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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ractor - (18화)

2011.02.21 11:33

라면국물 조회 수:26022

== BS호프==

 

병수와 그의 아내가 잠시 자리를 비우자, 미나는 건너편에 앉으며 태석을 응시했다. 태석은 뒤이어 병수가 가지고 온 맥주를 건네며 미나에게 할 말 있으면 하라고 말했고, 미나는 맥주를 한잔 들이킨 위에야 서서히 말을 하기 시작했다.

"하....선배님....큰일 났어요"

"큰일?? 무슨 큰일??"

"환이가......환이가 조금...이상해요"

"환이..그 녀석이??"

 

울먹이며 말하는 미나. 그리고 의아하게 보는 태석. 병수와 아내는 둘의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고, 폐점 간판을 문에다 걸어뒀다.

 

==경찰서 감사실==

환은 두 명의 조사관 앞에서 혼자 앉아있었다. 본래 파트너인 김미나 형사를 대동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걸 고사하고 혼자 조사받겠다는 환의 뜻이 반영되어 환 혼자서 조사를 받고 있었다.

 

"떼강도 사건하고 여대생 살인사건을 한 큐에 해결한 것은..형사로서 칭찬받아야 할 일인건 맞습니다. 그런데...."

조사관은 서류를 들여다보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아무리 취조라지만 사람을 이렇게 팹니까?? 이건 깡패나 하는 짓이에요"

"아.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주먹으로 자백을 받아내려 합니까?? 지금이 일제시댑니까? 자유당 시댑니까?"

환은 두 조사관의 물음에 묵묵부답으로만 응할 뿐이었다.

 

"어떻게 범인을 떄려서 전치 10주가 나오게 합니까?? 이거 저쪽이 고소를 하면 바로 구속이에요. 알아요?"

"사실 고소도 필요없을 정도이지만, 그자가 전과자에 뗴강도 사건의 일원, 살인사건의 범인이라는 점에서 모든 게 넘어간거지...죄가 없어진 건 아닙니다."

"아. 최형사도 형사질 오래 했으면 인권단체가 이런 일에 얼마나 민감한지 잘 아실거 아닙니까"

 

두 조사관이 어떤 말을 해도 꿈적도 얺는 환의 태도에 조사관들은 서서히 지쳐갔다.

"그러니까...."

"그럼"

환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자 두 조사관은 입을 다물고 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사람을 죽이고도 나는 잘못한거 없소이다. 법대로 하시오. 라고 배쨰라 있는 놈을 신사적으로 대해줘야 합니까?. 난 죄가 없고 사회가 부조리한 탓이니 사회를 먼저 처벌하라는 것도 정당한 거라고 생각하세요?"

"......"

"......"

"과잉진압이다. 과잉취조다 라고 하는데......이 사건 해결하면서 실탄 한번 쓴 적 없어요. 총 한번 쏘지도 않고 몸으로 뛰며 해결했는데 과잉은 무슨 과잉?"

"아니...최형사!!!"

"이렇게 해서 사건 해결하면 범인 편들고, 해결 못하면 무능력하다 욕할테고....어느 장단에 춤을 추란 말입니까? 경찰은 무슨 동네 북이에요? 잘되도 못되도 경찰만 욕을 먹어야 합니까??"

 

이번엔 조사관이 입을 다물었다.

 

"인권단체니 뭐니 다 좋습니다. 근데.....그건 아셔야 합니다. 인권단체니 뭐니....이런 사람들이 지켜줘야 할 사람들 인권은 뒷전이고 범죄자 편만 들다 보니까 홍길동이 늘어나는 겁니다. 홍길동 아시죠? 호부호형을 못해서 도적이 된......."

"......"

"......"

"나쁜놈을 나쁜놈이라고 못하고 범죄자를 범죄자라고 못하는 이 나라에서 경찰이 이 정도도 못합니까? 사건 해결하려 한 경찰은 푸대접하고 범인을 영웅시 하는 이 나라에서 경찰은 그저 관망만 하고 있으란 말입니까?"

