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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ractor - (20화)

2011.03.05 11:13

라면국물 조회 수:28087

== 국회 앞==

 

아침부터 많은 국회의원들로 북적였다. 조간신문에 개재된 내용이 사실인지의 여부를 떠나 이런 스캔들 자체는 모든 의원들에게 초비상이다. 그들은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초점을 맞출뿐,사태 해결에서 만큼은 신경을 덜 쓰고 있었다.

일이 이쯤되자 한동섭 의원은 몸이 바짝 달아올랐다.

 

"이비서가 말한게 이거였군......그자 말을 들어애 했어...하지만 이제와서는.........아니다."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한동섭. 그 뒤로 이번 선거의 철저판 해자인 감상천이 그런 한동섭을 매서운 눈초리로 보고 있었다.

잠시 후 청문회가 사작될 예정이었다. 한동섭은 간밤에 대책은 커녕, 갑자기 벌어진 사태에 당황만 하다가 그 많은 날을 허비하고 말았던 것이다.

모여도 대책이 서질 않았다. 사실과 거짓이 교묘하게 섞여들어간 조작.....부인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는 애매한 사안들로만 첨철되어 있었다.

한동섭은 눈을 감았다.

 

 

==양은수==

소정의 품에서 떠난지 어느덧 4개월. 그간의 행복은 거짓이었다는 듯 세상은 차가웠다. 자신의 재산을 이용해 조금씩 도주로를 확보하는 양은수, 하지만 대한민국을 떠나는 것 만큼은 정말 쉽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몇번의 정치적 스캔들이 터지는 통에 경찰들의 추격이 느슨해 졌기에 은수는 서서히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강원도 홍천의 한 자락에서 그는 농사일을 도우며 숨어살고 있었다.

마을에서는 그를 양총각 이라고 부르며 좋아했고, 마을 아가씨들이 흠모하는 청년 1위에 당당하게 자리잡았다.

뭐 은수가 그녀들에게 관심을 주지는 않았지만.....

 

"어머....양총각....뭐해요?"

"아. 네 부녀회장님께서 쌀막걸리 담는거 도와달라고 하셔서요"

"어머...양총각은 힘이 좋으니까...쌀 잘 치댈수 있겠다. 맛있게 부탁홰요.."

"네....알겠습니다. 나중에 꼭 맛 봐주세요"

 

예전에 정중하지만 차가웠던 은수는 없어졌다. 곰살맞고 정다운 모습의 은수만이 있을 뿐이었다.

아직도 나름 신사다운 면을 갖췄지만, 신사답다기 보단 수더분해 보이는 그의 모습은 예전의 그란걸 잊게 할 정도였다.

확실히 대 변신이었다.

 

그러던 어느날....이 마을에 한 여인이 찾아왔다.

길다란 생머리. 몸매가 드러나는 총바지에 검은색 탑. 커다란 선글라스. 빨간색 핸드백. 흰색 하이힐....도시적이고 이국적인 외모..

촌티나는 동네에서 이런 도시적인 여인은 참 어울리지 않을 법도 했지만 그녀의 도도한 걸음걸이는 그런 시선을 신경도 쓰지 않겠다느 ㄴ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게다가......그녀의 머리는 흑발이 아닌......붉은 머리 (금발과 비슷한 머리.. 빨간색이 아님) 였다.

 

 

== 경찰서. 형사과 ==

 

김미나 형사는 시계만 초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오전 9시 55분....이제 5분후면 모든 것이 결판이 난다. 자신의 미래가 걸린...중요한 일이....

지난 밤 미나는 끈덕지게 태석을 찾아가 설득을 했었다. 하지만 태석은 생각과는 달리 무거운 편이었다.

 

=BS 호프. 어젯밤=

"선배.....이제 복직이라고요. 예전의 해임건은 이제 덮어두겠데요. 다시 형사로 복직하셔야죠"

"이제 이 일이 좋아졌어. 미나야. 그러니...애쓰지 않아도 돼"

"정말 언제 이렇게 바뀐거에요? 선배. 이 일대 조직폭력배들까지 설설 기었던 선배가...이런데서 서빙이나 하고 있다니요"

"이 일이 어때서?? 남의 직업 함부러 펌하하지마"

"그래도....."

