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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글은 O.G.B에 최초로 게시를 하면서 제가 쓰는 글의 게임관이나 성향을 분명하게 이야기 했어야 하는데 이리저리 미루다보니 이제서야 글이 올라가게 되는것 같습니다.

 

 

오늘은 국내 패키지 게임시장의 몰락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구상을 했을 당시만 해도 국내 패키지 게임시장의 몰락과정을 미국발 아타리 쇼크(주%)에 빗대어서 설명해 보고자 했었는데 쇼크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국내 게임시장이 크게 형성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을 찬찬히 살펴보니 예의 그것과는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기에 본 구상을 폐기 하게 되면서 이야기를 어떻게 진행시킬지 상당히 고심하게 되었습니다.

 

 

주% - ①.  아타리 쇼크의 원 명칭은 'video game crash of 1983' 입니다.

          ②. 아타리 쇼크(Atari shock)란 명칭은 증권계에서 조심스럽게 사용되기 시작하였으나 이는 엄밀하게 아타리의 실패를 이야기     하는게 아니라 아타리의 실 소유주 였던 워너 브라더스사의 주식 대 폭락을 지칭하는 것이었습니다. 쇼크라는 말이 들어간 것은 오일 쇼크와 유사한 성질의 증권시장에서의 폭락사태를  의미했기 때문입니다.

          ③. 아타리 쇼크의 원인으로 E.T.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워너사의 관료적인 성향이 짙었던 경영진이 아타리사의 운영방침에 개입을 하게되면서 개발환경에 대대적인 제제를 가하게 됩니다. 마리화나를 피우고 목욕을 하며 자유로은 복장으로 일하던 그야말로 창의성에 모든 것을 건 아타리 였으나 워너 경영진의 개입으로 아타리사의 개발풍토는 관료화 되었으며 이로인해 크리에이터들이 이탈하거나 게임의 수준이 저하되는등  즉 워너로 부터 시작된 경영실패가 무너지기 전까지의 아타리 게임의 저품질화를 초래했다는 것입니다.

     사주. 앞서 설명했듯이 엄밀한 의미에서 우리가 말하는 아타리쇼크는 비디오 게임시장의 몰락을 지칭하는 video game crash of 1983,1984 가 맞는 표현이고 증권이나 경영실패를 이야기 하는것은 아타리 쇼크를 쓰는게 적절한듯 합니다. 현재 게이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아타리 쇼크는 특정 게임회사의 실패만을 연상시키는 듯 하여 원 의미와 다르게 와전된 경향이 있고, 아타리사 자체의 문제도 있었지만 온갖 잡 회사들이 게임사업에 참여하며 저품질 게임의 범람화 역시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아타리 쇼크에 대한  정의와 의미는 언젠가 다시 한번 논의되고 용어가 지칭하는 바를  명확하게 규정해야 하지 않나 싶긴 합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게임사는 학문적으로 다뤄지지 않고 있기 설라무네....... 그리고 주식관련된 부분의 정보를 찾는데는 씽크패드님의 힌트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시간과정으로 설명을 하자니 해당 시기에 관해서 제가 미처 놓쳐 버린 부분도 존재하고, 원인 결과론으로 이야기 하자니 게이머들 별로 의견이 너무나도 분분한 데다가 사실상 불법 복제로 어느정도 의견이 고착화되었습니다. 사실 이 글의 시작은 국내 패키지 게임이 정녕 불법 복제 때문에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는가에 대한 의문에서 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이러한 전개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해서 세가지 영역을 나누어 이 원인들이 유기적,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현재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몰락사를 풀어 나갔다는데 촛점을 두었습니다.

 

 

 

예, 지적 재산권의 행사에서 불법 복제의 해악성에 대해 부정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이가 가지는 의미를 축소하자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다양한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듯 다양한 이유로 국내 패키지 시장에서 게이머들이 등을 돌렸음에도 불구하고 불법복제, 엄밀히 따져 사용자측에만 책임이 있다는 식의 이야기는 소비자 입장에서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있어 냉정하게 이에대해 반박하고 싶은 부분도 있고 해서 글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1. "팔릴 게임은 팔린다"

 

이 명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국내 게임 제작사들이 도전을 하고 결과가 만들어 집니다. 이 명제의 잔혹한 이면은 팔릴만한 게임(품질)이 되지 못했을 경우 노력의 여부와 상관 없이 시장에서 사장되어 버린다는데 있습니다.