"그런 말이 아니잖소. 최형사. 비약이 지나쳐요"

"그리고 그렇다고 해서 폭력은 정당화 될 수 없는 겁니다. 경찰은 법을 수행하는 사람이지 집행하는 사람이 아니라고요"

"뭐 최형사 마음 모른는거 아닙니다. 그래도 이건 좋지 않아요"

 

조사관은 환의 논리에 빈틈이 생기자 사정없이 파고 들었다. 그러자 환은 또다시 침묵모드로 돌아섰다.

그렇게 한참이 흐른 후....

 

"뭐 최형사 기분이야 모르는거 아니지만...그래도 법을 지켜져야 합니다. 2주내로 징계명령 떨어질 겁니다."

 

한 조사관이 말을 마치자 환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예전에 선배 형사들이 저한테 그런 말을 했습니다. 사건이 일어나면 좋아 날뛰는건 기자 뿐이라고...해결이 되면 되는대로, 안되면 안되는대로 경찰은 욕만 먹는 세상이라고......술안주 삼아 한 이야기에..제가 중심에 서게 될 줄은 몰랐네요"

두 조사관은 또 다시 할말을 잃었다.

두 조사관의 눈에는 살인을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버티던 우곤과 다를게 없어 보였다.

 

==경찰서 ==

자리로 돌아가자 미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환은 미나를 보고 인사를 건넸고 미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어떻게 됐어요?"

"어떻게는...안 좋게 끝났지..뭐"

"에이~ 갑갑한 사람들 같으니"

한층 소탈해진 환. 그리고 더욱 편안하게 받아주는 미나.

수사본부에 있는 형사들은 잠시나마 조성된 평화(?)적 분위기에 잠시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사건이 완전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필요한 물적,증거와 용의자를 전원 체포하는데 성공했고 남은 것은 추가자료 확보와 정황증거 엿다.

어차피 최종 정리작업의 일환이었기에 다들 크게 걱정은 안하고 있었다.

 

"박형사"

"네?"

"마지막 작업까지 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 거 같아?"

"글쎄요. 길게 잡아야 3~4일이면 되지 않겠습니까?"

"살인사건까지 한꺼번에 간다면??"

"그럼....일주일 정도면 될 거 같은데..왜요?"

"아....그래? 그럼 박형사. 박형사가 지금부터 본부장을 맡아줘"

"네? 아니 어차피 없어질 수사본부를 왜....."

"난 다른 일 생겼거든.....남은 부분..처리 좀 해달라고...."

"다른 일이요? 그럼 여기 안 오실 겁니까?"

"사건은 박형사가 해결한 걸로 해. 징계는 내가 받을테니까"

"본부장님....."

"신경쓰지마. 난 또 일이 있으니까....미나 따라와"

"아. 네 선배님"

 

그렇게 환은 모든 사건을 박형사에게 넘기고 다른 일을 찾기 시작했다.

 

서둘러 본부장 자리를 반납한 환은 원래 자기 자리도 돌아와 사건 파일을 찾기 시작했다.

미나는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도무지 말할 틈이 보이지 않았다.

간밤의 일도 생각이 났지만, 틈을 보이지 않는 환 때문에 얘기를 꺼내지도 못했다.

 

==지난 밤 BS 호프==

"뭐? 환이가 정말 그렇게 변했어?"

"요즘.....너무 무섭다니까요. 얼마전에 한 용의자를 죽기 직전까지 두들겨 팬 적이 있어요"

"환이가 힘이 좋긴 하지만 그럴 애는 아닌데......언제부터야?"

"사실....그게......태석 선배가 그만두고 나서 데스핑거 사건이 없는 것으로 처리됐거든요"

"아......그래서....."