"계속 복직 권유를 할꺼라면 그만둬라...환이도 떨어져 나간 곳에서..내가 일을 제대로 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선배...."

"돌아가!!"

 

매정했다. 차갑고 차가웠다. 후덕했지만 딱 잘라 말하는 고압적인 태도에 미나는 실망하고 말았다.

그래도 한가닥 희망은 품고 있었다.

 

"환이도 곧 돌아올꺼에요"

"최환 선배님"

"네..최환 선배님도 곧 돌아오실테니까..먼저 와서 환영인사 준비해줘요"

"어쨌거나 그 사건이 없어진 지금..내가 간들..의미가 없어."

"일단 돌아와요. 선배....이렇게 두 손 놓고 앉아있으면 가장 한심한 패배자가 될거란거 알아요?"

"......"

"하다못해 GG라도 쳐보려면 일단 형사가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복직이라는거...우리한테 마지막 희망이에요. 근사한 사건 하나 해결해서 데스핑거 잡자고요"

"........"

"내일 아침 열시에요. 그때까지.....가디리다가 보고 하겠습니다. 그럼...."

 

사실 미나는 말을 하다가 울컥하면서 이말 저말 두서없이 늘어놓긴 했지만 태석의 자존심을 긁는데는 성공한 듯 했다. 하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어느덧 시계는 9시 59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아~~~ 결국은 안오시는구나....."

미나는 쓸쓸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부장실 앞==

오늘따라 더욱 언성이 높아진 부장의 목소리가 복도를 뒤흔들었다.

"너 정말 이럴꺼야?? 이게 지금 장난인 줄 알아?"

"......"

"그러지 말고 내 말좀 들어줘라. 이게 뭐 어려운 것도 아니잖아"

"......"

그런데 부장의 일갈만 들릴 뿐 아무반응도 없는 것을 보아하니 전화통화를 하는 모양이었다.

 

"야. 너 입이 얼어붙었냐? 응? 입이 있으면 말을 좀 하고 내 말에 좀 따라주면 안돼?"

"......"

 

미나는 실례인 줄은 알지만 노크를 하고 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 안에선 뜻밖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야. 최태석...내가 너 복직까지 시켰는데...이 한수 안 물려줄꺼야? 내가 잠시 딴 생각하느라고 못 본거라고..."

"장기 두다가 딴 생각 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그리고 처음에 수 무르는거 없다고 하신건 부장님이시잖아요"

"으그......이걸..부하라고...에이......."

"그럼...오늘 사우나 쏘시는 겁니다. "

"그래. 알았어. 내가 웃고 말지...헤이..참"

 

코웃음을 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오부장. 그리고 뿌듯한 표정의 최태석과 어안이 벙벙한 김미나.

세사람의 재회는 이렇듯...웃기지도 않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오. 미나야. 시간 딱 맞췄네..."

"태석이가 복직희망 했다. 네 파트너니까 조율 잘해..."

"...서....선배님"

"나. 네 부탁대로 여기 왔다. 그러니.....너무 실망하지 말고. 그럼 부장님. 일단 전 가보겠습니다."

"알았어. 그리고 나 오늘 일이 있어도 6시에는 집에 들어가야해. 그때 시간 맞춰서 나와"

"넵"

"가봐"

 

태석은 미나를 데리고 뿌듯한 표정으로 걸어나왔다.

미나는 부장실 앞에서 태석을 빤히 쳐다봤다.

"안 오실 것 처럼 얘기하더니......"

"그냥..생각이 조금 바뀐 것 뿐이야...히히"

외모에 안맞게 애교까지 부리는 태석.....미나는 은근히 화가 났다.

"저기...선배님....간만에 대련 한번 하시죠"

말이 끝남과 동시에 태석의 멱살을 붙잡는 미나. 졸지에 태석은 미나에게 끌려 대련실로 향했다.

태석은 강하게 저항했지만 이미 분노게이지가 최고조에 다다른 미나의 완력을 당할수는 없었다.

