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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게임 라이프를 회고하며 - 4

2010.11.07 20:07

노바박사 조회 수:15063

글 이어 갑니다.

 

 

지금과 달리 도스 시절에는 게임을 하는데 있어 절대치가 존재 했습니다. 그건 바로 실행 되느냐 실행이 안되느냐 였죠.

 

Out of memory

Not enough memory

 

 

도스 환경에서 게임을 즐기던 사람들에게 있어 숙명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두 메시지 입니다. 현재의 윈도우 환경과 달리 도스 환경에서는 시스템 자원을 메모리라는 물리적인 장치에만 의존해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윈도우에서는 하드디스크 일부를 메모리로 사용해 다소 버벅이더라도 왠만해서는 실행이 모두 되지만 도스에서는 저 건방진 메시지만 던져놓고 프롬프트만 깜빡이고 있었던 것이죠.

 

MS-DOSPromptMemoryCheck.gif

 

메모리 얼마나 남고 얼마나 쓰는지 줄기차게 확인을 했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기억이 가물가물 한데 저는 mem /c | more 명령어를 주로 애용했던것 같습니다.

 

 

또 도스시절엔 EMM386 이라는 메모리 관리자가 있었습니다. 참 문제가 됐었던게 이녀석이 적지 않은 수의 게임들과 충돌을 했던 것이죠. 메모리 여유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저 emm386 이 필요한 반면 정작 중요한 게임과는 충돌하는 아리송한 상황이 나와버린 겁니다.

 

 

newmenu.gif

 

ms도스가 몇 버전대부터 지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지만 config.sys 와 autoexec.bat 파일을 뜯어 고쳐 스샷과 같이 다양한 부팅 리스트를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메뉴에 따라 emm386 을 사용하지 않거나, CD롬 드라이버를 불러오지 않는 식으로 말이죠.

 

여유 메모리를 확보하기 위해 이리저리 연구를 하다보니 시리얼 통신 게시판에서 이런저런 팁이 교환되었고, 하이텔에서 메모리를 2kb 먹는 마우스 드라이버가 전설적인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만큼 도스환경 과 게임은 여유메모리를 얼마만큼 확보하느냐의 전쟁이었죠.

 

컴퓨터를 막 조립한 컴맹시절 실수로 루트 디렉토리에서 del *.* 을 해버린 섬뜩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컴퓨터를 리부팅 해보니 뭔가 평소와 다르더군요. NCD 화면도 안나오고 마우스도 드라이버가 안잡혀서 커서도 안보이구요. 오 마이 훠킹 가뜨!! 컴퓨터와 함께 구입했던 컴퓨터 길라잡이(당시 컴퓨터 관련 서적중 베스트 셀러 였습니다.), 전유성의 ~~만 하면 전유성 만큼 컴퓨터 한다. 이런 책들을 펼치고 징징대며 어떻게 고치나 한참을 해멨었습니다. 그때는 게임을 못한다 보다도 비싼 돈주고 들인 컴퓨터를 망가뜨렸다는 죄책감이 더 컸나 봅니다. 파일명 개념을 잘 못잡고 있었는데 undelete 로 파일을 되살리며 정확한 파일명을 몰라 첫 글자를 a로 일단 살리고 봤는데 그중에 운좋게 autoexec.bat 가 있어서 컴퓨터가 반쯤 재정신을 차리고 한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매우 유용하게 사용했었지만 도스의 Menu item 꾸미는건 이제 기억이 나질 않는군요.

 

dir.jpg

 

도스시절 유틸리티는 노턴 시리즈가 유명했지만 그래도 국산이었던 이녀석이 최고봉이 아닐까 싶습니다. 도스는 게임을 실행시키기 위해 실행파일을 일일이 타이핑을 해 주어야 했습니다. 단축아이콘이나 그래픽적으로 보는 폴더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cd game

cd etin

etin.exe

 

이런식으로  명령어를 직접 입력해야 했고 스펠링이 하나라도 틀리면 ㅅㅂ 스러웠죠. mdir을 사용하면 화면을 보면서 화살표키와 엔터키만을 사용해 자유롭게 폴더 이동 및 실행 복사 삭제 등 도스 기능의 대부분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f1~ f12 까지 단축아이콘의 기능을 하는 것도 지원해서 다양하게 프로그램을 링크할 수 있었죠.

