었다.

애써 침착하며 세탁물만을 맡기고 직원들 올려보낸 은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생각했었던 일을 다시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곧 부질없는 짓임을 알고 구두를 닦기 시작했다.

자신이 직접 구두를 닦는 이유......솔직히 그것 까지는 몰랐다.

왠지 자신 안에 있는 또 다른 자아가 구두를 닦으라고 지시하는 듯 했다. 뭔가에 홀린 듯 그는 구두를 닦아내기 시작했다.

 

<==어느 막사 안==>

한 남자아이가 있었다. 그는 이유도 모르고 누군가에게 호통을 듣고 있었다. 호통을 치는이가 누구인지는 몰랐다. 상당히 심한 욕설이었는지 그는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 가슴에 '세글자 이름만을 달고 있는 그는 이미 엉망이 되어버린 얼굴을 하고 바닥에 엎드려 울고 있었다. 그러던 그의 눈 앞에 더러워진 긴 장화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뭔가를 들었는지 그는 그 장화를 들고 일어섰다.

 

==한강호텔 1107호==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은수는 멈춰진 자신의 손을 보고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왠지 모르지만 가끔은 이렇게 앉은 채로 뭔가에 홀린 듯 환상을 하나 보곤 한다. 환상을 통해 보는 내용은 썩 유쾌하지 많은 않은 것들 뿐이었다. 하지만 왠지 놓치고 싶지 않은 뭔가가 있기에 그는 환영을 볼때면 그저 멍하니 손을 놓곤 했었다.

지금도 그랬다. 멈춰진 손을 다시 열심히 움직이던 은수는 한짝을 다 닦아내고 다른 한 짝을 집어들었다.

그러다가 뭔기 기분이 이상했다. 은수는 들고 있던 구두를 내려놓고 다른 짝을 다시 들어봤다.

역시나 뭔가를 느낀 건지 은수는 구두를 그 것을 내려놓고 다른 짝을 다시 한번 들어올렸다.

그러기를 수차레.....그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남은 구두를 닦아 내기 시작했다.

 

==한 하숙집==

허름한 하숙집. 이미 차문기는 심하게 딥슬립 상태였다. 그의 노트북에는 뭔가 메시지가 온 듯 격하게 불이 반짝 거렸지만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메시지가 왔었다는 과거형으로 문구가 바뀌고 노트북은 조용히 절전모드에 돌입했다.

그것을 느낀 듯한 남자는 조용히 눈을 떴다.

 

 

==경찰서==

오병환 부장은 아침부터 최태석 형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바로 최대석 형사의 당차디 당찬 항의 때문이었다.

"어쨰서 이 사망사건을 은폐하려 하는 겁니까? 대체 그 영감이 어떤 영감이길래 이걸 통쨰로 막으려 하는 거죠?"

최태석 형사는 얼마 전 있었던 하영수 영감 자살사건을 수사한 수사원 중 한명이었는데, 언론데 보도 된 것은 전혀 다른 내용으로 외국으로 급 출국 했다는 것 까지 서류가 작성되었다는 사실에 분개했다. 하지만 그로서도 방법이 없었다.

 

최태석은 대기실로 들어오며 엄청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었다.

그의 곁으로 그의 후배이자 파트너인 최환이 다가왔다.

"선배.....어떘어요?"

"뭐. 그 놈들이; 다 그렇지 뭐. 부장이나 그 윗선이나 모두 똑같은 놈드리야. 젠장!!"

들고 마시던 음료수 캔을 내던지며 여전히 분노를 표현하고 있는 최태석. 그걸 바라보는 최환은 마음이 너무도 무거웠다.

"이게..그만 화 푸세요. 선배"

"후우우우~~ 그래야지"

환의 말 한마디에 심호흡까지 해가며 마음을 가다듬는 태석은 그래도 이 상황에서 자신을 잡아주는 이가 있다는 사실에 새삼 행복했다.

사실 그가 없었으면 그는 뭔가 대사건을 일으킬 것만 같았다. 자신을 아는 듯 모르는 듯, 돌며 감싸는 환의 행보에 사실 마음이 쓰이기도 했던 것이다.

"환아. 뭐 이런 일이 없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이번일.......석연치가 않구나"

"저도 마찬가지에요. 선배. 저도 그 수사팀이었는데 사건 자체가 없어진 것이 되다니요"

"뭐 이런일도 있고 저런일도 있는 거라지만, 이건 좀 아니다 싶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선배"

"고맙구나"

자신과 깊이 공감해주는 이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새삼 느끼는 태석이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선배. 그런데.....이상한 소문을 들었어요"

"응....그게 뭔데?"

폭주하기 직전의 상황에서 다시 자상한 선배로 돌아온 태석은 의구심 가득한 눈빛을 한 환의 모습에 자신 또한 의구심을 느꼈다

"이번 사건 은폐에 뒷세력이 있다는 소문인데요"

"뭐 정치인 누군가가 개입된 거겠지. 뭔가 해가 될까봐 감춘게 아닐까 싶어"

"뭐 그런 일은 많지만 이번엔 좀 달라서요. 이번에.......국무총리인 감상천 의원이 개입된 모양이에요"

"뭐? 감상천 의원?"

"네. 뭐 그저 소문 뿐이니 정확한 건 모르겠는데요. 감상천 의원의 이름을 얼핏 들었어요."

"그래?"

 

태석은 간만에 머리가 아플 정도로 생각이 복잡해지고 있었다. 이런 복잡한 생각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것이 얼마만이던가. 태석은 의문점과 그때의 흥분이 겹치면서 눈빛이 다시 빛나기 시작했다.

 

"뭐 그저 소문 뿐이니까 신빙성이 얼마인지는 몰라도 소문이 있는 이상 조사해볼 가치는 있겠지. 환아. 어렵겠지만 좀 자세히 알아봐줄래?"

"네. 선배님"

 

오랜만에 태석의 결의에 찬 눈을 본 환 역시도 같은 눈빛으로 화답다고 자신의 일터로 내려갔다.

태석은 확실히 예삿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형사실로 자리를 옮겼다.

 

To Be Continui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