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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게임 라이프를 회고하며 - 1

2010.10.24 09:52

노바박사 조회 수:15079

화면을 보면서 하는 비디오 게임이라는 것을 다룬지가 어언 20년이 지났습니다.

 

 

고전게임 커뮤니티에서 활동을 하고있긴 하지만 여전히 최신게임 하는걸 선호하며 생활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네요. 그만큼 게임을 할 정성과 노력이었으면 서울대도 갔겠다. 머리는 좋은데 게임으로 학업을 망쳤다는등 여전히 핍박받는 취미생활입니다. 하지만 게임이 없었다면 고달픈 인생을 버티게 해줄 원동력이 없었을 것이며, 하다못해 영어 번역 가지고 깔작대며 남보다 낫다 소리도 못 들었을 것이며 글쟁이질 이라는 한가지 가능성 역시 발현될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가치를 납득하지 못하는 부모세대에게는 여전히 게임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무능한 녀석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말이죠.

 

 

각설하고 이제껏 밟아온 게임라이프를 한번 되돌아 보고 싶어서 글을 시작합니다. 예전 정모때 씽크패드님이 이 친구가 콘솔을 엄청나게 오랫동안 다룬 내공이 엄청난 게이머 인줄 알았다고 이야기 하셨다가 SFC 게임들을 에뮬로 해봤다는 말에 서로 뻘줌해진 사건이 있다보니 제가 게이머로서 어느쪽 성향인지 약간 애매 모호하긴 하더라구요.

 

 

 

 

1. 게임라이프의 태동.

1990년 2월 이었던것 같습니다. 초등학교에 막 입학한 상태였는데 어느날 아버지가 듣도 보도 못한 콤푸따 라는것을 가져오시는 겁니다.

 

220px-Apple_II_Plus.jpg

제가 처음으로 다룬 컴퓨터이자 게임 머쉰인 애플 ][ 입니다. 본체와 키보드가 일체형이고 외부출력을 TV에 연결을 했습니다. 구동을 위해 별도의 외장형 디스크 드라이브를 필요로 했습니다. Tv에 연결한 만큼 컬러(!)로 게임이 출력되었었죠.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저 애플][ 컴퓨터의 전용모니터는 녹색과 검정색의 흑백 타잎 이었다더군요. 저야 그 모니터가 없이 본체만 남았으니 무려 컬러로 게임을 하게 된 것이죠.

 

덩치는 저래도 위쪽에 껍덕을 열면 기판은 얼마 안들어있었습니다. 역시 양키제품이라 일단 덩치가 크고 봐야 한다고 생각을 했을까요? 

 

 

 

기억나는 게임을 몇가지 추려보자면......

 

 

 

카라데~1.GIF

 

 

조단 메크너의 카라데카 입니다. 조단 메크너 하면 페르시아의 왕자를 떠올리시겠지만 제가 그분의 게임을 처음으로 접한건 카라데카 였습니다. 배경으로 후지산 비스무리한게 나오고 주인공이 언덕을 기어올라와 주먹질과 발차기로 상대방을 제압하며 앞으로 전진해 나가는 방식이었죠.

 

애플 컴퓨터의 키보드를 보시면 딱 눈에 들어오시겠지만 자판 입력 이외의 키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방향키라던가 delete pageup 기능키도 전혀 없었죠.  말 그대로 오른쪽에 기능키들이 덜컹 잘려 나간체 글자 입력키만 있었다는 것이죠. 지금이야 W,A,S,D 를 중심으로한 글자 자판이 방향키 기능을 하도록 조작하는 방식이 별 어려움이 없지만 사실 W,A,S,D 방식은 FPS게임인 퀘이크를 통해서야 대중화가 되었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방향키나 숫자패드가 기본적인 조작의 중심축 이었죠.

 

어렸을때 이 부분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안그래도 꼬부랑 글씨를 알아먹을 수 없어 실행 명령어를 입력할라 치면 해당 자판을 한참동안이나 두리번 거려야 했는데 카라데카의 경우는 전진 후진 상하 기본 4키가 영문자판에 할당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주먹 상중하 킥 상중하 해서 도합 10개의 조작키를 사용해야 했습니다. 오우 슈발(!) 이제 막 초등학교 2학년생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기도 힘든데 10개의 자판을 이리저리 눌러가며 게임을 하기란 보통 어려운일이 아니었지요.

 

 

stick.jpg

 

당시에 게임의 조작이 어려웠기 때문에 너무나 갖고 싶었던 조이스틱 입니다. 사달라고 졸라도 보고 애걸복걸도 해보고 공부 안한다고 시위를 하다가 핵 쌰다구를 얻어맞고는 벽을 바라보며 훌쩍대며 잠이 들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ㅠ,,ㅠ

 

게임으로 돌아와서 지금 시점으로 봐도 카라데카는 시스템적으로 상당히 발전되어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콤보와 동작이 끝나기 전에 명령을 입력해 두면 판정이 나는 후 딜레이 입력 개념이 있어서 상중하 공격을 체인콤보로 이어나갈수가 있었습니다. 격투게임에서 약-중-강 으로 기본기를 이어나가는 체인콤보방식이 1984년에 제작된 횡스크롤 액션게임에서 구현되어 있었다는 것이죠. (O_o)!