"지금 선배가 환이 선배 잡아주지 못하면 정말 사고 칠 거 같다니까요. 선배님. 좀 도와줘요"

"흠........"

 

태석이 생각에 잠겼고, 미나는 그런 태석의 대답을 가디라고만 있었다.

 

"환이...언제 한번 내 앞에 데려와"

"어쩌시로고요?"

"미나야. 남자는 귀찮은 생물이야. 일단 데리고 와"

"알았어요. 언제쯤이 좋을까요?"

"아무때나....."

 

태석은 그 말을 남긴채 자리에서 일어섰다. 미나는 그런 태석의 모습을 보고 또 한번 생각에 잠겼다.

 

 

 

==한 마을회관==

 

한동섭 의원은 마을의 노인들을 불러놓고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사실 불법적인 행동으로 비춰질지 모르지만 명목상으로는 자선단체에 벌이는 후원잔치였기에 법적으로는 문제될 게 없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모아두고 벌이는 이색적인 잔치에 마을은 축제분위기 였다.

하지만 한동섭의 수하는 안절부절 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동섭은 여전히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마을 노인들을 대접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아이고, 어르신 이쪽으로 오십시오"

"뭐여? 된장찌게라도 끓여놨어?"

"그렇습니다. 어르신...가서 수육도 한 접시 드시지요"

"수육??"

"네네...."

 

연신 허리를 숙여가며 인사를 건네는 한동섭 의원. 그리고 그에 따라 안절부절 못하면서도 한의원을 돕는 그의 수하는 어찌보면 대조적인 그림이었다.

"의원님.....이제 자리를 옮기셔야 합니다."

"아. 이비서. 다음은 어디지?"

"이제 없습니다. 의원님"

"그래..너무 늦었군...이제 그만 가지"

 

비서와는 작게 이야기 한 한동섭. 그리고 한동섭은 노인들이게 이렇게 말했다.

 

"어르신들은 나라의 주춧돌 같은 존재십니다. 어르신들이 잘되야 나라가 튼튼해지는거 아닙니까? 그래서 전 어르신들을 모시려고 왔습니다. 부디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말고 편하게 대해 주십시오"

 

일장 연설을 늘어놓으며 노인들의 박수를 받은 한동섭은 차에 올랐고, 차가 출발하자 한동섭은 비서에게 나지막히 이야기했다.

"이비서...무슨 걱정있나?"

"아....아닙니다."

"그런데 왜 아짜부터 안절부절 못하고 있어?"

"저기..그건......"

"아니네..말하기 싫으면 관두게......"

",,,,,,,"

 

비서는 조용히 운전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한동섭 의원 사무실==

한동섭은 서서히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까부터 비서가 뭔가 할말이 있는 눈치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비서를 보고 결국 한동섭이 먼저 말을 걸었다.

 

"이비서. 대체 왜 그래? 무슨 일 있나??"

"저......그렇다면....."

 

이비서는 주위를 슬쩍 들러보고는 나지막히 이야기했따.

"의원님....이번 선거.....포기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얘기야? 표심도 우리에게 돌아왔고, 자금도 넉넉해. 근데 이제와서 포기하자니?"

"감상천 의원과 돌아선 걸 잊으셨습니까?

"그건 걱정마. 그 쪽도 나도 서로 함부로 건들지는 못할테니까"

"아닙니다. 동귀어진을 할 생각이라면 달라집니다."

"어째써지?"

"지금 의원님은 야당이십니다. 감의원은 여당이고요. 여야 정면충돌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옵니다. 여야정면 충돌이 일어난다면 지금껏 애써 쌓아온 표심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그러니 표밭을 잘 닦아놓고, 다음 선거를 기약하시는게 좋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이미 난 너무 먼 길을 왔다. 이제와서 되돌릴 수는 없어.그리고 어르신들을 대접하라고 한 건 누구였지? 자네 아니었나?"