그리고.....그날은 범죄자들의 자백을 받기가 유난히 쉬웠다고 한다.

한 남자의 처절하고 다급한 비명소리가 들려왔었고, 범법자들에게는 그것이 공포로 다가왔으리라.......

 

== 청문회장 ==

 

한동섭은 청문회에 불려가 이것저것 질문세례를 받았다. 그러나 명쾌하게 답변을 하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았다.

이미 분위기는 저쪽으로 넘어갔다. 설상가상으로 현재 질문자는 감상천 의원이었다.

 

"더욱이 한동섭 의원은 어떻게 마을잔치를 열 수 있었던 겁니까? 한의원에게는 그만한 자금적 여유가 없을텐데요"

"공천을.......받았습니다."

"한의원은 본래 여당이었소, 그런데 야당으로 옮기자마자 공천이라고요?

"......"

"혹시 야당대표진 들에게 뇌물을 준 적이 있었습니까?"

 

꽤 공격적인 발언에 야당대표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보시오, 감상천 의원!! 말을 가려하시오"

"지금은 내 질문시간이오. 함부로 나서지 말란 말이야"

"증거도 없이 몰아붙여도 되는 겁니까?"

"증거??? 증거는 곧 나오겠지"

 

감상천은 주머니에 손을 넣어 작은 노트를 하나 꺼냈다.

"지금 보시는 이 것이 뭔지 아십니까? 바로 한동섭 의원의 뇌물수수 거래내역이 적힌 장부입니다"

"!!!!!!"

"뭐라고!!"

"가...감상천..너....너. 그걸 어떻게??"

 

 

==선술집 요정==

안호균은 한 대머리를 한 외국인 남자에게 붙잡혀 있었다. 멋들어진 콧수염은 그자 스페판 킹이라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좋은게 좋은거지...안그래?"

 

== 청문회장==

"이....이런 몹쓸....이것봐. 좀 더 솔직해 보시지 그래....."

이미 헛소리처럼 말을 해대는 한동섭. 그리고 그런 그를 배재하ㅗ 자신의 발언을 하는 감상천.

앞으로 판도가 어떻게 될지는 자명했다.

 

"한의원은 이처럼 사채시장의 2인자라고 자부하는 안호균에게 뇌물을 받아가며 일을 해봤읍니다. 그리고 그 돈을 통해 마을잔치를 열고 온갓 선거법을 위반해가며 선거를 치른 것입니다. 이번 선거는.....무효가 되어야 합니다!!"

 

수많은 질의를 거쳤지만...장부의 출현이 가장 큰 타격이었던 한동섭은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이미 회장은 찬물을 끼얹은듯 조용했고,  여당대표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의장은 뭔가 결정을 했다고 서기관에게 말하고는 망치를 두드리는 것으로 회의를 마쳤다.

 

이윽고...한동섭은 수갑이 채워진 채 경찰에 끌려가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감상천과 마주치게 되었다.

한동안 반항없이 잘 걷던 한동섭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감상천을 돌아보며 나직이 몇마디 나눴다.

 

"감상천.....이걸 노린건가?"

"아직도 잘못을 시인하지 않는군"

"오늘....아주 즐거웠어. 조만간 또 보자고"

"글쎄.....우리가 또 볼일이 있을까......."

 

코웃음 치며 무시하고 걸어가는 감상천....한동섭은 가만히 있다가 크게 외쳤다.

"뒤를 조심해. 감상천.....이번에 내가 느낀거니까....."

"........"

 

한동섭의 한마디에 감상천은 움찔했다.

하지만 애써 무시하며 그대로 자기 길을 가버렸다.

 

 

== 감상천 의원 사무실==

감상천은 쇼파에 앉으며 수하인 수환에게 급하게 말을 건넸다.

":수환아. 내가 지시했던 킹 말이다. 그거 조금 뒤로 미뤄야겠다.""

"네...의원님? 그게 무슨 말씁이십니까?"

"내가 계산을 잘못했어. 저자가 자기가 질 청문회에 제발로 나와 경찰에 제발로 갈 것 까지는 예쌍 못했단 말이다. 아마 킹 그자도 움직이지 않을꺼야. 이 상황에서 우리가 움직인다면...우리한테 불리하게 돌아갈꺼다. 킹 그자가 당하지도 않을테고....."

