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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ractor - (19화)

2011.03.02 05:50

라면국물 조회 수:25575

== 감상천 의원 사무실==

 

선거 당일이었다. 감상천은 선거방송도 틀어두지 않은채, 많든 서류더미를 들고 고민하고 있었다. 한동섭 의원이 한 마을 어른들을 잔치에 초대(?)했다는 의구심이 들만한 사진들과 사전정황. 그리고 그 외 많은 야당의원들이 행했던 많은 선거운동의 자료들을 교묘히 짜맞추기 시작했다. 수환은 옆에서 듬직하게 서있었다.

 

"수환아. 이제 이정도면 됐다. 이제 네가 할 일을 알고 있겠지?"

"준비는 다 마쳤습니다.  명령이 떨어지면 바로 행하겠습니다."

"조심해라. 한치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돼!"

 

수환은 목례를 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이제 남은건....킹..그자 뿐이군"

 

감상천은 킹을 불렀다.

 

 

==한동섭 의원 사무실==

신 우리당에 들어오자마자 공천을 받고 그 힘으로 출마까지 한 한동섭. 그는 이번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민의당 감상천 의원을 이기고 있었다. 개표가 4분의 1도 지나지 않아 유력후보가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실상 확정이라는 사실이 화면에 보이자 모든 의원들은 쾌재를 부르며 자축하기에 바빴다. 확정이라는 판단이 나왔다면 이제 모든 표가 다른 후보들에게 몰리더라도 뒤집어지는 일은 없을것이다.

개표가 절반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확정이라는 열매를 맛본 신우리당 의원들은 바로 연설문을 작성하고 자축의 자리를 마련하는 등 다른 의미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한동섭은 뭔가가 마음에 걸렸다.

'이비서가 그만둔지 3개월. 그리고 감상천 그자가 너무도 조용해.....이거 뭔가 수작이 있는거 아냐?'

 

그는 감상천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자는 얻고자 하는 것은 어떻게든 얻으려는 자이다. 또한 한번 한 약속을 깨는 일은 결코 없다. 그만큼 약속을 중시하는 그와의 약속을 깬건 자신이다. 감상천의 더러운 수작이 보였기 떄문에 한 일이었지만 타인이 보기에는 표리부동 같은 자세일 터, 비록 이번 선거에서는 이겼지만 뒤는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는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이비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오만가지 생각이 그를 괴롭혔다. 이런 속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의 의원들은 벌써 지역구 대표라며 추켜세우고 있었다.

불안했다.

 

"아. 모두들 감사합니다. 이번 선거에서의 승리는 바로 여러분들 덕입니다."

"아니오. 한의원. 한의원의 그 인덕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겁니다."

"그렇소. 정치를 하려는데 당이 뭐가 중요합니까? 여당이었다가 야당으로 옮긴 것이 아음에 걸리신다면 훌훌 털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격려와 축하속에 밤은 깊어갔지만 한동섭은 내내 불안했다.

뭔가 대책을 세워야만 했다. 

그리고 그는 3개월전 자신을 떠났던 이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차문기==

생각보다 부상은 심했다. 여자와도 완전히 결별한 것 처럼 보이는 지금 그를 찾는 것은 너무도 어려웠다. 아니....불가능에 가까웠다. 추적이 가능한 대부분의 경로는 차단된 상태. 한가지 희망에만 목숨을 걸고 찾으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여전히 헤메이고만 있었다.

 

허탕을 치고 온 어느날. 그는 하릴없이 컴퓨터 전원을 넣고 해리슨에 접속했다.

오랜만에 K가 들어와 있었다.

 

K - 오랜만이군

C - 오랜만이야. 오늘은 무슨 일?

K - 이제 그 자를 찾는건 포기해. 다른 일이 생겼다.

C-  안된다. 이 일이 내게는 더 중요해

K - 다른 일을 해라. 10억 짜리 일이다.

C - 얼마짜리 계약이어도 안된다.

K - 의뢰를 파기하는 것이다. 지금 자료를 보내겠다. 구 계약은 현시간부로 파기하고 새로운 계약을 맺겠다.