"맞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방법이 너무 엇나갔습니다. "

"그건 무슨 소리야?"

"법적으로 하자가 없도록 자선단체의 후원잔치로 꾸며놓은 들 어깨띠 메고 의원님꼐서 돌아다니신다면 모든게 허사가 됩니다. 정치인이 잔치자리에 있었지만 후원행사 였다는 말은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는 어리석은 일이라고요. 이 일이 언론에 알려지고 감상천 의원이 이 정보를 손에 넣게 되면 남는 것은 없어집니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의원님. 이쯤에서 멈추시지요. 다음 선거를 기약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자넨 하나만 알고 둘을 모르는군....."

"......."

"표심이란건.....끌어오기도 어렵지만 유지하는건 더 어렵네. 다음 선거까지 저들이 가디려 줄 것 같나? 표심도 승부야. 이길 수 있을때 공격을 못한다면 남는 건 패배 뿐이네. "

"하오나"

"더 이상 이 얘기로 내 기분 방치지 말게....정치도 승부야. "

비서는 이제 변해버린 한의원을 보며 속으로 크게 한숨을 쉬었다.

 

== 감상천 의원 사무실==

"의원님. 한동섭 그 자가 마을 어르신들을 포섭하려 했다고 합니다"

"뭐?? 그게 정말이야??"

"조금 전 정보원이 전달해 왔습니다."

"후원잔치에 어깨띠를 메고 직접 왔다라....이 정도면 확실한 증거지...."

"하지만 표를 달라는 말은 단 한마디도 안했다고 합니다"

"수환아. 사람을 평가하는 건 사실이 아니다."

"......"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는 건 소문이야. 세 사람만 우기면 없는 호랑이도 만든다고 하지 않았냐"

"하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금방 탄로가 날텐데요"

"이쪽에선 착각했다고 우기면 그만이야. 그리고 그 소문만으로...저쪽은 깍인다."

"의원님......"

"내가 말했지? 한국인은 개개인은 똑똑해도 모아두면 바보가 된다고.....그걸 이용하는거야. 음히히히히히"

 

감상천은 비열한 웃음까지 지어보이며 자신이 세운 전략에 자신감을 실었고, 수환은 뒤에서 든든하게 버티고 있었다.

"아. 경찰쪽 일은 어떻게 되가나?"

"말씀하신대로 다 했습니다."

"좋아. 수환아 수고했다. 오늘은 우리 술이나 한잔 하자꾸나:"

"...네 알겠습니다."

 

감상천 의원은 자리를 나섰고, 수환은 그 뒤를 따랐다.

 

 

==경찰서 부장실==

 

미나는 부장실의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갔다. 오부장은 당황스런 눈빛을 하고 미나를 직시했다.

"뭐야?"

"부장님. 이게 뭡니까? 교통과라니요. 게다가 순경으로 강등이라니요?"

"안짤린거로 감지덕지 해야지. 이게 무슨 행폐야??"

 

환은 조금 전 통보를 받았다. 직책은 경사였던 환이 순식간에 순경으로 강등되어 버린 것. 2계급 강등이었다.

불미스런 사건이 있어서 동요되긴 했지만 그래도 굵직한 사건을 해결해 징계는 가벼울 줄 알았는데 2걔급 강등에 부서도 바뀌어 버렸다.

미나는 이걸 도무지 받아들일 자신이 없었다.

 

부장실 밖에는 환이 있었다. 미나를 데리고 나올 참이었지만 문 밖에서 나오는 소리에 꼼짝할 수 없었다.

부장의 비서로 보이는 여자도 어찌할 줄 모르는채 서있을 뿐이었다.

 

"이건 누가봐도 명백한 외압 아닌가요?"

"외압 같은 소리하네...어째서 외압이라고 단정짓는거야!!?

"외압이 아니면요. 대체 어느선에서 내린 명령이기에 사건 해결하고도 강등입니까?"