 

 

이 시절의 OS 는 그야말로 컴퓨터의 모든것을 내 손으로 주무르고 있다. 컴퓨터의 모든것을 파악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딱히 블루스크린이나 정체모를 오류가 뜨지도 않았고, 내가 지시한 명령에 대한 리액션이 아주 명확했었죠. Dos 를 다루는건 컴퓨터 운영체제의 범주이지만 입력과 리액션이란 측면에서 dos를 다루는것 자체가 오락적이고 게임과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floppy8.gif

 

이녀석은 참 욕나오는 저장매체 였죠. 2D, 2HD의 등급이 있었는데, 2D 는 용량이 적어 거의 쓰질 않았고 1.2mb 인 2HD 디스켙을 가지고 부지런히 게임을 퍼다 날랐던 기억이 납니다.

 

이 디스켙이 참 더러웠던건, 에러가 엄청나게 자주 나왔다는 겁니다. 디스켙에 복사를 하고 디스켙에서 다시 하드디스크로 복사를 하다보면 CRC 에러가 뜨는데 기껏 복사해 왔더니 에러를 뿜어대는건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죠. 에러는 꼭 98% 지점에서 생기는건 나만 그러던걸 까요? -_-)^

 

 

디스켙 복사 관련해서 한가지 에피소드가 있군요. 사촌 형집에서 워크래프트2를 목도 했습니다. 당시 사촌형이 사용하던 컴퓨터엔 제대로된 사운드카드가 달려있지 않아 배경음이 그리 좋게 나오지는 못했지만, 그래픽만으로도 사촌동생과 저는 그야말로 뿅 가게 되었습니다. 뭐....... 저작권법 개념도 없었던 어린 시기라 일단 복사 ㄱㄱ 를 했었죠.

 

방학때 아니면 갈수도 없는 사촌집이었고, 집으로 디스켙 12장을 가져와 복사를 하는데........... 아익후 ㄴ미얼니아ㅓ라ㅓ 4번 디스켙에 에러가 걸린겁니다. 너무나 하고싶은 워크래프트2를 생각하며 다음 방학까지 몇개월을 버텼습니다. 워크래프트2를 처음 본게 여름방학이었고 2학기는 짧은 편이니 그나마 몇달 기다리지 않은거죠. 다시 집으로 복사를 하는데 이번엔 11번 디스켙에서 에러를 뿜어 대더군요. 니ㅏㅁ러ㅏㅣㄴ어라ㅣㄴ얼 하느님 제바알 으헣헣헣헣 며칠을 벽을 긁으며 징징댔습니다. 도저히 안되겠다! 무사히 복사를 마친 사촌동생에게 애걸복걸해서 복사에 성공한 디스켙을 빌렸지만 운반중에 충격이 가해졌는지 또 에러가 나더군요. 이번엔 에러 복구 프로그램으로 겨우 압축은 풀었지만 digital sound(파일명 부정확)이 깨져있었습니다.

 

setup 에서  midi 만 잡아주니 감동의 워크래프트2가 실행 되더군요. 반년가량 미디음만 출력하는 워크래프트2를 하다가 또 방학이 되어 사촌동생집에 갔는데 띠용~! 유닛 음성이 나오더군요. 워크래프트1 에 너무나 익숙해져 유닛 대사가 없다고만 생각하다 듣고보니 으허허허..... 전 여전히 디스켙을 매우 싫어 합니다. :(

 

 

 

 486 DX-4 에서 펜티엄 75로 업그래이드도 하고 그럭저럭 게임을 하긴 했지만, 펜티엄이 나오고 4가 나오기 전까지는 슬롯형 CPU에 OS가 윈도우로 넘어가며 온갖 삽질을 하며 급격하게 변화했기 때문에 최신게임을 즐기기 힘들었던 부분이 생겼습니다.