 

<자료전송중......>

 

k는 오랜만에 만난 C에ㅔㄱ 별다른 이야기도 없이 계약파기와 더불어 새로운 계약을 하자고 통보했고, 이를 받아들일지 아닐지도 결정하지 않은채, 일방적으로 자신의 뜻대로 일을 진행시켰다. 문기는 어안이 벙벙했다. 원래 의뢰인들은 제멋대로 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처럼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게는 위약금을 물며 계약파기할 것을 종용하지만 이처럼 새로운 계약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없다.

문기는 알았다. 저 녀석은 자신을 수하처럼 여기고 있음을.......이제 문기도 서서히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젠장....난 그럼 이 녀석 하자는 대로 했던 개에 불과했던 건가??"

 

뭔가 억울했다. K가 해리슨과의 접속을 끊은 것을 확인한 그는 예전의 대화자료를 토대로 K가 누구인지 알아내고자 했다. 하지만 차문기는 그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었다. 결국 문기는 혼자서 자중지란에 빠지는 해괴한 생황에 이르고 말았다.

새로운 계약이 무엇인지 문기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아니.......알려고 하지도 않았다는 것이 옳은 표현이지만.......

 

결국 차문기는 자신의 모든 기억과 자료를 전부 컴토해보기 시작했다.

뭔가가 나올 것이리라.....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경찰서==

간만에 살벌했던 경찰서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었다. 형사과에서 환이 떠난 이후로 형사과는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폭군 같던 환이 없어진 후 공포분위기를 조성할 만한 사람은 없었다. 간간히 잡혀오는 잡범들의 수사가 주 업무가 되어버린 지금 누구보다 부장은 안달이 났다.

분명히 2계급 강등까지 간 것은 너무 엄중한 벌이었다. 사실 자신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다시 복직시킬 수도 없었다. 부장은 상당히 골치가 아팠다.

 

"에이~~ 그러게 왜 사고를 쳐가지고선......"

 

똑똑똑

 

"들어와~~"

 

들어온 사람은 김미나 형사였다.

 

"어쩐일이야?"

"부장님. 저 벌써 3개월째 입니다. 파트너좀......"

"파트너 일일히 붙여주면 뭐해? 잡아주는 족족 반죽음을 만들어 놓고서"

"그건 그 사람들이 약했기 떄문이지 제가 난리를 부린건 아닙니다"

"어이쿠. 이걸..말이나 못하면.......당분간은 혼자 다녀. 너 보좌할 만한 형사 찾기가 쉬운 줄 알아?"

"그래도........"

"그래도는 무슨..... 할일 없으면 퇴근이나 해."

"아....네. 알겠습니다"

 

미나는 요즘 파트너 난에 시날리고 있었다. 오는 족족 대련을 빙자한 구타가 이어지니 그 누구도 지원하지 않는 것이다. 혈기왕성한 형사들, 그리고 궁금증을 참지 못해 지원한 형사들 모두 기절하고 나서야 풀려날 수 있었으니 그 강도가 오죽했을까.

예전의 환처럼 폭군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공포의 대상이 되어버린 미나. 혼자서 작은 조직폭력배나 사채업자 무리는 무난하게 해치우는 그녀 였기에 주위에서도 혼자 다니는 것을 굳이 만류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나는 피곤했다.

 

"오늘은 할일 없는데.....이 C~~~"

입을 삐죽이 내밀며 툴툴거리는 미나. 이저 미나도 예전의 미나의 모습을 점점 찾아가고 있었다. 태석과 환의 빈자리를 메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자신을 찾아가고 있었다.

 

미나는 자료 정리를 마치고 일어났다. 그런데 부장이 그녀를 찾았다.

"김미나 형사. 잠시만...나 좀...."

"....??!"

부장을 따라가보니 밖이었다. 정문에 서서 김미나 형사는 오부장과 마주하게 되었다.

"부장님. 할 말 있으셨으면 아까 부장실에서...."

"목소리 낮추게...."

"아......"

