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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ractor - (21화)

2011.03.06 13:33

라면국물 조회 수:28606

== 강원도 홍천, 은수의 집==

 

"레..레베카."

"오랜만이야. 폴"

 

은수를 퐁리라고 부르는 여자. 그리고 이 이국적인 여인을 잘 알고 있는 듯한 은수의 말투. 그 가운데서 소정은 형용하지 못할 무거운 기분을 느꼈다.  자기 생각대로라면 이 여자가 바로 이방인일터....그러나 지금은 자신이 이방인 같았다.

둘 모두 서로를 잘 알고 있지만..자신만 외따로 떨어져 있는 듯한 이질감...소정은 어떻게 행동할 지 의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미 레베카라고 불린 여자는 소정을 향해 권총을 겨누고 있었다.

"총 내려놔. 레베카. 이 여자는 그런 사람 아냐"

"나도 그럴꺼라고 생각했어. 초짜라고도 할 수 없는 수준이더군"

레베카는 총을 내려 놓으며 말했다.

"당신이 언제부터 이렇게 착한 척 하고 살았는지는 모르지만....당신은 원래 그런 사람 아니잖아. 이제 그만두는게 어때?"

"그만해둬.....난 다 접었으니까"

더는 듣기 싫다는 말투로 말하고는 레베카가 뭔가 말하려고 하는것 조차 듣지 않고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은수.

그리고 그런 은수를 바라보는 레베카와 소정. 세 사람의 어색한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

 

== 홍천근교. 막걸리 집==

"캬아~~ 한국의 동동주..이 술 정말 좋은데요? 때아아.. 미스 윤. 이거 최고에요"

반쯤 혀가 꼬부라진 것으로 보아 아주 술이 취한 듯한 레베카. 조금 전 까지 살기를 풍기며 소정에게 총을 겨누던 그녀가 맞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동동주 몇잔에 정신줄을 놓아버릴 듯한 이 허술함은 뭐란 말인가......소정은 그저 모를 사람이라는 생각만으로 레베카를 바라봤고 그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레베카는 연신 동동주만을 비워댈 뿐이었다.

"이야야..이거 좋은데요. 하나 더됴. 미국 갈때 사갖고 가야겠다. 끼이이이"

소정은 레베카의 사발에 술을 더 따르며 눈치를 살폈다. 여전히 신경을 쓰지 않는 듯 레베카는 그저 술잔만 기울일 뿐이었다.

 

이윽고...

 

"이야....아. 미스 윤이라고 했나요? 폴 하고는 어떤 사이죠?"

"폴??? 아. 은수씨요?"

"아.....여기선 은수라고 하는구나....네. 그하고는 어떤 사이에요?"

"..........."

소정은 망설였다. 하지만 레베카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피하지 못했다.

".....같이 살았어요. 잠깐이지만...."

"아. 그랬구나. 그럼 그에 대해서 많이 알겠네요?"

":......네?"

소정은 잠시 자신을 돌이켜봤다. 지금 그녀가 그에대해 알고 있는 거라곤...이름과 전직...지금은 은퇴했다는 사실 뿐이었다.

아니...이름 조차 제대로 알고 있지 않은 것 아닌가..그리고 직업에 대해서도.....그랬다. 자신은 그에대해 아는 것 하나 없었다.

그때 두 사람의 앞으로 술이 한 주전자 더 왔다.

레베카는 주전자에 있는 술을 소정의 잔에 채우며 말했다.

"사실.....난.....폴과 오랜 친구 사이에요....당신보다도..더 오랬동안 알고 지낸...."

"........."

"그에게 볼일이 있어 왔는데 어떤 여자가 폴을 찾는다는걸 보고....저도 모르게 그만...."

레베카는 술을 한잔 비웠다. 소정도 따라 비웠다.

이번에는 소정이 각각의 잔에 술을 채웠다. 레베카는 그저 관망만 할 뿐이었다.

"당신 폴의 과거에 대해 알아요?"

"네?...아니요. 잘 몰라요. 그가 얘기해 준적은 없어요"

"역시 그랬군.....예전부터 그런 인간이란건 알았지만.....역시 제 멋대로리나까..폴은.."

"레베카?"