"하지만 의원님......따로 한동섭을 제거 할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아니....그렇지가 않아. 한동섭 그자는...곧 풀려나와서 곧 나와 다시 마주하게 될꺼다. 그떄쯤에 없애야 해"

"그럼......."

"당분간 더 살려두는 수밖에...."

"하지만 적은 빨리 제거할 수록......"

"때로는 적을 살려둘 필요도 없는게 전쟁이다. 지금 한동섭과 난..승부를 내려는게 아냐. 전쟁을 하고 있는거다......."

"알겟습니다. 그럼....의원님"

"응?"

"안호균은 어떻게 할까요?"

"처치해"

"알겠습니다."

 

수환은 그렇게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감상천은 다시 생각에 잠겼다.

 

== 교통과 ==

환은 오늘도 따분한 하루를 보냈다. 낮에 웬 맛이 간 녀석이 도로위에서 폭주를 하는 바람에 조금 애를 먹긴 했지만 머지않아 곧 잡히고 말았고. 그를 잡느라 같이 레이싱을 펼쳤던 환은 잠시나마 쾌감을 느꼈지만 다시금 지리한 일상에 젖어들어갔다.

역시 자긴은 필드체질이었다.

 

형사과가 너무도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이곳 서장이 그를 은밀히 불렀다.

서장실로 들어간 환은 뜻밖의 말을 듣게 되었다.

 

"이름..최환. 자네가 이곳에 들어온지 벌써 4개월....아니 곧 5개월이 되는군"

"아...네"

"교통된게 쪽팔린가?"

"아...그런건 아닙니다."

"후후.....본청에서 연락이 왔다. 자네의 복직문제를 가지고 얘기가 왔어"

"복직인가요?"

"글쎄........나도 자네같은 인재가 이곳에서 단속이나 하는 것은 원치 않아. 자넨 큰 물에서 놀아야 해. 하지만..."

"...뭐 뭔가요?"

"이대로 복직시키면 행정상 문제가 생긴다고 할까. 뭐 그런거 있잖아"

"....아......아직 반년도 안 지났군요."

"그래서 말인데.....자네가 우리 관내에서 발생하는 사건....몇개를 해결해주면...내가 특진대상자에 자네 이름을 올려주지"

"네? 그래도 됩니까?"

"본청 명령이야. 그래도 되는게 아니라. 그래야만 하지. 대신.....자네가 실적이 있어야 해. 자네가 일을 못하는것도 아니고 실적이 부족하지도 않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상부를 납득시킬 수 없어. 여기 이 자료들을 분석해서 좀 잡아봐"

"이 놈들이 어떤 놈들인지........"

"거기 다 적혀있어. 자네가 이걸 해결하면 일석이조지....그래도 나도 부탁이자 명령을 하는거고.....하루빨리 해결해서 하루빨리 복직하길 바라네...."

"가...감사합니다. 서장님"

"감사는 무슨......잘해봐"

"넵"

 

== 경찰서 형사과==

다른 청으로 불려간 환과는 달리 본청에 있었던 두 사람은 그간 쌓였던 이야기와 사건해결을 하면서 하루 대부분을 둘이서만 보낼 정도였다.

누가보면 연인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지만 애석하게도 그런 관계는 절대 아니라는 걸 주위사람들이 더 잘알고 있었다. 이 사람들 역시 관내 미해결 사건을 많이 해결하면 환의 복직을 앞당기겠다는 부장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정말 결사적으로 뛰어들어 하루에 2건의 사건을 해결하기도 했다.

여러가지 일이 겹치면서 이들은 죽을 정도로 피곤했지만 그렇다고 일을 멈추지도 않았다. 그랬다.

이들에게도 환은 절실히 필요한 존재였다.

 

"환이는 말이지. 누구누구처럼 타자가 느려서 조서꾸미는데 30분씩 걸리지 않거든"

"그렇죠. 그리고 그 환이는 누구처럼 게으르지도 않아서 늦잠도 절대 안자고요"

"선배한테 대드냐?"