 

 

현 자본주의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주어진 조건 하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거쳐 소비를 하도록 권고 받고 또 교육 받습니다. 대대수의 소비자들은 국산 제품이기에, 제작자의 노고가 들어갔기에 해당 제품을 사야만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죠. 동일 경쟁품이 있을경우 이왕이면 더 싸고 더 좋은 제품을 구매하지 부가적인 사항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가치판단에 따라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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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적지 않은 팬들을 거느린 명실 상부한 대작 게임이 틀림 없었으나 게이머들로 부터 들었던 공통적인 평은 게임이 지루하지만 전개되는 이야기가 궁금하기 때문에 플레이 한다는 창세기전 입니다. 일부에겐 명작이었으나 또 다른 일부에겐 버그나 단조로운 게임구성 등을 이유로 철저하게 외면받던 타이틀이기도 합니다.  특정 재미를 위해 게임적인 재미를 위협한다는 것은 참 위험한 발상인데도 불구하고 계속 이어져 내려와 온라인게임의 개발 풍토까지 깊게 뿌리 내린듯 하여 개인적으로 창세기전 시리즈는 차라리 성공하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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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이 불가능한 각종 버그와 예약구매까지 받아놓은 상태에서 발매 연기를 하는 바람에 좃같은 사가 라는 악명까지 떨쳤던 손노리의 야심작 포가튼 사가 입니다. 진행이 불가능한 버그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게임이 발매된 어이없는 촌극 하며, 게임 내 존재하는 갖가지 패러디를 보고 있노라면 손노리 팀이 이야기하던 저작권이란 것의 개념에 대해 의문이 생기더군요. 불법복제에 가장 큰 피해를 받은 이름있는 제작팀 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만든 게임에서 다루는 컨텐츠가 뻔하게 보이는 타사 게임 케릭터와 구성을 가져와 패러디(주%)란 이름으로  저작권을 침해를 자행 했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 한것 같습니다.

 

주% - 많은분들이 패러디라는 딱지가 붙으면 면죄부가 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시나 패러디 역시 엄연한 저작권 침해행위 입니다. 단지 원작의 재미도 되세기고 상부상조 하자는 저작권자의 묵인이 있었기 때문에 대다수의 패러디물이 소송에 휘말리지 않은 것입니다.  손노리팀이 케릭터나 디자인 거기에 게임 사이 사이에 사용된 효과음 마저(킹 오브 파이터즈에서 타쿠마의 기합소리가 유독 귀에 박히더군요.) 무단으로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찌된 영문인지 국내 게임 잡지사에서는 이를 뛰어난 재치로 미화 되었지 문제시한 기사는 개제된 적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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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래프트2와 C&C의 경쟁구도속에 RTS장르로의 개척에 상당히 고무되었는지 소프트맥스에서 의욕적으로 제작한 RTS 게임 판타랏사 입니다. 심해속 전투를 그리고 유닛별 독자적인 장비 구성이 가능해 다양한 시스템을 통해 여타 다른 RTS와는 다른 길을 걷겠다고 나온 게임 입니다만, 야심차게 준비했다던 물결효과는 게임을 플레이 하는데 장애요소가 될 정도로 어지러움증을 유발하는 치명적 결함이 되었고 이 게임은 실패합니다. 소프트맥스는 판타랏사의 실패 이후 제작사의 이름을 팔아먹을 수 있는 몇 안되는 메이저 회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창세기전 시리즈에만 매달리며 입지는 더 좁아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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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출시된 서풍의 광시곡은 장비하던 무기가 부서지면 클리어가 불가능해지는 구성과 터무니없이 시간만 잡아먹는 던전의  오류에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시나리오를 배껴왔다고 말이 많았죠.(이는 어느사이엔가 몽테크리스토 백작 시나리오를 배낀게 아닌 참조한 것으로 포장이 되더군요) 창세기전 템페스트는 육성시뮬인지 연예인지 아리송한 괴작 취급을 받았습니다. 판타랏사 이후 나온 두 게임을 보면서 느꼈었던 공통적인 특징은 두 게임이 왜 창세기전 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시되었어야 하는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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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의 디아블로를 제창하며 한빛소프트에서 의욕적으로 출시한 게임, 탈 입니다. 목표로 한 게임과 3년의 시간차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디아블로가 떠오르는 의도적인 인터페이스와 그보다 못한 그래픽, 게임성으로 상당히 빈축을 샀던 게임입니다.