"그럼 좀 절해야지. 사람 하나 병신 만들어놓고, 무사히 넘어갈 줄 알았어? 이건 엄연한 해임감이야. 알아?"

"어쨌거나 관내 가장 큰 사건을 해결한 건데......그에 대한 것은 전혀 없는 겁니까?"

":시끄러!! 뭘 잘했다고 여기와서 큰소리야!! 당장 나가!!!"

 

환은 잡으려면 문 손잡이를 차마 잡지 못했다. 문을 열고 나온 미나의 눈은 눈물러 범벅이 되어 있었고 환은 그런 미나의 뒷모습을 그저 지켜보는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멍하니 미나를 바라보던 환은 미나의 뒤를 따라갔다.

 

 

==경찰서 옥상==

미나느 울었다. 너무도 속상했다. 사건 하나가 선배 하나를 잃게 했고, 또 다른 사건은 또 다른 선배를 앗아갔다. 오자마자 처음만난 마음에 드는 동료들이 하나 둘 사라져갔다. 너무도 속상했다. 누구하나 지키지 못했다. 가장 누나라면서 선배이긴 하지만 동생인 녀석들이 힘들어 할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니...하지 않았다.

그런 자신이 너무 싫엇고, 너무도 속상했다. 마냥 울고 싶었다.

 

"칫.....내가 싸움도 젤 잘하는데...나이도 젤 많은데.......난 왜 아무것도 안한거지?? 쳇!!"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칫.....환이....내가 좀만 더 일찍 잡았어도. 이 지경까진 안 오는건데......으앙~~~"

그먄 엉엉 목놓아 울어버리는 미나. 환은 그런 미나의 모습을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보고 말았다.

엿보는 것은 취미가 없었지만 미나를 데리러 왔다가 우연찮게 들은 것.

 

점점 눈물이 멎어갈때쯤......미나의 뒤에서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미나. 우리 대련 한번 할까?"

"습.......환....환이 선배?"

"그래. 나다. 우리 간만에 대련 한번 하자."

"서......선배니임!!"

"명심해. 지는 사람이 오늘 점심, 저녁 둘 다 사는거니까.."

"좋습니다."

 

미나는 이내 눈물을 감추고 환에게 들려들었다.

 

환은 미나를 데리고 대련장으로 갔다.

 

도복으로 갈아입은 두 형사가 마주보고 서있었다.

"아까 한 약속 후회하지 마십시오"

"좋아. 어디 덤벼봐"

 

여기서 환은 또 한번 느껴야만 했다. 미나의 벽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높고 큰 벽이었음을....

이번에도 꽤 반격은 했지만 여전히 실력에서 밀려버린 환의 완패였다.

 

"자 필살기 한번 들어갑니다."

"저.....저기..누..누누누누누누누누누나"

"엉덩이 누르기이이이이"

 

우지직......

 

환은 발버둥을 쳤지만 미나의 필살기는 쉽게 빠져나올 수 있는 기술이 아니었다.

결국 미나가 풀어주는 것으로 대련은 마무리됐고, 둘은 오랜만에 기분 좋게 지칠 수 있었다.

 

"어떻습니까? 제 엉덩이 맛이"

"하하하......미나 이길 수 없겠는걸.... 더군다나 오늘은 더욱더"

 

너털웃음을 지어보이는 환. 그리고 빙긋이 웃어보이는 미나. 둘은 모처럼 자기 본래 모습을 찾은 듯 했다.

미나는 이때다 싶었따.

"선배...그동안 너무.꼴 보기 싫었던 거 알아요?"

"내가?"

"네.....시종일관 까칠까칠....툭하면 부수고 떄리고 언성높이고......"

",,,,,,,,"

"그래서 저 좀 무서웠어요. 선배"

"........"

"싫어질 뻔 했다고요"

"그랬어?"

"근데요......."

"근데 뭐?"