 

뭔가 은밀한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 여긴 미나는 부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사실은 나....최태석이를 복직시키려 하고 있어"

"그.....그게 정말입니까?"

"이제는 복직시킬떄도 됐지. 얼마전에 벌어진 일인데 그게......"

"부장님."

"환이도 복짓시키고 싶은데 그건 당장은 어려울 것 같고,  일단 태석이 먼저 하려고"

"그걸....어떻게???"

"흐음........태석이가 얼마전에......"

 

부장은 태석이 그간 시장통 잡배들을 여러번 두들겨 경찰서로 끌고와 어중띄게 형사들 실적이 올라간 것을 보고 계획을 세운 것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형사들도 동조했다. 그들을 잡은 것은 최태석이라는 진술만 하면 예전의 죄를 사면함과 동시에 다시 형사과에 배치될 수 있도록 힘을 쓰겠다는 것이었다. 시간도 흘렀겠다. 지금은 가능하리라는 것이 부장의 계산이었다.

이제 중요한 건 미나가 태석을 어떻게 설득할 것이냐 였다. 남은 건 미나의 행동이었다.

 

"어때.....미나 생각은?"

"저야 오케이 지요. 그리고 따로 설득할 필요도 없을 거에요"

"흠...그런가? 그럼 자네가 힘 좀 써주게...다른 형사들이 설득을 해봤지만 도통 들어야 말이지"

"그랬나요?"

"아마 최환 그 친구 말이라면 들었을지 모르지만 그 친구는 이미 내 사람이 아니잖아. 그나마 너라면 가능할 거 같아서"

"어머나. 알겠어요. 그럼 제가 반드시 마음 돌려놓겠습니다."

"이번건 잘 못한다면 자넨 평생 독신근무야. 알았어?"

"명심하겠습니다."

 

미나는 신이나서 차를 타고 달려나갔고, 부장은 그런 미나의 모습을 보고 흐뭇하게 웄었다.

그렇다. 외압에 시달리긴 했지만 이 정도는 해줄수 있어야 부장이다. 간만에 체증이 싹 가라앉는 느낌이어서 그런지 부장도 뿌듯했다.

 

 

==교통과==

시시했다. 아니 시시하다기 보단 자신의 적성과 동떨어진 업무 뿐이었다. 거친 범죄자를 상대하던 형사가 시덥잖은 일이나 하고 있으려니 답답했다. 일은 편했다. 밤새는 일도 많았지만 뭐 형사와는 비교할 수 없었고, 주먹을 쓸일도 맞을일도 없었다.

격하되긴 했지만 환은 빠르게 적응해 나나고 있었다. 하지만 무기력감은 항상 가지고 있었다. 일은 멋지게 해내지만 의욕은 없어보이는 것이 상관들이 본 환의 모습. 환은 의욕없는 표정으로만 일관했다.

 

업무를 마친 이후, 환은 비내리는 창밖을 내다보며 사색이 잠겼다. 지금 시간은 업무량이 가장 없기로 유명한 새벽시간...가끔 있는 사건도 대부분 간단한 접촉사고이기에 큰 마찰도 없었기에 살벌하게 살아온 환에게는 그저 심심할 뿐이었다.

 

"으아~~~ 심심해 죽겠구만. 그런 따분함만 없어도 새벽근무가 왕인데..그렇죠. 왕순경님?"

"계급이 같은데 왜 말은 높이심? 그냥 말 까자고"

"아하하하..그래 왕순경. 따분하다"

"경찰이 따분하다고 하면 직무태만인거 몰라? 상부에 찔러줘?"

"에이구 참....뭐 이렇게 장단이 안 맞아서야"

"근데 내가 미쳤다고 찌르겠냐? 나도 졸린데...흐아아아암"

 

톡...

 

굴러다니던 종이 하나를 말아쥐고 가볍게 왕순경의 머리를 건드린 환은 따문함에 못이겨 괴로워하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 미치겠네...."

환의 애처로운 절규가 파출소를 울렸다.