 

 

조건을 국내로 한정할 경우 주어진 험난한 환경에 굴하지 않고 상당히 뛰어난 발전상을 보여왔던 국산 게임들 입니다만, 관점을 소비자로 이전시킬 경우 말은 전혀 달라집니다. 디아블로가 나온지 3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탈이란 게임은 이보다 못한 모습을 보였으며 게이머가 지불해야할 비용은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비단 디아블로나 탈의 이야기에 국한되지 않고, 이러한 증상은 다방면에서 나타나 비슷한 장르가 아니더라도 게임샵에서 다양한 게임속에 선택을 해야만 하는 기로에 놓였을 경우 국산이 아닌 외국산 게임에 손이 가는것은 당연한 귀결이었습니다.

 

 

국산게임이고 언어의 장벽이 없었다는것은 정말로 안일한 생각 입니다. 요즘과 다르게 전후 세대를 부모님으로 모시는 환경에서 취미 생활은 그야말로 취미가 죄가 되는 핍박받는 마이너한 문화생활이었고 이러한 환경속에서 꾸준한 취미생활을 영위 한다는 것은 게임에 대한 애정이 대단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힘들었습니다. 이 시대의 게이머를 자처하는 대다수는 매니악한 성향을 지니고 있었고 재미있는 게임을 위해서라면 환경이나(PC, 콘솔, 아케이드) 언어에 구애받지를 않았습니다. 심지어 재미있는 게임을 하기위해 일본어나 영어를 공부하는 사람마저 있었을 정도니까요. 정리하자면 국내 게임시장은 얼리어댑터나 매니아들에 의해 인정받고 소개된 게임들이 일반인들에게 알려져 게임이 팔리게 되었던 어찌보면 기형적인 구조를 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공략대상이 분명하게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인정받는 게임은 끝내 국내에서 출시되지 못했죠.

 

 

서두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팔릴 게임은 팔립니다. 불법복제 때문에 게임시장이 몰락했다는 말은 팔릴 게임이 팔리지 않았다는 말 입니다. 그러나 국산 게임이 팔릴만한 게임이었느냐? 그것은 아닙니다. 게임 제작전선에서 활약하시던 분들이 보시면 제가 멱살잡히고 네까짓게 뭘 아냐며 핵쌰대기를 맞을 정도의 표현입니다만 국산 패키지 게임이 몰락한 이유는 망할만 하니까 망한거고 경쟁에서 도태된 겁니다. 단지 불법복제라는 환경이 이를 가속화 시켰을 뿐이죠.

 

 

국내 패키지 게임 시장이 망했다고 진단내려진 시점에도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3 디아블로2로 이어지는 트로이카는 날개돋힌듯이 팔려 나갔고 테이크 다운과 같은 PC방에서 기본적으로 깔아놓던 패키지 게임들 역시 세태에 편승하여 어느정도 판매량을 기록하였습니다. 이를 풀이하자면 불법복제를 말하기 이전에 국내 패키지 게임은 경쟁에서 도태되고 패키지 게임시장을 이끌어갈 대작 게임이 이어지지 않게 되면서 현재 말하는 패키지 게임 시장의 몰락이라는 상황으로 흐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국내 게임제작사가 능력을 키우지 못했고 경쟁에서 도태 되기까지의 과정에서 책임이 이들만의 것은 아닙니다. 자신이 해야할 역할을 하지 못한 집단 및 단체도 존재합니다. 이건 다음 챕터에서 다루도록 하죠.

 

 

2. "니들은 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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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도 진통을 겪고있는 양 집단의 대립입니다. 주장하는 바야 각자의 이유가 존재하겠지만 제가 여기서 보고있는 쟁점은 단 하나 입니다. 이들의 다툼에 시시비비를 가려줄 법적 제도가 뒷받침 되어주지 못했다는 것이죠. 말로 서로 피곤하게 여론몰이 하면서 다툴 필요 없습니다. 법적 공방으로 누가 옳고 지적재산권이 어느선까지 인정되는지를 판가름하고 이에 따르면 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위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워낙 열심히인 덕택에 지적 재산권을 강력하게 보호해줄 제도나 법적 테두리가 미비한 상태입니다. 가요나 TV의 재산권을 두고 엄청난 몸살을 겪게된 통에 어설프게나마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만약 이런 제도적 장치가 과거 국내 패키지 게임시장에 적용되었더라면 지금과는 다르게 흐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지적 재산권이라는 표현이 그리 낯설지 않을 정도가 되고, 불법 공유로 인해 훈방조치를 받은 분들이 적지 않게 생기고 있습니다. 그만큼 이에 대해 시각이 변하고  변화의 움직임이 생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협회라는 이름으로 버젓하게 지적 재산권이 침해가 자행되고 있는것이 한국이란 나라에서 저작권 법이 가지는 한계를 드러내는 동시에 저작권에 대한 인식수준이 아직은 선진화 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도가 먼저인지 의식수준이 먼저인지 어느쪽에 우위를 둬야 할지를 아직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아직은 갈길이 멀 다는 것입니다.