"지금은 다시 좋아졌어요"

"허....허허허허허허허"

 

아저씨 처럼 웃어보이는 환. 미나는 아저씨처럼 너털웃음을 지어보이는 환을 보고 문득 태석이 떠올랐다. 태석도 가끔 저렇에 웃곤 했었다.

많이 닮아가는게 저런 걸까...싶은 마음에 미나는 환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역시 선배긴 해도 자기보단 동생들이란 생각에 한켠으론 대견해 보이는 마음도 생겨났다.

 

확실히 오늘 아침, 미나가 대신 항의하러 갔다가 되려 부장에게 혼이 난 후부터 환은 바뀌었다. 폭군에서 다시 다정했던 예전으로.....그리고...미나가 세웠던 계획은 실천도 안됐지만 벌써 목표는 이룬 것 같았다.

 

풀썩 쓰러져 있는 환에게 미나는 엉금엉금 기어가서 환 아주 가까운 곳에 쓰려져 누웠다.

"우리....태석 선배 만나러 가요"

"태석이...형??"

"어. 이제 형이라고 하네? 경찰 아니다 그거지?"

"아직 경찰서다. 상관이라고 난....."

"자신있으면 덤벼. 이번에도 엉덩이맛을 보여줄께..."

"쳇....말만 하면 대련하재....근데 언제?"

"오늘 밤 어때???"

"오늘 밤???

"응....."

 

 

== 소정의 아파트 ==

은수는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소정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심란해졌다. 이제 건강도 되찾았고, 여유도 되찾았다. 하지만 자신에게서는 조금씩 여유가 사라져갔다. 최근들어 기억의 조각들이 점점 선명하게 자리잡혀 가고 있었고, 그것 때문에 소정을 돌볼 여유가 사라지고 있었다. 그것이 싫었다. 그는 결국 어려운 결심을 했다.

조금 전의 그로서는 생각도 못할.....바로 그것.....그것은...소정의 곁을 떠나는 것.

 

은수는 편지를 썼다. 길고도 짧은 내용의 편지를......편지를 쓰고 고이 소정의 머리맡에 둔 채, 은수는 조용히 떠나버렸다.

 

다음날 아침. 소정은 머리맡에 둔 은수의 편지를 보고 정신이상자 처럼 주위를 도렴 은수를 애타게 찾기 시작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도 보고, 심지어 경찰의 도움도 받아보려 했지만 허사였다.

 

소정에게는 편지의 내용 중 하나만 기억할 뿐이었다. "이제는 떠나야 할 떄가 온 것 같군요"

 

-- 은수의 편지--

미안합니다. 소정씨. 이제는 떠나야 할 때가 온 것 같군요. 사실 저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닙니다. 저는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는 한 비공식 군시잡단이 궐기하고 있는 지역에서 자랐습니다. 어린시절 그 근처로 여향을 가던 부모님이 운없게 부장강도를 만나 살해되고 전 이쪽에 버려지게 되었죠. 그렇게 저는 용병집단 같은 곳에서 20년을 살았습니다. 조직이 와해되고 저는 이쪽으로 밀입국 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쫓기는 신세였소. 그러다 조금씩 제 기억의 파편들이 잇달아 보이곤 했습니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단 하나. 예전의 그 조직이 다시 들어찬 것입니다. 그들이 득세하고 있는 한. 저는 언젠가는 잡히게 됩니다. 아마 소정씨 까지 불행해지겠죠. 그것이 싫어서 전 떠납니다. 소정씨...나 같은 놈은 이제 잊고 더 착하고 멋진 남자를 만나기만을 바라오. 당신과 함꼐 했었던 지난 4개월. 아니 당신을 알게 되고 당신과 함께 했었던 모든 시간들이 내겐 가장 큰 행복이었소. 나는 그만 잊어주시오. 이상 지금까지 당신이 좋았던.....한 남자. 양은수가

 

 

== 양은수 ==

기억의 조각들이 바로 용병시절의 그의 기억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은 문기와의 마지막 대결 직전이었다. 어둠속에서 적을 식별하는 능력. 그리고 용병시절 익혔던 살기로 적의 위치를 가늠하는 것.