"네? 뭐죠?"

"레베카는 그의 과거에 대해 아시나요?"

"그럼요. 잘 알죠..."

"그.....그럼...얘기해 줄 수 있어요?"

"알고 싶나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응수하는 소정. 그녀의 눈빛은 수심이 가득했다.

레베카는 그것을 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  감상천 의원 사무실==

 

"의원님. 한동섭 그자..이번 선거법 위반으로 지역구 의원직을 박탈당했다고 합니다"

"그래? 그럼 이제 그냥.....의원인 건가?"

"아니오. 기본 의원직도 박탈당할 거라고 합니다. 이젠...그저 범죄자일 뿐이니까요"

"그렇군. 하지만 오래 끌진 않을게다. 곧 풀려나겠지. 앞으로 1~2개월 안에 풀려나리라고 본다."

"1~2년이 아니고요?"

"뭐...그때가야 풀어주겠지만 그건 형식이고.....교도소까지 가는 일은 없을거란 말이다. 야당인데다 선거법 위반까지 하긴 했지만 특별한 혐의가 있는건 아니니까....의원직 박탈되는 선에서 마무리...정도라고 생각하면 돼"

"그렇다면 빨리 수를 써야 하는것 아닙니까?"

"안호균은? 어떻게 했찌?"

"의원님 말씀대로 증거가 될만한 것은 모두 회수한 뒤에..처치했습니다."

"잘했다. 그럼 그 뒤를 이을 사람은 누구라고 하더냐.....?"

"그게........"

"응?"

"선우갑....이라고 합니다."

"서...선우갑? 그 늙은이?"

"네....."

"흠...일이 어렵게 됐군. 알았다. 이제 제2 금웅원은 안보는 것이 좋겠군. 수환아. 수고 했다. 오늘은 그만 쉬거라"

"네..의원님"

 

수환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감상천은 뭔가 깊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별다른 수는 떠오르지 않았다.

'이제 한동섭을 제거했으니 다음 선거에선 내가 공천을 받게 될꺼다. 다음 선거는 총선........국무총리 자리에 오르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다. 그렇지만 한동섭과 선우갑. 두 사람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이상...이 둘은 반드시 없애야 해...하지만 어떻게......'

교회를 이용할 수도 없다. 실력있는 킬러였던 양은수는 실종상태. 게다가 차문기 역시 의뢰를 거이 받지 않는 상태다.

하지만....방법은 없었다.

 

'흠.....수환이에게 시키는 수 밖에 없는건가?"

하지만 수환은 지금껏 발생한 모든 일들의 뒤처리를 하느라 힘든 상태. 게다가 아직 미혼인 그로서는 가족이 있을 턱이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의원들에게 도움을 청하자니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이 늘어가는 꼴이라 허용할 수 없었다.

자신이 직접 움직여야 했다.

"킬러를 하나 더 고용해야 하나?"

 

 

== 경찰서 교통과==

서장이 부탁했던 수 건의 사건을 말끔하게 해결한 환은 점점 자신이 형사로 복직되는 것에 부풀어 있었다. 하루라도 빨리 되고 싶은 마음에 밤잠을 설쳐가며 사건에 매달리기를 수주쨰...... 결국 사건이 하나둘 해결되어 가면서 관내 범죄는 급격히 줄었다.

환의 입지는 이곳에서도 상당히 높아져 있었다. 낙하산이라고 그를 비웃던 사람들도 그의 열의와 실력을 보고 태도를 바꾸었고, 어디를 가더라도 환은 환영받는 존재였다.

하지만 그런 환을 잠시 주눅들게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에 발생한 사건이다. 뭐 이런건 사건팀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겠지만 사채시장 2인자라고 자부하던 사람. 안호균이 시신으로 발견됐어"

"안호균이요??"

"그래....뭐 겉으로야 위대한 기업가..라고 생각하겠지만 대부업자야. "

"그렇군요. 그런데 시체로 발견되다니....미움을 샀나 보군요"

"그렇겠지. 뭐 이 사람이 한동섭 의원과 손을 잡기 시작한 때부터 아주 거만해 졌으니까 말이지...미움을 사는건 당연해. 그런데.......범인은 통 알수가 없단 말야. 어떻게 도주했는지...범인이 누구인지 조차 알수가 없어. 그래서 본청에서 협조를 요청해왔다. 작은 단서라도 하나 잡아서 알려달라고 말이지"

"그걸....제가??"