 

 

 

어느나라 게임시장에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한국만의 광경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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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정품 게임 입니다. 게임잡지사들에 의해 경쟁적이고 무차별적으로 국내 게임시장에 뿌려진 정품 게임들 입니다. 최소 3만원 이상 하던 정품게임의 가치가 단돈 몇천원으로 하락하는 시기가 도래한 것입니다. 단지 최신게임을 만질 수 없을 뿐이지(이마저도 의미가 없는게 조금만 기다리면 번들로 나왔었죠) 책값을 제외하면 단돈 몇천원으로 정품게임을 구입 할 수 있었다는 말 입니다. 정품게임의 가치가 정품게임을 좀 먹었다던 불법복제시디의 수준으로 떨어져 버린 것이죠. 응가인지 된장인지 구분이 안되는 엉망 진창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단도 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잡지사들이 미친겁니다. 완전 돌았고 정신이 나갔습니다. 한번 맛들이면 어느 누구도 수만원 하던 정품게임에 눈길을 주지 않습니다. 단지 조금만 기다리면 헐값을 치르고 합법적인 정품 구매자가 되는데 누가 종이상자에 일러스트 몇개 그려놓고 비싼값을 치르게 하는 패키지에 손을 댑니까?

 

국내 게임시장의 규모는 크지 않았습니다. 성장폭도 완만한 곡선을 그렸었죠. 이런 환경에서는 한쪽이 벌어들이면 다른 한쪽이 덜 벌게 됩니다. 국내 게임 제작사들이 벌어야 할 돈을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기괴한 방식으로 잡지사들이 뺏어간 겁니다.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방식인지 모르겠지만 이 기발한 책략으로 인해 잡지의 판매량은 순식간에 치솟았고, 정품게임의 번들화가 판매에 실패한 국내 게임 제작사들에게 기본적인 개발비라도 건지게 해주자는 측면에서 시작했을지 몰라도 차후 개발될 모든 국산 게임의 목을 졸랐습니다. 게임 제작사의 광고를 실어주고 잡지를 판매하던 비용으로 운영하던 잡지사가 저지른 하극상이고, 패륜인 것입니다.

 

잡지사들의 타락은 끝을 달렸고, 어느쪽에는 그야말로 애널서킹만 하는 독자 엽서를 다룬 내용이 가득했고 모 잡지에서는 게임 공략이랍시고 해놓은게 스크린샷을 조금만 관찰하면 에디터를 쓴 흔적이 보일정도로 날림으로 기사를 배설 해댔습니다.

 

또한 국내 잡지사들은 제작사들의 광고를 실어주고 광고비를 받아가는 태생적인 한계가 존재했습니다. 독자측은 뭐라 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얇았고 그달 게임공략에 따라 판매량은 춤을 추었습니다. 광고비가 고정적인 수익의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했었기에 기사를 쓸때도 게임 제작사들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국내 게임에 대해 명확하고 냉정한 평가를 내린 잡지나 기자는 추방 당했습니다. 이 구도가 문제인게 게임 제작사에서는 끊임없이 소비자의 욕구를 연구해야하고 원하는 게임이 무엇인지 청사진을 그려야만 했습니다. 게임성이 그리 구현하기 어려운 난제였다면 하다못해 유저들의 입맛에 맞춘 게임이라도 나와야 했다는 말 입니다. 하지만 단순 구매자들의 엽서만으로 여론을 판단하기에는 무리수가 있었죠. 이는 언론이라 말하기 민망하지만 잡지사 측에서 균형을 잡았어야 했다는 겁니다. 국산게임이 출시될 때 마다 잡지사들에서 이야기하는 게임 평가는 항상 무난하고 잘 만들었다고 나오지만 정작 구매 층에서 국산게임은 외면받거나 욕을 들어먹기 일쑤였고, 이런 간극 속에서 제작사는 대체 게이머들의 요구가 뭐고 어떤 국산게임상을 바라보고 있는지조차 파악을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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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혹은 대만?)게임으로 그래픽적으로 민망하기도 했고 여기저기서 배껴오기도 했지만 결론은 좋은 평을 받았습니다. 국내 게임제작사들이 놓치고 있었던 것은 무엇이고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아무리 생각해봐도 서로의 입장을 전달할 중간역할자가 없었다는게 한 답변이 되더군요.

