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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2)

2010.06.15 02:37

_슈크림된장국♪ 조회 수:27768

눈을 뜨니... 아침 11시

 

각혈로 인해서 몸이 안좋다. 비를 너무 맞아서인지 자꾸 기침이 나왔고.

 

그 기침을 따라 계속 피가 나왔다.

 

어느덧 배게가 빨간 빛으로 물들어 갈때 쯤. 간신히 핸드폰으로 선생님께 문자를 보냈다.

 

' 몸 상태가 안좋아서, 지금 일어났네요... 연락 못드려서 죄송합니다. ' 라는 형식의 간단한 글을 보냈지만

 

선생님은 나의 몸상태에 대해서 잘 알고계신다.

 

수면은 너무나 달콤했지만, 지금 자버리면 다시는 눈을 뜰 수 없을 것같은 공포가 몰려왔다.

 

그렇다... 나는 불치병을 앓고있다.

 

이미 양쪽 폐로 암이 전이되어서, 수술도, 항암치료제도 소용이 없다.

 

그저... 아무일없는 것처럼 하루 하루를 보내고있다.

 

처음 의사에게 이 이야기를 들었을때 한마디 했다.

 

" 그건 잘 알겠는데요... 저 이제 겨우 고등학교 1학년인데 폐암이라니... 당신 돌팔이 아니에요? "

 

환자가 이런 반응을 보였다면 화를 낼 법도 한데 그 여의사는 울기만 했다.

 

왜 우는거야...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왜 동정질이냐고

 

사형선고를 받고 병원 밖을 나왔을때... 그날 날씨는 내가 태어난 이후로 가장 맑았다.

 

너무나도 맑아서, 증오스러웠다. 나는 이런데 이 세상은 너무나 밝다.

 

TV나 영화에서 젊은 나이에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고 미쳐서 날뛰는 사람을 보았는데...

 

그건 겪어보지 못해서다. 실제로는 아무느낌도 안난다.

 

'아... 죽는다는 것이 이런거구나'

 

....

 

아무래도 내가 폐암에 걸린 이유는 위아래로 골초인 이웃들과 방치했던 폐렴 그리고 약한 체질이 한목 한것같다.

 

그리고 나 아마 결핵에도 한번 걸렸었지...

 

비가 그쳐서 먹을것도 사고 햇빛도 쬘겸 밖으로 나왔다.

 

씨익...

 

공원 벤치에 앉아 뛰어노는 꼬마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비웃음이 나왔다.

 

나도 저아이들 처럼 저렇게 놀았다.

 

언제부터 이렇게 꼬였을까...

 

어머니는 얼굴도 모른다. 내가 어릴 때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반폐인이 되었다가, 어느날 문뜩 울음을 터트리더니 돈을 벌어오겠다고 집을 나갔다.

 

4년전 일이다.

 

내 몸만 멀쩡했어도 이렇게 혼자살지는 않았을거다.

 

하지만 이왕 죽는거 조용히 사라지고 싶다.

 

다행이 나한테서 많이 사랑받은 사람도 없고, 나에게 많이 사랑을 준 사람도 없다.

 

먼지는 쓸려나가야 깨긋한거 아닌가.

 

처음 아버지 집나가고 교회에 자주 갔다.

 

' 주님, 요즘 너무 몸이 아픕니다. 아버지도 보고싶고요. 이럴 때에는 엄마라도 살아 계셨으면 합니다.

 

  외롭지 않게 지켜주세요. 아멘 '

 

정말 열심히 기도했다. 처음에는 일용할 양식을 얻을 수 있도록 기도했고

 

그 다음에는 친구와 가족이 생기도록 기도했다.

 

아무것도 이루어 진 것은 없었다.

 

하나님이 나를 버렸다면. 부처님에게 매달려 보고 싶었다.

 

하지만 하나님을 먼저 섬긴 탓에 화가 나셨는지 부처님도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

 

나는 혼자다.