 

다만 스테이지 중반에 문이 내려앉으며 주인공을 즉사시키는 트랩의 해결방식을 몰라 끝내 엔딩을 보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frogger.jpg

 

디스크에는 개구리 로 적혀 있었던 프로거 입니다. 처음 실행시켰을때 타이틀화면이 다른 게임에 비해 매우 화려했던걸로 기억합니다. 진행방식은 단순해서 가장 위쪽에 있는 홈으로 개구리를 시간안에 안착시키기만 하면 됩니다. 프로거 역시 후 딜레이 입력이 가능해 한번에 다다다닥 입력해 그림처럼 목표지점에 집어넣는게 가능했었죠.

 

게임으로 보니 그저 그런데 차에 치이면 개구리가 납작하게 로드킬을 당하는 거군요. 상당히.... 음..... 거기다 개구락지가 대체 왜 물에 빠지면 죽는지 이해가 안가는 대목입니다. -.-

 

 

Lode_Runner_Coverart.jpg

 

이 시절엔 브로더번드 사가 상당히 잘 나갔습니다. 카라데카, 페르시아의 왕자, 그리고 당시 최고의 게임으로 대접받았던 로드러너도 역시 브로더번드 게임이었죠.

 

runner.jpg

 

게임은 단순하게 스테이지에 늘어져 있던 금을 회수해 탈출하면 클리어되는 게임이었습니다. 애플컴퓨터가 들어오고 초창기에 이 로드러너를 몇 스테이지까지 클리어 하는지를 두고 얼리 어댑터들 사이에 미묘한 경쟁 구도가 형성되어 있었다더군요. 다만 이 게임 조작체계가 상당히 드러웠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y,g,h,j (키가 잘 생각나지 않는군요)의 방향키에 좌우 바닥에 구멍을 뚫는 입력키가 t,u로 방향키 바로 옆에 붙어있었습니다. 오른손에 방향 왼손에 구멍뚫기 이런식으로 적당히 펼쳐서 분배를 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로드러너를 플레이 하기위한 파지법이 존재했었죠. 역시나 어린 초딩의 손꾸락으로는 이 어려운 조작체계를 감당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아흑 조이스틱좀!

 

게임을 하다가 어려워서 어찌나 열을 받았는지 키보드를 내리친적이 있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스테이지가 넘어가더라구요. 이 시대의 게임에 치트키가 있었던 겁니다. 번호키를 동시에 몇가지를 누르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게 됐었는데 너무나도 오래전의 일이라 기억이 나질 않는군요. 최종 스테이지를 보지 못한 분이 많으실텐데 이제와서 까발리지만 엔딩 없이 무한 루프였던것 같습니다. -.-;;

 

 

이외에 4개의 층이 있고 층별로 지상 공중 구분이 되어있는 스테이지에서 로봇이 사람을 구출하는 게임을 매우 좋아했었는데 제목이 도통 기억나지 않는군요. 로봇의 배에서 총알 비스무리한게 나갔고 공중엔 새가 날라다녀 이를 마구 공격하면 통닭이 되어 땅바닥을 기어다녀 이걸 먹으면 점수를 얻었고 지상엔 도끼가 날라다녀 총알로 깨야 했습니다. 층별로 내려갈수 있는 문의 위치가 다양하게 나와서 최상층에서 아랫층으로 내려가기 위해 스테이지를 왔다갔다 했었는데 끝내 엔딩을 못봤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애플][ 컴퓨터로 게임을 할때는 방향키가 없는 조작체계에 적응하지 못해 엔딩을 본 게임이 없었던것 같군요.

 

2. 에라이 함 타락해보자. 오락실로 고고싱.

 

압도적인 비쥬얼, 조이스틱을 사용한 명쾌한 조작체계. 애플][ 컴퓨터의 게임에 심한 좌절을 맛본 저는 동네 형의 꼬임을 이겨내지 못하고 오락실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오락실 코인은 50원 짜리라 천원짜리 한장을 용돈으로 받으면 하루종일 오락실에서 놀고 돌아오는 길에 쿨피스 얼린것도 하나 먹을 수 있었죠. 그때까지도 아직 어렸던건지 게임을 하는것 보다는 구경하는걸 상당히 좋아했던걸로 기억합니다.