"그래. 이 일만 성공하면....자네는 바로 특진이야"

"아...알겠습니다. 서장님"

 

환과 서장의 대화...단 둘밖에 없었기 때문에 아무도 엿듣거나 할 수는 없었지만 환 본인에게도 엄청난 충격이었다.

"이....이제 코앞인가?"

이제 곹 퇴근이었지만, 환은 곧바로 사건현장으로 뛰어갔다.

 

 

== 안호균 피살 현장==

이미 많은 경관들이 와 있었다. 협조 요청을 받은 환이었는지라 아무도 그를 말리지 않았다.

환이 내심 기대했었던 태석이나 미나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아마 다른 사건 떄문에 바쁘리라...

환은 열심히 수사중인 사람들 틈바구니에 껴서 몰래몰래 자료를 하나씩 봐두기 시작했다.

 

시체는 불태워져 있었다. 방과 함께 통쨰로......확실히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이렇게 해두면 단서가 발견된다 하더라도 변형되거나 없어질 가능성도 아주 높았기 때문이다. 사건 발생해따는 사실만 알려줄 뿐, 단서가 나오지 않는 다음에야 아무것도 밝힐 수 없는게 용의한 점이었다. 누군진 모르지만 프로였다. 의도적으로 일으킨 방화. 그리고 역시 단서는 쓸만한게 없었다.

증언과 몇가지 타다 남은 옷가지 들이 전부였을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때 환의 발 아래쪽에 뭔가가 톡 하고 떨어졌다.

"응? 뭐지?"

휴대전화 였다.

"내가...이런걸 떨어트리다니...나도 참.....허허"

괜히 너털웃음을 지으며 순간적으로 긴장했었던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휴대전화 하나에 긴장하는 자신이라니......

 

그날 신문에서는 안호균의 본사라고 할 수 있는 사무실에 방화가 일어나 안호균 본인과 함께 수많은 장부들이 잿더미가 되어 사라졌다는 것이 신문에 개재되었다. 그런데 환은 신문기사 중에서 알 수 없는 부분들이 있었다.

환은 사실 확인을 위해 경찰서 본청에 전화를 걸려했다. 그런데.....

"응? 이거 내것이 아니었나?"

화재현장에서 주어들었던 전화기....하지만 그 전화기는 이제 보니 그을음이 잔뜩 묻은 고물 전화기로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전화기는 다른 주머니에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 전화기는 켤수 조차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하아...이걸 어쩐다?"

 

여하튼 사실 확인이 먼저였다. 자신의 전화기로 본청에 전화를 걸었지만 신문기사에는 잘못된 정보가 없다는 것을 알았을때 환은 확실히 의구심을 품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대체 뭐란 말인가..그 나머지 하나는.......

 

 

==  홍전 근교, 막걸리집==

"굳이 알고 싶다면..알려주죠. 특별히 임막음 당한 기억은 없으니까요"

"그 사람이 이런 쪽지를 주고 가긴 했찌만...이걸로는...도무지"

".......혹시.....미스 윤은 그가 평범하게 학교 다니며 자랐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아.....그건 아니지만......"

"내가 말해주죠....그가 태어나 자란 곳은.......전장이에요"

 

= 레베카의 증언=

사실 그는 이 나라 사람이 아니에요. 그는 자기 이름도 나이도, 생일도 모르는 삶을 살고 있어요. 그가 당신에게 자기 생일이 언제라고, 나이가 어느 만큼 됐다고 한적은 없었죠? 그래요. 그는 자신이 태어난 병원이 어딘지 조차 모르고 있어요. 부모님이 없는건 당연한거고요.