 

==한동섭 의원 사무실==

한동섭은 당선되었다. 그것도 압도적은 표 차이로.....그리고 벌써 이틀이 지났다.

감상천 쪽에선 별다른 움직임은 벗어보였다. 한동섭은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았다.

 

"흐음.......감상천 의원 쪽 움직임은 어떤지 알아보셨소?"

'"아직 별다른 움직임은 없어 보입니다. 애초부터 이 선거에 별 관심이 없는 자였소"

"그런자가 출마를 했겠소이까? 뭔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예의주시 해주세요"

"네...알겠습니다. 힌워읜님"

 

동료 의원들에게 나지막히 훈계를 하는 한동섭. 그러나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건 사실이었고, 그 사실이 더욱 자신을 괴롭혔다.

이비서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통화는 실패한 상태. 이대로 가다가는 뭔지도 모르는 감상천의 수에 자신이 당할 수도 있었다.

대책을 세워야만 했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그의 이런 걱정은 적중했다.

오후 3시경, 한동섭 의원 사무실에는 비상이 떨어졌다.

한 선거운동원이 신문 한 부를 들고 뛰어온 것이다.

 

"의원님...."

"왜??"

"저...크....큰일났습니다."

"뭔데?"

"저......내일자 조간신문입니다."

 

"응?"

 

한동섭은 대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선거운동원이 가지고 들어온 신문을 펼쳐봤다.

그리고 그 신문에 실린 것은 마을 어른들을 모신 잔치에 자신이 어깨띠를 메고 있는 현장사진이었다.

 

"뭐야. 신우리당 한동섭 의원......마을 잔치 열어.....?"

 

한동섭은 손을 부르르 떨었다. 곧 경찰소환장이 발부될 것이라는 원고에 한동섭은 야단났다 싶었다. 그러나......자신은 이에 대해 어떤 방비도 세우지 않았다. 한동섭은 눈을 감고 쇼파에 주저 앉아 버렸다.

 

"하아아아....이제 끝장이군"

순간 한동섭의 머리엔 이비서의 얼굴이 스쳤다. 그가 우려했던 일이 너무 정확히 들어맞았다.

한숨을 푹 내쉬는 한동섭. 선거운동원은 안절부절하고 있었고 다른 의원들은 자리에 없었다.

 

한동섭은 모두 모이라는 지시를 내려놓긴 했지만 대책은 없었다.

몸이 바짝 달아오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감상천 의원 사무실==

 

"수고했다. 수환아. 네가 일을 잘해줬어"

"감사합니다. 의원님"

 

감상천은 한동섭이 맏아든 내일자 조간신문을 보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맞아들어갔다. 어차피 그는 이번 선거에 뜻이 없었다. 선거는 이길 필요도 없었다. 그의 목적은 한동섭을 잡는 것이었다. 당선은 됐지만 경찰 소환장이 청구된 이상. 처벌은 피할 수 없으리라....이제 다음 계획을 실행시켜야 했다.

 

"이제...한동겁. 그 자를 없애야 겠군."

"네? 없애다니요?"

"당선된 칙후에 발생한다면 누군가 사주했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당선 취소가 거론된 마당에 사망한다면....여론은 어떻게 될까?

"글쎄요.....그야 비리가 밝혀지려던 찰나에 사망한다면 자살해싿고 밖에 생각을......"

"바로 그 점이다. 그걸 노리면 되는거야"

"의원님......"

"이미 킹에게 지시를 해뒀다. 수환아. 그리고....."

'네. 말씀하십시오. 의원님"

"수환아....네가.....네가 킹 그자를 처치해라"

"........네?!"

"킹 그자를 없애라고...그가 일에 집중하는 사이에 킹을 없애는 거다."

"어....어째서 그렇게....."

"우리 계획을 아는 자는....모두 없애야 한다. 너와 나 둘만 빼고 아는 사람이 있어선 안돼!!"

"킹 그자도 프로 입니다. 이 일을 입밖에 내지는......."

".....처치해라"

"......알겠습니다. 의원님"

 

감상천은 여느때보다 더욱 사악해져 있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