 

 

시리얼 문화 까지만 해도 불법복제의 해악성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으나 게임잡지사들의 일괄적인 아젠다 세팅(Agenda setting, 주%)을 통해 패키지시장의 몰락에 대한 원인으로 불법복제가 지목되었습니다. 이는 여과없이 게이머들에게 받아들여 졌지요. 하지만 여기에 반문을 제기하고 싶은것이 국내 패키지 시장의 몰락에 대한 책임과 비난이 소비자의 것이어야만 하는가 하는 의문이 남네요.

 

주% - 아젠다 세팅이란? 매스 미디어가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현행 이슈에 대한 공중의 생각과 토론을 설정하는 방식을 나타내는데 사용되는 용어다. 우리말로는 '의제설정'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어떤 위원회든지 중요순위에 따라논의에 부칠 주제의 목록, 즉 의제를 갖고 있게 마련이다. 의제로상정되지 않은 것은 어떤 것도 정상적으로 논의되지 않는다. 매스미디어의 경우도 마찬가지. 미디어가 특정 이슈를 선정하고그것을 중점적으로 다루면 공중의 주의는 그 이슈에 집중되고 여타의이슈는 무시된다.  - 네이버 시사용어 사전-

 

 

 

자본주의 시장에서 특정 사업의 실패로 인한 비난과 원인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듣도보도 못한 괴이한 이론이 한국 게임사에 이름을 새기게 되었으며, 잡지사들에서 떠들어대던 젖문가의 어떠한 글속에서도 이 난국을 어떻게 타개하고 방향을 제시하거나 제작자 와 소비자의 의견차이를 좁혀보고자 하는 시도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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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하기가 가장 어려운 부분 입니다. 우리들의 이야기 입니다. 가장 부끄러운 이야기 입니다.

 

불법복제를 처음으로 목격했던건 게임라이프를 시작했었던 애플][ 컴퓨터로부터 시작됩니다. 당시엔 멋모르고 시키는대로 했었지만 지금 회고해보니 아버지가 저에게 애플][ 컴퓨터를 물려주셨고 게임은 동료분의 애플컴퓨터에서 디스크로 게임을 복사 해왔었네요. 그때 즐겼던 카라데카나 킹콩 정글탐험이 사실은 몇만원짜리 게임이었다는 것은 꿈에도 상당하질 못했습니다.

 

이처럼 디스켙 시절에는 동네 컴퓨터 상점에서 게임을 디스켙에 복사해주고 돈을 얼마씩 받아가는 복사형태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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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6 DXII 시절부터 슬슬 시디롬이 보급되었던걸로 기억 합니다. 이 시디롬의 보급과 더불이 기똥찬 어떤 시디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되었는데 그 내용인즉 600메가의 엄청난 용량속에 수없이 담긴 게임에 관한 이야기 였습니다. 초창기 불법복제 시디롬이 가지는 파괴력은 엄청났었습니다. 게임 용량이 얼마 되지 않다보니 시디 한장에 담겨지는 게임의 양이 어마어마 하게 많았습니다. 이 복사시디 한장만 가지고 있으면 반에서 영웅이 되었고 한명이 구매한 복사시디는 반 친구들에게 돌고 돌아 게임 제작사측의 피해는 무한 확산되었습니다.

 

 

불법 복사시디가 중흥기를 이루고 이와 더불어 컴퓨터에 장착된 모뎀의 전송속도도 눈에 띄게 개선되어(기억하기에 288k 급 모뎀이 인터넷으로 초당 6kb나 하는 엄청난 전송속도를 자랑했었던것 같군요 -_-!) 전화회선을 통해 게임이 퍼져나가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시디의 용량을 어느정도 사용하게된 게임도 등장하게 되고 게임의 BGM을 시디의 사운드 트랙으로 재생하는 방식이 유행하게 되면서 복사시디의 유행은 어느정도 주춤해졌던걸로 기억 합니다. 립버전이 분명 존재하긴 했지만 사운드가 안나거나 동영상이 삭제되거나 해서 분명 정품 패키지게임에 비해 가치가 떨어졌었거든요.