그는 갓난아기 였던 시절.....그가 타던 비행기가 중동게릴라 들의 공격을 받고 한 마을에 추락했죠. 사실 그 게릴라 군은 원래 미군 수송기를 습격할 생각이었는데 미국에서 이를 알아차리고 한 소형여객기와 경로를 바꾼거죠. 말이 되나요? 수십명의 목숨과 자신들의 이권을 바꿔치기 했다는 것이? 아무튼 이때 추락한 소형 여객기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가 그였던 거에요. 이때 저도 그렇고 그도 그렇고 둘다 갓난아기 였던 시절이지만 게릴라 마을에서는 우리를 보살피기 시작한 거에요.

그렇게 그 게릴라 군은 연합군에 맞서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치열하게 싸워야만 했죠. 그 마을은 마을대로 처절했고, 연합군은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할 수 없어서 더욱 힘든 전투가 이어지던 격전이 였으니까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그와 제가 철이 들었을 무렵엔 둘 모두 손에 총을 들고 있었죠. 뭐 연합군의 승리로 끝이 나면서 우리 게릴라들은 반군이라고 지칭되면서 뿔뿔히 흩너졌고 그는 가까스로 이 곳에 밀입국 한거에요. 때문에 그는 어떤 데이터베이스에도 존재하지 않는 유령같은 존재가 된채...지금까지 살아남은거죠. 아. 저요? 저는 연합군에게 포로로 잡혔지만 마음 좋은 한 상사를 만나서 제 국적을 다시 찾았어요. 폴은 그렇게 게릴라들에게서 생활해 오며 지금까지의 기술을 모두 갖춘거에요.

아. 그리고 저는....힘들게 찾은 국적을 이용해서 지금은 폴과 같은 일을 하고 있죠. 전......용병이에요

 

소정은 잠시 먼산을 바라봐야먄 했다. 그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정도일줄은 몰랐다. 모든 것이 앞뒤가 맞아떨어지는 엄청난 충격과 진실......

"이제 그가.....소정씨 가까이에 있지만은 않다는 건..알겠죠? 당신 마음이 떠떤지는 모르지만요. 이제 그에게서 떠나가 주는 것이 두분 모두에게 좋은 거에요. "

"그만둬! 레베카!!"

"폴!!"

이야기를 모두 해버린 마당에 은수가 그 막걸리 집으로 들어왔다.

소정은 아직도 혼란스러웠다.

"그만둬......이렇게 떠벌려서 뭘 할 작저잉야?"

"당신도 확실히 해둬....당신이 이러면 이럴수록..더 복잡해지는거 알잖아"

"......."

소정은 아직도 복잡했다.

 

== 경찰서 형사과==

 

태석과 미나는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며 환호했다. 마지막 사건이 훌륭하게 마무리 되었기 떄문이다. 경찰서 내에서는 태석의 부활이라고 하며 형사들의 환호가 높아졌고 미나도 예전의 가락을 서서히 찾아가는 것 같아 기뻤다.

하지만 여전히 허전했다.

두 사람은 마지막 사건이 해결됐음을 알리려고 부장실로 찾아갔다. 부장은 그들을 어서 들어오라며 종용했다.

"그래...수고했어. 두 사람..고생 많았다"

"그럼 이제...환이를 불러 올 수 있는 겁니까?'

"말은 해뒀지만 시간은 좀 걸릴꺼야?"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그 녀석도 복직하고 싶어서 애를 쓰는 것 같더라고...그 녀석이 지금 맡고 있는 사건 해결되면 바로 배속될 수 있도록 행정서류는 완성됐다. 이제 그 녀석이 해결만 하면 돼"

"그렇군요. 그럼......"

"혹여라도 도울 생각일랑은 하지마..그럼 또 직권남용이 되어가지고 허사가 될 수 있으니까...."

"아........."

"두 사람은 환이가 올때까지 좀 쉬고 있으라고..그동안 잠도 잘 못잤지?"

';아....네. 부장님"

"그럼 오늘은 좀 자"

"네..알겠습니다."

 

환에 대한 소식을 들은 두 사람은 간만에 너무 뿌듯했다. 비온뒤에 땅이 굳는다고 잠시 어려웠지만 지금은 더욱 돈독해 진 자신들의 관계를 보니 환이 더욱 그리웠다. 하지만 이제는 할 수 있다. 기쁜 마음으로 그를 기다릴 수 있었다.

미나는 간만에 너무도 즐거웠다.

