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터를 걸어 나오며 앞에 있는 자판기에서 음료를 뽑으러 다가갔다.

아,,, 탄산음료를 먹어 본게 정말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마음같아서는 실컷 마시고 싶지만 그뒤로 쏟아져 나오는 피들을 감당할수 없다. 너무 자극적이다.

의사 역시 탄산음료를 잘못마시다 출혈이 생기면 기도가 막혀 질식 할 수 있으니 조심하랬다.

폐암에 걸린건지, 당뇨에 걸린건지...에휴,

결국 캔커피 하나 뽑아 뒷목에 데며 거리로 나왔을 무렵 어느덧 우리학교 애들이 나오고 있다.

' 마주치면 또 시끄러워 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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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나에게 의욕이라는 건 없었다.

엄청난 게으름을 갖고있는 아버지의 혈통과 인생 무상 허허공공이라는 어머니 혈통을 모두 이어받은 나는 원래부터

의욕이 없고 필요할 때만 하는 그런 놈이 되었다.

내가 친구를 사귄것도 갖고 싶어서가 아닌, ' 필요해서 ' 사귄것이었다.

가족도 없는 나에게 대화상대가 하나도 없다면 정말 미쳐버렸을 테니...

그래서 어느덧 내 옆에서 걷고있는 두녀석의 말에 귀기울이고 있다. 이 녀석들은 일부러 모른척 하며 내 옆에 붙어

자연스레 나와 함께 말하고 있다.

" 에이쒸~ 고슴도치가 또 과제만 졸라 내줬다. "  현성이는 항상 불평이다. 고슴도치는 수학선생의 별명이다.

" 별로 많지도 않던데 뭘, 제혁이랑 3이서 대충 하면 되지 킬킬 " 수현이가 또 나를 끌어들였다.

" 그럴까? 그럼 숙제는 있다가 하고 PC방으로 고고씽 ~ "

" 야 ! 현성이 몸 안좋은데 또 PC방이냐, 걍 우리집가서 컴퓨터하다가 숙제하자. "

확실히, 수현이가 현성이 보다는 현명한 것 같다.

그렇게 이상할 것 없이 나는 수현이네 집으로 걸었다. 수현이가 내 공책과 교과서를 들고왔다.

" 숙제먼저 하고 컴퓨터하자. " 내가 오늘 두번째로 꺼낸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목소리가 많이 잠겼다.

수현이 집. 어떻게 보면 우리집보다 편하다.

" 그럼 니들 먼저해 난 이따가 좀 배끼겠음 " 현성이가 한마디로 썩은미소를 날리며 컴퓨터 앞자리를 차지했다.

" 시끄러 인마, 일로와 " 어느센가, 수현이가 벌써 플러그를 뽑아버렸다.

숙제를 끝내고 컴퓨터와 TV를 보며 시간을 보내던 무렵 부모님이 안오시는 오늘 모두같이 수현이네 집에서 자기로 하였고

나는 집에서 옷과 가방을 챙겨오기 위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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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벅터벅'...'터벅터벅'...

무언가에 지치고 의욕이 없는 발걸음만이 골목길을 메웠다. 물론 걷고있는것은 나뿐이다.

이렇게 살다 가는것도...나쁘진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