과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기에 대부분 군에선 이걸 가르치지 못하고 있었고, 같은 용병이었던 동료들 대부분이 죽게 되면서 이 기술은 점점 뒤안길로 사라져갔다. 뿐만 아니라 용병시절 다뤘던 대부분의 기술들이 현대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기술들......비과학적이라고 채택되지 않는 전술들이 속속 기억나고, 그것에 따라 몸이 움직이는 것을 느낀 은수는 때가 왔음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나와 같은 기술을 쓰는 자들이 있다는 것은 그 집단이 다시 궐기한 것.......나를 잡을때까지 그들은 멈추지 않으리라...

모든 생각이 명료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망설임없이 차를 몰았다.

 

 

==BS 호프==

 

태석은 역시 서서히 정리를 하고 있었다. 손님도 없었고 폐점준비만 하고 있었다. 병수와 그의 아내는 오늘도 만족스런 표정을 지어보였고,  태석은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어딘가 허전했다. 마음 속 한 구석에 피어오르는 공허함은 어떻게 달래야 할까...하지만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선배님"

태석이 고민하는 사이. 미나가 태석을 불렀다.

"오오...미나 왔구나. 환이도 왔네"

"네. 선배님. 폐점 시간이죠?"

"응...그렇긴 한데...들어와"

"그래도 돼요?"

"빨리 들어와"

 

태석은 두 사람을 안들어 들였다.

 

"병수야. 오늘 내 후배 두명 왔는데..좀 있어도 되지?"

"아. 그래라. 대신 정리는 네가.해. 안주는 과일로 하고..."

"오케이~~"

 

태석은 환과 미나를 한 테이블로 안내하고 자신은 주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과일안주에 맥주까지 한꺼번에 들고 나온 태석은 환과 미나를 보고 즐겁게 인사를 건넸다.

 

"대충 얘기는 다 들었다. 결국 교통 됐다며?"

"네.....미나가 절 아주 강하게 후려치는 바람에...이제 정신을 차렸엉. 근데...좀 늦었네요. 헤헤헤"

"이제라도 알았으니 된거야. 한마디 해주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네...."

"헤헤...."

"미나야"

"네"

"옆에서 고생 많았지? 환이 저너셕......갑자기 변한거 보고 네가 젤 힘들었겠네...."

환은 고개를 숙였고, 태석은 대견하다는 듯 미나를 바라봤다. 미나는 슬쩍 환을 봤다. 환은 고개를 숙이고 미안해 하고 있었다.

"뭐.....저라도 그랬을꺼에요. 저도 반쯤은 미쳤으니까......근데.....태석 선배 빈자리가 느껴지는 순간, 정신이 들더라고요"

"흠....그랬구나"

"저도 마찬가집니다. 선배. 선배가 없는 빈자리가 메워지질 않으니까..제가 미쳤었나 봐요. 그래서 결국 교통되긴 했지만 다시 올라갈꺼에요"

"그랬구나.....근데 환아."

"네"

"데스 핑거는??"

 

주위는 갑자기 얼어붙었다.

"포기한거냐?"

"저...그게 싫은......."

 

 

 

== 한동섭 의원 사무실==

이비서는 노심초사 하고 있었다. 의원이란 사람은 승리 떄문에 대세를 읽지 못하고 있었고, 당에선 이미 이긴 선거라고 자축을 일삼고 있었다. 표심을 끌어오기에 급급해 허점투성이인 전략들이 난무하고 진정한 정치인이 무엇인지 망각한 사람들이 즐비한 곳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시간도 얼마 안 남았다. 약 3개월 정도가 남은 시점인데 모두들 너무 안이했다.