그런데 그때...미나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미나는 여유롭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머. 환이야"

"네. 김형사님. 저 최환 순경입니다. 뭐 좀 여쭤보려고 전화드렸어요"

"어?? 뭔데??"

"전에 잠깐 만났었던 동생 분 있죠? 지나씨 라고 했나요?"

'어. 지나 왜?"

"잠깐 좀 뵐 수 있을까 해서요."

"지나를??"

 

 

== 감상천 의원 사무실==

킹은 좀처럼 감상천 의원의 생각을 읽을 수가 없었다. 안호균을 그렇게 처치하라더니 이번엔 선우갑을 처치하라고 의뢰했다. 사실 그 정도 체류하면서 발생하는 여러건의 사건을 일일히 해결하는 것이 자신의 일이긴 하지만 점점 의중을 알 수 업게 된 마당에 순순히 따라야 할지조차 의구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선우갑....이자는 현자 사채시장의 거물 중 거물이오. 나름 조직도 갖추고 있다고는 하지만 정확한 건 알 수 없소이다"

"이 자를 제거하면 되는 겁니까?"

"그렇소. 하지만 아무도 모르게 처치해야 합니다. 그의 본거지는 저도 모릅니다. 할 수 있겠죠?"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하죠"

"비용이 추가될 겁니다. 알고 계시죠?"

"압니다. 확실히 하실 수 있죠?"

 

대답 대신 눈빛으로 응수한 킹은 조용히 자리를 떴다. 하지만 수환은 걱정스런 눈빛으로 감상천에게 왔다.

"의원님..위험하지 않을까요?"

"뭐가 말이냐?"

"자금 말입니다. 그 동안은 안호균을 비롯해서 각 기업가들에게 돈을 받아왔지만...저런 녀석에게 더 돈을 들이다가는......"

"나도 안다. 그래서 난.....선우갑 그 영감탱이의 재산을 거둬들일 생각이다"

"선우갑 영감을요?"

"곧...그에게 세무조사가 가도록 힘을 쓰거라. 그리고 그 전에 선우갑 영감과 만나야겠어"

"하지만 그 영감은 의원님을 만나주지 조차 않을 겁니다."

"이번엔 만날 수 밖에 없을꺼다. 세무조사란게 어떤 의미인지...그 영감이 모르지는 않을테니까......."

 

감상천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 선술집. 버드나무==

 

선우갑은 감상천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감상천이 선우갑이 있는 방으로 들어왔다. 선우갑은 은근한 노여움을 담아 감상천을 바라봤다. 하지만 전혀 기죽지 않는 감상천의 모습을 보고 내심 감탄을 했다.

"얘기는 들었소이다. 감의원...세무조사를 한다고?"

"그렇습니다. 선생님. 이 정당한 세무조사가 있어야 국가발전에 더욱 기여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국가발전?? 지하경제의 순리도 모르면서 국가발전을 도모한다니......"

"저는 지하경제라고 말한 적은 없습니다. 스스로 지하경제 발언을 하시는 군요"

"음지는 양지는 돈이란 다 같은 것이지. 지하라고 해서 내가 당신에게 고개를 숙일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싶소"

"그렇다면 이번 세무조사를 투명하게 받아들이실 거빈까?"

"그렇다면?"

"그렇다면 제게는 더없이 고마운 일이지요. 이제 곧 세무조사가 들어갈 겁니다."

"하루라도 빨리 오시오. 나 정도 나이가 되면 하루하루가 정말 아깝거든...죽기전에 하나라도 더 많은 일을 겪어보고 싶어서 말이지"

"신경쓰죠"

 

감상천은 술을 한잔도 먹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선우갑은 결국 상 턱에 앉아서 멀거니 병풍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선우갑의 수하가 그에게 왔다.

"선생님. 하지만 이 세무조사는......"

"알고 있다. 뇌물을 내놓으라는 일종의 협박이지.."

"하지만 그렇다고 이번 조사를 투명하게 받아들인다면 조직원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겁니다"

"뇌물을 바치게 된다면 내야할 세금보다 더 많은 뇌물을 요구할꺼야. 세금을 내는 순간 우리는 양지로 올라갈 수 있어. "

"하지만......지직원들은 이를 수긍하지 못할 겁니다."