 

 

win95.jpg

저에게 있어 참으로 애증이 쌓였던 OS 입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코묻은 돈을 모아 게임샵에 가서 C&C 레드얼럿을 구입했습니다. 패키지가가 4만 5천원 가량 했었는데 들고간 돈이 4만원 밖에 없어 레드얼럿을 두고 주인 아자씨께 애원의 눈빛 빔을 쏘아댔었죠. 주인 아자씨도 게이머 였던지 한참을 보다 게임 못하는 아쉬움을 안다며 선뜻 4만원에 게임을 주시더군요. 우왕퀴! 감동! 며칠동안 밥도 제대로 안먹으며 했었죠. Dos 부팅메뉴에 레드얼럿 전용 모드를 꾸며놓기도 하구요.

 

아아 이쯤 되면 뭔가 이상한 부분이 있죠? 레드얼럿은 윈도우 95의 다이렉트 3.1을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게임이었던 겁니다.

 

17380.jpg

 

 레드얼럿의 공식 게임 모드는 이 화면이 아니라

 

 

511.jpg

 

이 것이었다는 것이죠. 으헣헣헣헣..... 게임을 샀다고 방학때 사촌집에 가서 분명 같은 CD를 가지고 설치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엄청난 차이를 보이더군요.

 

 

3.1 을 쓰면서 윈도우 시스템에 대해 불만을 엄청 가지고 있던터라 95의 사용에 매우 부정적이었지만 넘어가지 않을수가 없더군요. 윈도우95 시디를 구해와서 설치를 해봤지만.....

 

blue-screen-of-death1.jpg

 

초기화면을 보고 마우스를 조금만 움직여도 블루스크린을 줄기차게 품어 대더군요. 그때 중딩이 아닌 성인이었다면 화면을 보며 소주를 마셨을 겁니다. 도스 6.2 에서 윈 95로 넘어오면서 OS 호환성이 극단적인 수준으로 나빠졌습니다. 사실상 윈도우95를 공식 지원하는 하드웨어로 시스템을 구성해야만 했던것이죠.

 

이때 컴퓨터 부품이 대대적으로 물갈이 되던걸로 기억합니다. 옥소리나 여타 많은 국산 브랜드들이 호환성을 문제로 정리된 것이죠. 이후로는 국산 컴퓨터 부품업체 하면 슈마 밖에 떠오르지 않는군요.  슈마의 몰락과정을 보면 정말 입맛이 써서 이부분은 생략 하겠습니다.

 

 

첫 시스템에서 윈도우 95로 넘어가지를 못해 고배를 마신후 컴퓨터 게임에 손을 다시 못대고  한참동안 GB 와 같은 휴대용 게임기의 에뮬레이터에 집착했었습니다.

 

gb-zelda.jpg

 

당시 휴대용 게임보이는 흑백만 지원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닌텐도 게임과는 뭔가 표현이 힘든 맞지않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 GB용 젤다의 전설 만큼은 닌텐도 게임이 어떤것인지를 확 느끼게 해주더라구요. 이 젤다를 하면서 게임의 재미 이외에 게임구성 이라는 부분에 관한 시야가 상당히 넓어졌습니다. 게임을 만드는데 구현하는 것도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 하지만 정작 게이머가 게임을 즐기는데 있어서 중요한 부분은 게임의 구성이 뼈대라는 것이죠.

 

흑백에 휴대용 게임기용으로 제작되어 용량이 크지 않았지만, 하나의 게임으로서 주는 재미는 너무나도 뛰어난 이 게임을 보면서 게임에서 정말 중요한게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국내 게임이 온라인 환경을 맞이하여 다시 발전상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게임의 구성으로 재미를 유발하는 수준까진 오진 못한체 아직 구현하는데 급급해서 아쉽긴 합니다.

 

집에서 GB용 에뮬레이터를 만지작 거리고 다시 오락실도 다니며 친구를 한명 만나게 되는데 이 부분의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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