야구도 막판에 역전당하는 일이 허다하지 않는가.....하지만 아무도 진짜 대세를 읽지는 못하고 있었다

읽어도 믿질 않고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지금은 표심을 끌어와 승리한 것 처럼 보이지만 만일 여당에서 한 수만 제대로 쓴다면 역전되는 것은 물론이고 야당이 자중지란에 빠져 회복불능이 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었다.

게다가 그 전략은 불을 보듯 뻔했다. 선거는 내주고 불법추심이란 명목으로 경찰에서부터 소환장이 발부되면 진짜로 끝장이었다. 하지만 말을 해줘도 몰랐다. 답답했다.

 

이비서는 기약없는 이런 선거를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이비서는 의원사무실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조용히 사라졌다.

후에 한동섭 의원이 이를 알았지만 이비서를 찾지 말라는 원칙을 세로 세웠을 뿐,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를 않았다.

그러나 한동섭 의원이 모르는 게 있었다. 이비서는........모든 걸 궤꿇어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3개월 뒤==================

 

많은 것이 바뀌었다. 미나는 형사과에 남았지만 환은 고툥경찰이 되었고, 태석은 해임철회환을 체줄했지만 검토중이라는 말만 되풀이 되었다.

스페판 킹과 차문기는 수차례 은수를 습격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그리고 소정은 일을 그만두고 은수를 찾는데 여념이 없었다.

감상천 의원과 한동섭 의원은 내일 있을 선거에 총력전을 기울였고, 감상천 의원은 다소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며 고도의 심리전을 걸었다.

 

== 한동섭 의원 사무실==

"드디어 내일입니다."

"그렇소. 고의원. 이제까지 했던 것 처럼 우리 한의원을 믿어봅시다"

"반드시 우리 신 우리당에 승리를 가져다 줄 것이오"

"민의당의 감상천 의원이 가장 강적이긴 하지만....이번 선거에선 우리쪽의 압승이 예상됩니다"

"그 쪽은 제대로 선거활동을 못했다고 들었습니다.하늘이 도우신 거죠. 이번 선거....뗴어놓은 당상입니다"

 

의원들이 저마나 웃음을 머금고 이야기 하는 것을 본 이연희 비서. 사직한 이비서의 여동생인 그녀는 오빠처럼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

처음에 감상천을 등지고 야당을 택했을때, 참된 정치인이라고 생각했따. 자기 소신에 따라 당을 선택하고 정책을 발표하는 모습이 민주적이고 정직한 사람으로 보였다. 하지만 실체는 달랐다. 선거를 하루 앞두고 그만둘 수도 없는 상황.

이 모든 걸 본 오빠가 존경스러울 뿐이었다.

 

==감상천 의원 사무실==

"아마 지금쯤이면 한의원 그 동네는 벌써 이긴첫 처럼 좋아하고 있을 겁니다"

"그렇겠지. 사실 이번에 우리가 선거활동을 눈에 띄게는 안했으니까. 우리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2등이었어."

"그럼...정말 그 방법을 쓰실 겁니까?"

"모아둔 정보는 확실하지?? 적어도 난 이번 선거에서 부정은 없었으니......재밌을꺼야. 수환아. 이제 수환이 너도 정치...입문해야지?"

"아닙니다. 전 정치인 하기기 싫습니다."

"왜지? 남자라면 정치 해보는거 마다할 사람이 없검난....."

"전......수행원이 좋습니다."

'......고맙다. 수환아. 우리..일은 이제 너에게 달려있어"

"..아.....알겠습니다. 의원님. 맡겨 주십시오"

"그래 수환아"

 

수환은 시대에 안맞게 충성을 맹세하고 일하는 곳으로 돌아갔다. 감상천은 서서히 기대되고 있었다.

내일 결과에 어떤 표정을 지을지, 그리고......그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그때 표정은 또 어떨지...모든 것이 기대가 되는 하루였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