"흐음......."

"휘건아...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

"이번 세무조사를 막는 대가로..어람전 안호균으로 부터 양도받은 자금 전체를 넘기는 건 어떨까요? 아직 우리 재산도 아니니까 세무조사 받을 이유도 없지만 그 규모는 상당합니다. 어차피 세무조사 받지도 않을 자금을 줘버리는 겁니다. 그야말로 그런게 눈먼 돈 아닙니까. "

"그에게 눈먼 돈을 주고....나는 안전을 도모한다?"

"괜찮지 않을까요?"

"흠.....아니다. 세무조사를 받는 편이 나을 것 같구나"

"어르신"

"양지로 올라간 다음에 그 재산을 흡수해도 늦지 않을 뿐더러, 지금에 와서 통째로 넘겨준다고 해도 매번 세무조사로 우리를 괴롭히려 할 것은 분명하다. 져주는 척 하면서 우리가 양지로 올라가는 것이 더욱 유리할 것 같구나. 어쩄거나 우리가 한번 세무조사를 받는다면 당분간은 그걸 무기로 사용하지는 못할거다. "

 

선우갑과 그의 수하는 한참이나 그렇게 앉아있을 뿐이었다.

그달 선우갑의 조직 여러곳은 엄청난 세금으로 피해를 본 조직원들이 성화를 부렸고, 선우갑 자신도 엄청난 자금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그로 인해서 그의 조직은 세상에 알려졌고, 그는 얘전보다 더 튼실한 운영을 하게 되었다.

게다가 안호균의 재산까지 흡수하면서 되례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 감상천 의원 사무실==

"흠...그 영감탱이가 그걸 그렇게 받아들일줄이야"

"그럼 이제.....그를 제거할 수 밖에 없지 않습니까?"

"킹 그자에게 지시를 해뒀으니 곧 조치가 나겠지. 그나저나 이래서야 교회에 지급할 돈도 충분치 않을 것 같은데....수환아. 우리가 끌어들일 수 있는 자금이 얼마나 되냐?"

"사실 여우롭지는 못합니다."

"몇몇 기업 더 족쳐서 내년 총선까지 자금만 끌어내면 된다. 그 뒤는 또 자금길이 열리기 마련이니까"

"그렇다면......."

"그래. 다른 기업들을 알아봐"

"알겠습니다."

 

감상천은 그렇게 수환을 통해서 자금을 끊임없이 공수 받도록 일을 꾸미는 한편, 선우갑의 조치에 대해 한발 물러설 수 밖에 없는 자신이 안타까웠다. 본래 감상천이 노린건 선우갑이 안호균의 모든 재산과 세무조사를 맞교환 하는 것이었지만 출혈을 감수하고서 세무조사를 당당히 받아들이는 선우갑의 조치에 희열을 느꼈다.

하지만 아직 여유는 있었다.

"만일 자금이 부족하게 된다면......킹 그자를 없애는 수 밖에....."

 

 

== 강원도 홍천, 은수의 집==

 

은수는 일을 나가고 없었다. 모처럼 일찍 일어난 소정은 우중충한 날씨에 곧 비라도 쏟아질 법한 하늘을 보며 괜히 우울해졌다.

그러던 중 역시 같은 집에서 잠을 자고 있었던 레베카와 눈이 마주쳤다. 레베카는 지금 막 일어난 것 처럼 보였다.

그때 불현듯, 소정의 뇌리에 스친 의문점이 생각났다.

소정은 레베카에게 조심스레 다가가 나지막히 물었다.

 

"저기...레베카? 당신은 은수씨와 같이 자란 사이라고 했쬬? 그 전장에서?"

"맞아요. 같이 자란 친구이자 전우이고 파트너이자 애인이었죠"

"애인??? 그와 애인사이 였다고요?"

"어머 칠투하는 거에요? 네 애인이었어요. 지금은 아니지만....."

"그럼......지금은 왜 그를?"

"아...저요?"

"네......"

"지금의 저는........폴 그 사람을......."

",,,,,,,,,,,,,,,,"

"죽이러 왔어요"

 

말이 끝나자마자 굉음과 함께 번개가 내리꽃혔고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