 

 

final.jpg

 

파이날 파이트 입니다. 오락실 주인 아자씨의 센스에 따라 스트리트 89, 89, 최신종 등의 이름딱지가 기계 앞에 붙어있었던걸로 기억하네요. 이 시기에 아케이드 게임의 인기도는 원 코인에 2인용의 되는지 여부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였던걸로 기억합니다.  막상 2인용으로 시작 하더라도 코디 이외의 케릭터는 곁다리 식으로 붙어서 코디의 데미지 딜링을 거들뿐인 잉여들 이었죠 ㅠㅠ

 

일반공격후 피니쉬 모션이라는게 있어서 두들겨 패고 이동하는 식의 행동패턴이 명확하게 굳어졌습니다. 기존의 횡스크롤 액션은 단타 판정이 상당히 많아서 명목상 횡스크롤 액션이지 때리고 피하는게 주를 이루는 슈팅에 가까운 느낌이었다면 파이날 파이트를 통해 팰땐 패고 던진다거나 또는 무기를 사용하는식의 게임성과 플레이 방식이 명확하게 정의내려졌습니다. 코디 주먹질할때 자세히 보면 코 부분에 검정색 스프라이트가 제대로 지워지지 않아 코털 나왔다고 농담도 자주 나왔었죠. 아 지금봐도 게임을 잘 만들었습니다. 그 시절엔 캡콤이라는 제작사를 의식하지 않았지만 나이가 들고 재미있게 했었던 게임을 헤아려 보니 캡콤제 게임이 대다수더라구요. 그만큼 아케이드 액션게임에서 캡콤의 게임이 영향력을 행사 했었습니다. 공산품으로 치자면 업계표준 이라고 해야 할까요?

 

당시 동네형이 원코인으로 마지막 스테이지까지 가는 기염을 토했던지라 한번 자리에 앉으면 구경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와리가리 콤보를 어찌나 칼같이 쓰던지 완전 기계같았죠.

 

 

midnight-resistance-1.jpg

 

 

역시나 어렸던지라 상당히 어려운 조작체계때문에 잘 하지는 않았지만 구경하는걸 엄청나게 좋아했었던 미드나이트 레지스탕스 입니다. 아직까지도 이처럼 독특한 조작체계를 가진 게임이 드물죠. 이 게임은 스틱을 원하는 방향으로 가리킬 뿐만 아니라 스틱자체를 회전시켜 상하좌우 대각등 아홉가지 방향으로 향해 사격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공격방향이 좌우 구분밖에 없었던 횡스크롤 액션게임에 충격과도 같은 게임성 이었죠.

 

우리 동네에서는 화염방사기로 짤짤이를 하며 탄약을 아끼는 플레이를 했었는데 다른 동네에서는 수퍼파워에 별사탕 총을 조합하기도 하고 상당히 다양한 플레이 스타일이 존재했습니다.

 

또한 스테이지 진행중 벽면에 한글로된 포스터가 있었던것도 이색적이었죠.

 

 

 

original_contra.jpg

Contra-Pocket-PC-0.jpg

 

혼두라 입니다. 영문제목은 콘트라로 나오더군요. 이 게임 역시 원코인에 2인용을 지원해서 그런지 줄기차게 달린 게임이었죠.(아아 가난했던 게임라이프여 ㅠㅠ) 앞으로 달리며 총을 쏴 적을 죽이는 원론적인 형태의 횡스크롤 액션입니다. 혼두라 원판 이후에 시리즈로 계속 나왔지만 모두 오리지널만 못했다고 봅니다.

 

 

 

1829.jpg

 

이 게임 제목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분도 드물죠. 버블 보블(Bubble Bobble) 입니다. 오락실별로 게임의 제목이 난잡하게 새로 지어지는 와중에 이 게임만큼은 보글보글로 통일이 되더군요. 거품으로 적을 가둬 터뜨리는 단순한 플레이지만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신발이랑 노란색 사탕의 성능이 정말로 좋았죠. 100스테이지까지 녹색 파란색 공룡이 둘다 가서 스테이지를 클리어 하면 진 엔딩이 나왔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녹색용가리는 5만점을 넘기면 Extended 거품을 모아도 생명이 늘지 않아 오락실에서 진 엔딩을 본 사람은 드물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조작 버턴 자체는 거품과 점프 두 버튼 뿐이었지만 사실 스타트와 셀렉트키가 별도로 필요해 이 키를 따로 놔둔 오락실에선 신발과 노란 거품을 먹은상태로 시작하는 치트키가 기승을 부렸었죠. 사실 버블보블을 정상적인 플레이로 엔딩을 보는 분들은 없습니다. 스테이지가 클리어 되고 용가리들이 먼저 내려오고 몹들이 차례로 깔린후 활동을 하기까지 시간차가 존재합니다. 이 타이밍때 몹을 절반가량 정리하지 않으면 타임 오버로 등장하는 고래에 대부분 죽기 마련이었죠.

 

 

New%20Zealand%20Story%20(2).gif

 

 

역시나 직접 플레이 하는것 보다는 구경하는걸 좋아했던 게임인 뉴질랜드 스토리 입니다. 주인공녀석이 병아리가 아니라 키위새 라더군요. 화살에서 부터 시작해 레이저총 풍선에 우주선에 다양한 탈것을 이용해 스테이지가 대단히 입체적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귀여운 디자인과 달리 난이도가 매우 높았죠. 또한 배경음악도 상당히 좋았었던걸로 기억합니다. (타이토 게임인데 이때도 준타타가 활동을 했었나요?;;)

 

 

 

이번 글은 뉴질랜드 스토리 영상을 보며 마무리 짓고 다음 글에서 이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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