"이럴때만 선배니.내가 누나거든.........이걸 확...."

"찍..."

"억울하면 싸움이라도 잘 하던가...으그..."

 

선후배가 바뀐 듯한 모습이었지만 둘의 이런 모습은 분명 좋게 비쳐졌다. 본청관내 사건들을 하루가 다르게 해결되고 있었고 태석은 서서히 예전의 명성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환아....빨리 보고 싶구나..."

 

== 강원도 홍천 ==

 

또 한 여인이 이곳을 찾았다. 전형적인 한국인 스타일의 여인..다소 귀엽게 꾸몄지만 진한 흑발 단발머리에 작은 체구, 수수하게 꾸며입은 듯한 모습은 이게 갓 귀농한 처녀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윤소정이었다.

 

"인터넷에서 보니까....이곳에 양총각이라고 있다던데........은수씨가 틀림없어"

 

소정은 모든 생업을 포기하다시피 하고 은수를 찾았다. 사실 사는건 지장이 없었다.

은수가 워낙에 큰돈을 안겨주고 갔기 때문이다. 소정은 확실히 마음을 정해야 했다.

돈을 더 받고 내 마음을 더 주든....마음을 되받는 대신 돈을 돌려주든...둘 중 하나를 택해야 했다.

이제 그를 찾는건...그에 대한 그리움도 있었지만.....자신의 마음을 알고자 하는 것이 더욱 컸다.

 

소정은 길을 걷다 한 마을 할머리를 발견했다.

"헐머니..안녕하세요"

"아유...색시는 누구야??"

"네. 여기 사람 찾으러 왔어요."

"사람...누구??"

"혹시....이 사람 아세요?"

"어??? 이거 양총각 아냐. 저쪽 주황색 지붕한 조그만 집 보이지?? 거기 살고 있어"

"아. 그래요? 고맙습니다."

"그나저나 양총각 인기 졶네...아까도 어떤 코쟁이 여자가 찾던데....

"!!!!!!"

 

그 할머니는 털래털래 길을 걸어갔고 소정은 다급해졌다.

"이.....이런....."

소정은 서둘러서 할머니가 말한 집으로 달려갔다.

그 집 댓돌에는 흰색 하이힐이 하나 있었고, 허름한 단화가 하나 올려져있었다.

가지런히 올려진 신발을 보고 소정은 예전의 은수를 보는 것 같아 괜시리 흐뭇했다.

그리고 소정은 혹시나 싶은 마음에 집안으로 뛰어들어갔다.

하지만 집안에 은수는 없었다.

 

"어....은수씨?? 여기 있어요??"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은수를 부르는 소정...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방문을 열고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끈덕지게 집안을 살폈지만 은수는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부엌을 볼 차례였다.

겉모습은 한옥을 따르고 있지만 내부구조는 양옥에 가까워서 부엌도 거실(?)과 붙어있었다.

소정이 부엌문을 열었다. 그런데...그곳엔 뜻밖의 사람이 있었다.

 

"움직이지마!! 손 하나라도 까딱하면 이 세상 하직할 줄 알아"

"아......아......"

"뭐야? 이거 아주 초짜아냐??"

 

문 앞에는 권총을 손에 든채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한 서양여자가 서있었다. 조금 전 할머니가 말했던 코쟁이 여자. 그리고 흰색 하이힐의 주인공 같았다.

 

"아.....누........누구.."

"나. 이것 참. 이 상황에도 말을 잘하네....내가 묻고 싶군..넌 누구지?"

"........."

"네가 누구인지는 이제 중요치 않겠지. 자. 물러서"

소정은 서서히 뒷걸음질 쳤다. 시켜거 그런게 아니라 몸이 자연히 그렇게 움직였다.

그때였다.

 

"어?? 신발이 이렇게나?? 누가 왔나??"

남자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두 여자는 목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소......소정씨!!!"

"은수씨....."

"......."

 

붉은 머리의 여자는 멀거니 서있었다. 이윽고 은수 역시도 그 적발여인과 눈을 마주쳤다.

"오랜만이야."

"레.......레.....레베카?"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