 

 

게임의 용량이 시디 두세장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팽창 되면서 복사시디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긴 했지만 패키지 판매량도 어느정도 안정기에 들어가던 시기가 아닌가 싶네요. 보통 복사시디는 장당 몇천원 이런식으로 값이 매겨지곤 했는데 서너장 하는 게임은 이왕이면 복사를 사느니 돈을 조금 더 얹어서 정품을 사는게 낫다고 생각되는 시절도 잠깐 있었던걸로 기억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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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하나로와 두루넷에 의해 고속 인터넷이 국내에 깔리기 시작했습니다. 불법복제의 양상도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었죠. 와레즈(Warez)사이트가 범람하게 된 것이죠. 복사시디는 복사시디대로 팔려나가고 와레즈 사이트를 통해 비용을 들이지 않고 게임을 얻을 수 있는 방법마저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다만 와레즈 같은경우는 자체적인 서버를 운영하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에 해외에서 링크를 퍼와서 알려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 링크라는게 한순간 올라왔다가 순식간에 깨져버려서 그게 복사시디만큼의 파괴력이 있었는지는 의문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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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복제의 방식은 다양한 방향으로 나아가서 당나귀나 프루나와 같은 P2P에서부터 시작해 사설 자료실에서 코인을 구입해 다운로드를 받을 수도 있게되고 요즘에는 P2P의 개량판인 토렌트가 등장했습니다. 요즘에야 유료 자료실의 무료 쿠폰이 범람할 정도로 합법적인 불법이 과열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고 이런 자료실 계정을 인터넷을 사용하는 젊은사람 치고 안가지고 있는 사람이 드문 상태 입니다.

 

 

 

게임에 관해서 이런 저런 글을 적고 있지만 사실 저도 굵직굵직한 명작 게임들만 정품으로 가지고 있다 뿐이지 불법복제로 많은 게임을 즐겨 왔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부끄럽게 생각 합니다. 이제와서 비겁한 변명이지만 최소한 어느정도 가치가 있었던 게임들을 구매하는데 조금만 더 너그러웠었다면 게임시장이 지금같은 파경은 맞지는 않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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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유통사들마저 사업을 철수하면서 이제 업보를 짊어진다고 느껴지는게 전 팀 포트리스(Team Fortress)란 게임의 열렬한 팬이었습니다. 퀘이크의 모드로부터 시작했지만 하프라이프에서 정식 패치에 이 모드를 추가해놔서 누구도 즐길 수 있게 만든 팀 포트리스 클래식 같은경우는 카운터 스트라이크에 권좌를 내줄때까지 정말 절정의 FPS 게임이었죠. 이때도 Dr.destynova란 아이디로 활동을 했었네요. 당연히 이 팀 포트리스 클래식의 후속작에 관심이 쏠린 상태였는데, 거진 10년이란 시간이 끌리고서야 후속작이 등장 하더군요. 국내에서 정식 수입이 될지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었고 수년을 기다려 왔기에 스팀을 통한 결제를 위해 진땀을 뺏습니다. 비자카드 있는분께 메일을 보내서 사정사정하고 대리결제를 부탁했었죠. 백방으로 노력한 덕택에 베타버전부터 팀 포트리스2를 즐길 수 있긴 했지만 그러는 과정중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으로도 원하는것을 못 구하는 경우가 생기다니요 :-/

 

 

 

이번에 준비한 글은 여기까지 입니다. 국내 게임시장이 몰락의 길을 걷게되고 온라인으로 급속한 사업이전을 하게된 배경에는 불법복제가 큰 악영향을 끼친것은 분명합니다.(어지된 영문인지 이 불법복제를 다루는 내용이 가장 적지만 말이죠. 이런건 사랑으로 극복 합시다 -.-;;;) 다만 불법복제가 원인의 전체를 차지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불법복제는 불법복제대로, 게임 품질의 문제는 게임 문제대로 여러가지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다보니 현재의 상황이 나왔다고 보는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의 패키지 게임시장이 몰락의 길을 걷게 된 것은......

 

비극입니다. 패키지 게임을 더이상 찾아볼 수 없어서가 아니라, 젊은이들이 흘린 피와 땀이 인정을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비극입니다. 어찌보면 가장 든든한 편이 되어주었어야 할 국내 게이머들이 가장 무서운 적이 되어버린 환경이었기 때문입니다.

비극입니다.서로에게 상처만을 남긴 파국으로 치닫게 되어서가 아니라, 모두에게 인정받는 걸작게임이 단 하나도 국내에 출시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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